"멀쩡한 논에서 짠물이 나오니 참… "
섬진강 하구 농민들 '염분피해'로 생계 막막
광양만 매립·강 골재채취 따라 해수 유입
재첩도90% 급감… '남도의 젖줄' 말라가
水公등 뒷짐에 주민들 내주에 상경 시위


광양·하동=안경호기자 khan@hk.co.kr  



2일 오후 전남 광양시 진월면 인근 섬진강변에서 한 어민이 바닷물 역류로 폐사한 민물조개 재첩을 치우다 말고 주저앉아 허탈한 표정으로 섬진강을 바라보고 있다. 안경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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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오후 전남 광양시 진월면 인근 섬진강변에서 한 어민이 바닷물 역류로 폐사한 민물조개 재첩을 치우다 말고 주저앉아 허탈한 표정으로 섬진강을 바라보고 있다. 안경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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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엑, 퉤퉤! 물 맛이 더 짜져븐 것 같소. 에잇, 퉤퉤!"

2일 오후 전남 광양시 진월면 송금리 송현마을. 자신의 양상추 재배 비닐하우스 앞에서 뽑아올린 지하수를 맛보던 김현홍(53)씨는 연방 침을 뱉어댔다. "염전도 아닌디 멀쩡한 땅에서 짠물만 나오고, 정말 미쳐블겄소. 이런디 농사를 짓겄소?"

지하수 관정 구멍을 우악스럽게 틀어 막던 김씨는 "섬진강(하구)에서 12㎞나 위쪽에 있는 곳에서 판 지하수가 이 모양"이라며 "목구녕이 포도청이라 어쩔 수 없이 조금씩 이 물을 끌어다 비닐하우스 난방용으로 쓰기는 하요만, 이 땜시 노랗게 변한 양상추를 보면 (농사를)때려 치우고 싶당께"라고 허탈해 했다.

'남도의 젖줄' 섬진강 하구에 농어민들의 한숨소리가 넘쳐 나고 있다. 바다로 흘러가야 할 강물이 오히려 바닷물에 밀리면서 바다화 해 섬진강을 밑천으로 살아가는 영호남(전남 광양ㆍ경남 하동) 주민들의 생계를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강 지류까지 차고 올라온 바닷물로 농업용수를 빼앗긴 농민들은 "물이 부족하다"며 아우성이다. 평생 섬진강 특산물인 재첩을 잡아 삶을 이어가던 어민들도 하나 둘씩 짠물로 변한 강을 등지고 있다.

"세상에 강에서 적조가 발생하고 감성돔이 잡힌다면, 볼짱 다 본 것 아니겄소?" 진월면 월길리에서 20년째 재첩잡이를 해온 양현호(63)씨는 넋이 반쯤 나가 있었다.


올해 최소한 30톤은 채취했어야 할 재첩을 겨우 3톤밖에 건지지 못해 1,000만원의 적자까지 본 터였다. "수년째 적조가 생기면서 재첩 씨가 말랐어. 그나마 건진 것 중 폐사한 게 절반 이상이여. 무담시 죽은 것 골라낸다고 인부 썼다가 돈만 날렸제. 올해도 빚 갚기는 폴세 틀렸어."

재첩 산지로 유명한 경남 하동군 신기리 상저구 마을의 사정은 더욱 심각하다. 이미 하구 일대가 바다로 변하면서 생계기반을 잃은 주민들 대부분이 막노동판을 전전하고 있다.

주민 경강근(50)씨는 "재첩과 민물고기는 다 죽고 붕장어나 농어, 숭어 등 바닷고기만 잡힌다"며 "돈벌이가 없어진 마을 사람들 80% 가량이 인근 광양제철소나 하동화력발전소 등지에 잡부로 일을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1990년대 초반부터 시작된 바닷물의 역류는 현재 강 하구에서 상류쪽으로 20여㎞ 지점인 광양시 다압면 신원리까지 집어 삼켰다. 이 곳 염분농도는 바다의 평균 염분농도 30~32‰(퍼밀ㆍ1퍼밀은 1,000분의 1)에 육박하는 26‰로, 이미 민물생태계는 파괴된 상태다. 이 때문에 강 중류에 있던 다압취수장도 상류쪽으로 4.6㎞ 올라가 새로 지어 이전했다.

