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몰 한층에 손님은 1명뿐”









지난달 29일 서울 동대문운동장 인근의 한 대형 쇼핑몰 의류 매장. 일주일 가운데 가장 북적거릴 토요일 오후인데도 인적이 드물었다. 상인들이 입점하지 않아 군데군데 텅 비어 있다. 김재명 기자
자영업자들 ‘눈물의 겨울’ 르포

마이너스 대출로 종업원 임금 줬지만 임차료 막막”

스커트 5000원에 팔아도 주말 동대문 쇼핑가 썰렁


지난달 24일 오후 8시 서울 종로구 수송동의 A쌈밥식당. 저녁식사 시간인데도 70여 석의 홀엔 손님이 한 사람도 없었다.

주인 배모(54·여) 씨는 “9월 8일 문을 열었는데 하루 매상이 30만 원도 안 된다. 종업원 임금은 마이너스 통장으로 대출을 받아 줬지만 두 달째 임차료를 못 냈다. 상점 주인이 곧 내용증명을 보낸다고 한다”고 말했다.

경기침체로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으면서 자영업자들은 막다른 골목으로 몰리고 있다. 한국음식업중앙회에 따르면 올해 들어 10월 말까지 전국에서 4만6788개의 식당이 폐업했고 15만1767개의 식당이 휴업했다.

○ 식당, 술집 등 생존 기로

배 씨가 내민 장부에는 요즘 자영업자의 실상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10월 총매상은 956만3000원. 채소 쌀 고기 물수건 등 각종 재료비 983만4300원, 인건비 233만 원, 임차료 180만 원, 관리비 및 전기·가스·수도요금 80만 원을 더하니 총경비가 1476만4300만 원. 520만1300원이 적자였다.

배 씨는 장부의 각 장 위쪽에 ‘지출 줄이기’ ‘지출 줄이고 정신 차리기’라는 문구를 볼펜으로 꾹꾹 눌러 써 놓았다.

서울 중구 무교동의 한 낙지음식점 주인 김모(64·여) 씨는 “가격표만 보고 나가는 손님이 많아졌다”며 “지난해 9명이었던 종업원을 하나 둘 내보내 지금은 5명뿐”이라고 말했다. 김 씨는 주방장까지 내보내고 새벽까지 직접 식자재를 다듬다 몇 개월 전 쓰러지기도 했다.

연말 술자리가 줄어든 데다 회식을 해도 2차를 안 가는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술집도 매출에 타격을 받고 있다. 서울 중구의 한 주점 주인은 “10월에는 적자가 났고 지난주에는 사흘 동안 손님이 없었다. 연말 특수도 없다”며 한숨을 쉬었다.

○ “연말 특수도 없다” 한숨

지난달 28일 오후 8시 반 서울 동대문운동장 인근의 대형 쇼핑몰 밀리오레. 동대문 의류 쇼핑몰을 대표하는 이곳은 주말 저녁임에도 예전에 비해 눈에 띄게 한산했다.

2층 여성복 매장에 앉아 있던 김모(54·여) 씨는 “딸(28)이 운영하는 가게인데 장사가 안 돼 종업원을 줄이고 내가 나와 있다”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손님이 줄어 오전 내내 한두 개밖에 못 팔 때도 있다”고 말했다.

각 매장 앞에는 ‘스커트 5000원’ ‘후드티 1만 원’ 등 저가()를 강조하는 광고 문구가 요란했다. 비어 있는 점포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다른 쇼핑몰은 더 심했다. 이날 오후 9시경 동대문 최초의 백화점식 쇼핑몰을 표방한 케레스타(옛 거평프레야)를 방문했더니 4층 남성복 매장 전체에 손님이 단 1명뿐이었다.

분양사기를 이겨내고 지난달 14일 문을 연 굿모닝시티는 상당 부분 비어 있는 층도 있었다. 주말 저녁시간임에도 8층 식당가에는 식당 수보다 손님 수가 더 적었다. 굿모닝시티 7층에서 전기전자용품을 판매하는 이모(53) 씨는 “오늘은 2만5000원짜리 전화기 한 대를 팔았다. 하루 10만 원도 벌기 힘들다”고 말했다.

○ 자영업자 고전은 구조적인 문제에 불경기가 겹친 것

한국의 자영업자 비중은 26.5%(2006년 기준)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은 수준. 또 향후 경기침체도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자영업자들의 고통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손민중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원은 “경제가 고도화되면서 자영업자가 줄어드는 것이 일반적인데 한국에서는 외환위기 이후 자영업자가 크게 늘었고 그 부작용이 경기침체를 맞아 다시 불거지고 있다”며 “중장기적으로 자영업 분야의 구조조정이 예상되는 만큼 재취업을 돕는 직업훈련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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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배극인 기자 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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