바닷물이 섬진강을 거슬러 북상하는 것은, 강 하구와 연결된 광양만에 광양제철소와 율촌산업단지 부지 매립으로 수위가 41㎝ 높아지고 자치단체의 무분별한 골재 채취로 강 바닥이 2m 정도 낮아지면서 해수 유입량이 증가한 반면 주암댐 건설 등으로 섬진강 수량이 줄어든 탓이다.

실제 2003년 당시 건설교통부의 섬진강 수계 하천정비기본계획에 따르면 주암댐 건설 이후 강 중류인 경남 하동읍 송정지점의 초당 유입량이 98㎥에서 49㎥로 절반이나 줄었다.

게다가 현재 다압취수장이 하루 28만 톤의 섬진강 물을 뽑아올리고 있지만 주암댐과 섬진강댐에서 하천 유지용수를 흘려보내는 양은 1일 19만여 톤에 불과하다.

초당대 환경보건학과 조기안 교수는 "섬진강이 물을 주암댐과 취수장 등에 빼앗기면서 늘 수량 부족으로 허덕이고 있다"며 "강물이 마르면서 바닷물이 올라와 농어업 피해가 속출하는 만큼 한국수자원공사와 광양제철 등은 당장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런데도 관계 기관들은 뒷짐만 지고 있다. 수자원공사는 2006년 4월 섬진강 주민들과 섬진강 환경영향 및 농ㆍ어업 피해 조사를 하기로 합의해 놓고도 3년째 연구용역발주도 하지 않고 있다.

포스코 광양제철도 광양만권 부지 매립으로 인한 수위상승 등 섬진강 피해를 인정하면서도 주민들의 대책 마련 요구에는 귀를 막고 있다. 심지어 영산강유역 환경관리청은 섬진강 바다화와 염해 피해 실태 등에 대해 "우리는 잘 모른다. 전문가인 초당대 (조기안) 교수에게 물어보라"는 황당한 답변만 늘어놓았다.

광양 진월면 선소리 이기태(53)씨는 "주민들이 10년 넘게 염해 피해를 호소하고 섬진강 살리기에 나설 것을 요구했는데도 책임 지고 나서는 곳 하나 없다"며 "지금껏 제대로 된 섬진강 환경피해실태 조사도 한 번 없었다는 게 말이 되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결국 참다 못한 섬진강 주민들이 포스코와 수자원공사 등을 상대로 '전면전'을 선포했다. 섬진강 바다화 방지와 염해 피해 대책 등을 촉구하는 대규모 상경 시위를 벌이기로 한 것.

영호남 농어민 염해 피해 대책위원회 김영현 상임대표는 "섬진강 바다화로 인해 생계를 위협 받고 있는 광양과 하동 지역 농어민들은 줄잡아 10개 읍ㆍ면ㆍ동 3만여 명에 달한다"며 "8일 포스코 본사 앞 시위를 시작으로 전면투쟁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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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기획] 시간도 느리게 흐르는 '슬로시티'를 아시나요
아시아 첫 슬로시티들의 겨울풍경

사진·글= 홍인기기자 hongi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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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엄쉬엄 - 슬로시티(slow city)로 지정된 전남 완도군 청산도에서 햇살이 따스한 오후 밭일을 끝낸 할아버지 한 분이 농기구를 지게에 지고 골목길을 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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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엄쉬엄 - 슬로시티(slow city)로 지정된 전남 완도군 청산도에서 햇살이 따스한 오후 밭일을 끝낸 할아버지 한 분이 농기구를 지게에 지고 골목길을 지나고 있다.




구불구불 - 완도군 청산도에서 한 농부가 다랑이논 사이에 나있는 좁은 길을 따라 경운기를 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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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엄쉬엄 - 슬로시티(slow city)로 지정된 전남 완도군 청산도에서 햇살이 따스한 오후 밭일을 끝낸 할아버지 한 분이 농기구를 지게에 지고 골목길을 지나고 있다.




무럭무럭 - 장흥군 유치면 가지산의 소나무 숲사이에서 마을 주민이 표고버섯을 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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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럭무럭 - 장흥군 유치면 가지산의 소나무 숲사이에서 마을 주민이 표고버섯을 따고 있다.




하늘하늘 - 신안군 증도에서 바닷물이 빠지자 살아 있는 갯벌이 멋진 자태를 드러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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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하늘 - 신안군 증도에서 바닷물이 빠지자 살아 있는 갯벌이 멋진 자태를 드러내고 있다.




따끈따끈 - 담양군 창평면 삼지천마을에서 아궁이에 장작불을 지펴 전통 쌀엿을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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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끈따끈 - 담양군 창평면 삼지천마을에서 아궁이에 장작불을 지펴 전통 쌀엿을 만들고 있다.



슬로시티(slow city)를 아시나요?

잿빛 하늘의 서울을 떠나 쉬지 않고 4시간 반 정도 차로 달려 도착한 전남 담양군 삼지천마을. 구불구불 골목길에 오래된 돌담들이 도심에서 온 객을 정겹게 맞이한다.

"광주 사는 딸애가 전화해 좋은데 살응께 부럽다고 하는디 난 40년간 여서 살았지만 다른게 없당께." 라며 이 마을에 사는 윤애영(71) 할머니는 마당텃밭의 배추를 뽑으며 담담한 미소를 짓는다.

아시아 최초로 전남의 4개 지역인 담양군 창평면 삼지천마을, 장흥군 유치면, 완도군 청산도, 신안군 증도가 슬로시티 국제연맹에 가입을 신청해 지난해 12월 인증 받았다.

슬로시티는 '전통을 슬기롭게 보전하고 주민 중심의 생태주의를 표방하면서 느림의 미학을 기반으로 지속적인 발전과 진화를 추구해 나가는 도시' 라는 뜻이다. 이는 단순히 과거로의 회귀가 아니며, 급하고 획일적이며 생산성에 매달리는 생활에서 벗어나 천천히 여유를 가지고 자연과 인간의 삶의 조화 속에서 지속 가능한 발전을 추구하는 것이다.

. 1999년 10월에 슬로푸드 운동을 펼치던 이탈리아의 포시타노를 비롯한 4개의 작은 도시 시장들이 모여 슬로시티를 선언하면서 시작된 이 운동은 현재 세계 10여개국 100여개 도시가 가입돼 있다.


슬로시티 가입은 인구가 5만명 이하이고 도시와 주변 환경을 고려한 환경정책 실시, 유기농 식품의 생산과 소비, 전통 음식과 문화 보존 등의 까다로운 조건을 충족해야 하며 구체적 사항으로 친환경적 에너지 개발, 차량통행 제한 및 자전거 이용, 나무 심기, 패스트푸드 추방 등을 실천해야 한다.

담양군 창평면 삼지천 마을은 예전부터 보존된 돌담길과 한옥 문화 그리고 전통적인 한과와 쌀엿 만들기, 장흥군 유치면은 아름다운 자연휴양림과 지렁이 농법 및 소나무 숲속의 표고버섯 재배 등 친환경 농업, 완도군 청산도는 섬의 전통 농경문화인 구들장 논과 다랑어 논 및 인근 바다에서 맨몸으로 물질을 하는 해녀들의 생활모습, 신안군 증도는 여의도 4배 면적의 염전과 살아 있는 갯벌 및 자전거 이용 가능한 교통시스템 등이 주목을 받아 슬로시티에 지정되었다.

8년간의 부단한 노력으로 이탈리아의 그레베인 키안티가 전통적인 삶과 자연환경을 활용해 세계적인 관광지로 변모한 후 도시보다 삶의 질과 만족도가 높고 경제적 수입도 훨씬 나아졌듯이 이제 1년이 지난 전남 4개 지역의 슬로시티들도 지역적 특수성을 바탕으로 도시화가 아닌 전통이 살아 숨쉬는 마을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아침 지하철 훈남~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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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집 2008-12-08 14: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가본 청산도가 있네요.
참 좋은 곳, 12월중에 한 번 더 가볼 예정이랍니다.

달빛푸른고개 2008-12-09 08: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꼭 가보고 싶은 곳이군요.
 

역사교사들 ‘교과서 사수작전’
추천 거부·서명운동·1인시위…
 
 
한겨레 김소연 기자
 








 
“고작 2시간 교장 연수로…”
“정권 바뀌었다고 뿌리 흔드나”
학운위서 호소·교육청 민원


서울·부산·강원 지역 등의 일선 고교에서 교육청의 압력으로 <한국근·현대사> 교과서 재선정이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역사교사들이 “두 시간 동안의 교장 연수가 수십 년을 쌓아온 역사교사들의 전문성을 무너뜨리고 있다”며 ‘교과서 지키기’에 나서고 있다.

서울 강남구 경기여고에서는 역사교사들이 교사들의 정당한 권한을 활용해 교과서 재선정을 무산시켰다. 교장이 서울시교육청이 연 ‘좌편향 교과서 바로잡기’ 연수에 다녀온 뒤 곧바로 교과서를 바꾸기 위한 절차에 들어갔지만, 이 학교 역사교사 5명도 발빠르게 움직였다. 회의를 열어 교과서 재선정에 반대하기로 의견을 모은 교사들은 학교운영위원회에 새로운 교과서를 추천하지 않는 방법으로 교과서 재선정 작업을 막아내기로 했다. 교과서를 다시 선정하려면 1단계로 해당 교과 교사들이 3종의 교과서를 선정해 학운위에 넘겨야 한다는 검정도서 선정 절차를 역으로 이용한 것이다.

이들은 3종의 교과서를 선정하지 않고, 대신 전체 교사를 상대로 교과서 재선정 반대 서명을 받아 50여명이 넘는 교사들의 참여를 이끌어 냈다. 하지만 학교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학운위에 교과서 변경 안건을 상정했다. 역사교사들은 학운위에 참관해 다시 한번 교과서 재선정의 부당함을 호소했다. 결국 학운위는 “교과서를 변경하지 않겠다”는 결론을 냈고, 교장도 이 결과를 2일 교육청에 통보했다. 이지현 교사(역사)는 “정권이 바뀌었다고 교과서를 다시 선정한다는 것은 민주주의를 뿌리째 흔드는 행위”라며 “겨우 재선정을 막아냈는데 결국 교과서가 대폭 수정된다고 하니 참담하다”고 말했다.

강원 ㅂ여고도 비슷한 경우다. 이 학교 교장은 지난달 24일 “교과서를 재선정해 도교육청에 보고해야 한다”며 역사교사들에게 협조를 요청했다. 이에 교사들은 “학교에서 자율적으로 결정해야 할 교과서 선정을 교육청에서 지시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며 반대했다. 하지만 교장은 곧바로 학운위를 열어 교과서 재선정을 위한 표결을 진행했고, 표결 결과 기권 1명, 반대 2명, 찬성 9명으로 가결됐다. 교사들은 포기하지 않고 학기가 시작되기 6개월 전에 교과서를 선정하도록 한 ‘교과용 도서에 관한 규정’ 및 검정도서 선정 절차 위반 등을 이유로 도교육청에 민원을 제기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결국 교장은 재선정 결정을 철회했다.

물론 성공사례만 있는 것은 아니다. 부산 부흥고 홍혜숙 교사(역사)는 “교육자의 양심으로 그냥 두고 볼 수는 없다”며 학교에서 닷새 동안 1인 시위를 했으나, 역사교과서 재선정을 막지는 못했다.

윤종배 전국역사교사모임 회장은 “교과서 수정과 재선정, 서울시교육청의 현대사 특강 등을 보면 우리 사회의 보편적인 상식이 무너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교사로서의 전문성을 지키기 위해 교과서 재선정을 막는 데 온 힘을 쏟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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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순위의 재구성] <1> 추격자 수익률 '추격불허 1위'
영화 '우생순' 은메달
최고 흥행작 '놈놈놈' 수익률은 8위… '모던보이' 수익률 최저


라제기 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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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이다. 한 해를 마무리해야 할 시점이다. 한국일보 문화부는 관객 동원이나 시청률, 음반 판매량 등의 단순 수치를 넘어선 '2008 순위의 재구성' 시리즈를 통해 올해 대중문화의 진정한 강자를 꼽아본다. 첫 대상은 충무로. 올해 개봉된 영화 중 관객 동원 1~30위의 영화를 대상으로, 수익률 분석을 통해 흥행 순위를 재구성했다.

■ 가장 장사 잘한 영화는 '추격자'

올해 가장 장사를 잘한 영화는 나홍진 감독의 '추격자'였다. 상반기 최고 히트작인 '추격자'의 순제작비는 37억원, 마케팅비 등을 포함하면 총 60억원이 들었다.

영화진흥위원회 집계에 따르면 '추격자'의 매출액은 총제작비의 5.6배인 339억4,200만원에 달했다. 극장이 영화관람료 수입 50%를 가져가는 영화계 관례를 따지면 '추격자'의 순수 수입은 170억원에 이른다.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도 알짜 장사를 했다. 총제작비 54억원으로 5배 가까운 261억4,200만원을 벌어들여 '추격자'의 뒤를 이었다. 문소리와 김정은 등 출연 배우들의 열연과 임순례 감독의 연출력이 어우러진 결과. 때마침 불었던 핸드볼 바람도 흥행에 훈풍으로 작용했다.

3위는 여름 막바지 극장가를 점령한 '고死: 피의 중간고사'가 차지했다. 주연 이범수가 평소 10분의 1 수준의 개런티를 받았다고 해 화제를 모았던 이 영화는 흥행에서도 짠돌이 정신을 강력하게 발휘했다.


총제작비 25억원을 지렛대로 103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매출액 대비 수익률이 412%다. 관객 동원으로만 따질 때 '고死: 피의 중간고사'의 순위는 9위에 그친다.

수익률 4위는 410%를 기록한 강우석 감독의 '강철중: 공공의적 1-1'이 차지했다. 관객 동원 순위 14위에 그친 '영화는 영화다'(386%)가 5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영화는 영화다'는 불황의 수렁에 빠진 충무로에 제작비 절감의 적절한 성공 모델을 제시했다는 점에서도 큰 의미를 가진다.

■ '님은 먼 곳에' '모던 보이' 빛 좋은 개살구

매출액 덩치는 컸지만 정작 수익률은 낮은 빛 좋은 개살구 식 영화도 있었다. 대표적인 영화가 관객 동원(181만명) 7위를 차지한 '님은 먼 곳에'. 총제작비 100억원이 투입된 '님은 먼 곳에'는 134억9,500만원의 매출을 올려 수익률 118%에 그쳤다.

극장과의 분배를 감안하면 제작비의 절반 가량만을 건진 셈이다. 흥행 순위(208만명) 6위 '눈에는 눈 이에는 이'도 수익률(178%) 순위 10위권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올해 최고 흥행작인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도 이름값을 못했다. 수익률 229%로 8위다. 200억원의 총제작비를 들여 459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는데, 제작사와 투자배급사에 떨어진 돈이 230억원 정도로 순 수익은 30억원에 불과했다. 일각에서 총제작비가 더 들었을 거라는 추측도 제기돼 실제 수익률이 더 낮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수치상 수익률이 가장 낮은 영화라는 불명예는 '모던 보이'가 떠안았다. 총제작비 96억원으로 추정되는 '모던 보이'는 49억9,920만원밖에 벌지 못했다. '고고70'(총제작비 66억원, 매출액 38억6,400만원)과 '울학교 이티'(총제작비 50억원, 매출액 41억5,700만원)도 바닥권의 수익률을 보였다.

뜬 별 - 하정우 추격자 등 3편서 활약… 김남길 팔색조 변신 눈길



하정우, 소지섭, 김남길, 손예진(왼쪽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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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정우, 소지섭, 김남길, 손예진(왼쪽부터)



올해를 통틀어 스크린에서 가장 돋보인 배우는 하정우를 꼽아야 할 것이다. 상반기 최고 인기를 누린 화제작 '추격자'에서 속내를 알 듯 모를 듯한 연쇄살인범 역을 '치가 떨릴 정도로' 소화해내 대중에게 이름 석 자를 확실히 각인시킨 그는, 이어 전도연과 호흡을 맞춘 '멋진 하루'도 자신의 영화로 만들었다.

2003년 '마들렌'으로 데뷔한 그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존재가 미미한 배우에 속했지만, 올해에만 '비스티보이즈'까지 3편의 영화를 찍는 등 가장 바쁜 남자 배우로 떠올랐다.

'영화는 영화다'의 소지섭과 강지환도 TV용 배우라는 이미지를 지우고 스크린을 장악할 수 있는 연기파 배우로 인정받는 수확을 거뒀다. 특히 소지섭은 군복무의 공백기를 딛고 컴백에 성공했다.

은근히 자기 영역을 넓힌 또 다른 남자 배우는 김남길이다. 그동안 드라마 등에서 별반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던 그는 '강철중'에서는 악당으로, '모던 보이'에서는 냉철한 일본 검사로, '미인도'에서 순박한 연인으로 다채로운 변신을 보여주었다. 앞으로의 가능성에 대한 기대를 더 크게 만든 것이다.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의 세 주연배우 정우성 이병헌 송강호는 스타일리시한 영화에서 나름대로 자신의 이미지를 구현했지만 남는 장사를 한 것은 이병헌 정도다. 이 영화로 칸영화제에서 관심을 모은 이병헌은 할리우드 영화 'G.I. 조'에 출연하는 등 해외 진출의 발판을 마련했다.

반면 여배우들은 2년째 기근이라고 할 정도로 뜬 별이 드물다. 자신의 이미지를 십분 살린 손예진('아내가 결혼했다')이 그나마 유일하게 주목받았고 신인 중에는 '과속스캔들'의 박보영이 눈길을 끌었다. 주연이었지만 공효진('미쓰 홍당무') 김혜수 박해일(이상 '모던 보이')은 흥행성적과 캐릭터의 한계로 크게 남는 장사는 못 했다는 평가.

대신 나홍진('추격자') 이경미('미쓰 홍당무') 장훈('영화는 영화다') 등 신인 감독들이 대거 인정받은, '신인 감독의 해'였다.


김희원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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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핑몰 한층에 손님은 1명뿐”









지난달 29일 서울 동대문운동장 인근의 한 대형 쇼핑몰 의류 매장. 일주일 가운데 가장 북적거릴 토요일 오후인데도 인적이 드물었다. 상인들이 입점하지 않아 군데군데 텅 비어 있다. 김재명 기자
자영업자들 ‘눈물의 겨울’ 르포

마이너스 대출로 종업원 임금 줬지만 임차료 막막”

스커트 5000원에 팔아도 주말 동대문 쇼핑가 썰렁


지난달 24일 오후 8시 서울 종로구 수송동의 A쌈밥식당. 저녁식사 시간인데도 70여 석의 홀엔 손님이 한 사람도 없었다.

주인 배모(54·여) 씨는 “9월 8일 문을 열었는데 하루 매상이 30만 원도 안 된다. 종업원 임금은 마이너스 통장으로 대출을 받아 줬지만 두 달째 임차료를 못 냈다. 상점 주인이 곧 내용증명을 보낸다고 한다”고 말했다.

경기침체로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으면서 자영업자들은 막다른 골목으로 몰리고 있다. 한국음식업중앙회에 따르면 올해 들어 10월 말까지 전국에서 4만6788개의 식당이 폐업했고 15만1767개의 식당이 휴업했다.

○ 식당, 술집 등 생존 기로

배 씨가 내민 장부에는 요즘 자영업자의 실상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10월 총매상은 956만3000원. 채소 쌀 고기 물수건 등 각종 재료비 983만4300원, 인건비 233만 원, 임차료 180만 원, 관리비 및 전기·가스·수도요금 80만 원을 더하니 총경비가 1476만4300만 원. 520만1300원이 적자였다.

배 씨는 장부의 각 장 위쪽에 ‘지출 줄이기’ ‘지출 줄이고 정신 차리기’라는 문구를 볼펜으로 꾹꾹 눌러 써 놓았다.

서울 중구 무교동의 한 낙지음식점 주인 김모(64·여) 씨는 “가격표만 보고 나가는 손님이 많아졌다”며 “지난해 9명이었던 종업원을 하나 둘 내보내 지금은 5명뿐”이라고 말했다. 김 씨는 주방장까지 내보내고 새벽까지 직접 식자재를 다듬다 몇 개월 전 쓰러지기도 했다.

연말 술자리가 줄어든 데다 회식을 해도 2차를 안 가는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술집도 매출에 타격을 받고 있다. 서울 중구의 한 주점 주인은 “10월에는 적자가 났고 지난주에는 사흘 동안 손님이 없었다. 연말 특수도 없다”며 한숨을 쉬었다.

○ “연말 특수도 없다” 한숨

지난달 28일 오후 8시 반 서울 동대문운동장 인근의 대형 쇼핑몰 밀리오레. 동대문 의류 쇼핑몰을 대표하는 이곳은 주말 저녁임에도 예전에 비해 눈에 띄게 한산했다.

2층 여성복 매장에 앉아 있던 김모(54·여) 씨는 “딸(28)이 운영하는 가게인데 장사가 안 돼 종업원을 줄이고 내가 나와 있다”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손님이 줄어 오전 내내 한두 개밖에 못 팔 때도 있다”고 말했다.

각 매장 앞에는 ‘스커트 5000원’ ‘후드티 1만 원’ 등 저가()를 강조하는 광고 문구가 요란했다. 비어 있는 점포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다른 쇼핑몰은 더 심했다. 이날 오후 9시경 동대문 최초의 백화점식 쇼핑몰을 표방한 케레스타(옛 거평프레야)를 방문했더니 4층 남성복 매장 전체에 손님이 단 1명뿐이었다.

분양사기를 이겨내고 지난달 14일 문을 연 굿모닝시티는 상당 부분 비어 있는 층도 있었다. 주말 저녁시간임에도 8층 식당가에는 식당 수보다 손님 수가 더 적었다. 굿모닝시티 7층에서 전기전자용품을 판매하는 이모(53) 씨는 “오늘은 2만5000원짜리 전화기 한 대를 팔았다. 하루 10만 원도 벌기 힘들다”고 말했다.

○ 자영업자 고전은 구조적인 문제에 불경기가 겹친 것

한국의 자영업자 비중은 26.5%(2006년 기준)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은 수준. 또 향후 경기침체도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자영업자들의 고통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손민중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원은 “경제가 고도화되면서 자영업자가 줄어드는 것이 일반적인데 한국에서는 외환위기 이후 자영업자가 크게 늘었고 그 부작용이 경기침체를 맞아 다시 불거지고 있다”며 “중장기적으로 자영업 분야의 구조조정이 예상되는 만큼 재취업을 돕는 직업훈련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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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배극인 기자 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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