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순위의 재구성] <1> 추격자 수익률 '추격불허 1위'
영화 '우생순' 은메달
최고 흥행작 '놈놈놈' 수익률은 8위… '모던보이' 수익률 최저


라제기 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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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이다. 한 해를 마무리해야 할 시점이다. 한국일보 문화부는 관객 동원이나 시청률, 음반 판매량 등의 단순 수치를 넘어선 '2008 순위의 재구성' 시리즈를 통해 올해 대중문화의 진정한 강자를 꼽아본다. 첫 대상은 충무로. 올해 개봉된 영화 중 관객 동원 1~30위의 영화를 대상으로, 수익률 분석을 통해 흥행 순위를 재구성했다.

■ 가장 장사 잘한 영화는 '추격자'

올해 가장 장사를 잘한 영화는 나홍진 감독의 '추격자'였다. 상반기 최고 히트작인 '추격자'의 순제작비는 37억원, 마케팅비 등을 포함하면 총 60억원이 들었다.

영화진흥위원회 집계에 따르면 '추격자'의 매출액은 총제작비의 5.6배인 339억4,200만원에 달했다. 극장이 영화관람료 수입 50%를 가져가는 영화계 관례를 따지면 '추격자'의 순수 수입은 170억원에 이른다.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도 알짜 장사를 했다. 총제작비 54억원으로 5배 가까운 261억4,200만원을 벌어들여 '추격자'의 뒤를 이었다. 문소리와 김정은 등 출연 배우들의 열연과 임순례 감독의 연출력이 어우러진 결과. 때마침 불었던 핸드볼 바람도 흥행에 훈풍으로 작용했다.

3위는 여름 막바지 극장가를 점령한 '고死: 피의 중간고사'가 차지했다. 주연 이범수가 평소 10분의 1 수준의 개런티를 받았다고 해 화제를 모았던 이 영화는 흥행에서도 짠돌이 정신을 강력하게 발휘했다.


총제작비 25억원을 지렛대로 103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매출액 대비 수익률이 412%다. 관객 동원으로만 따질 때 '고死: 피의 중간고사'의 순위는 9위에 그친다.

수익률 4위는 410%를 기록한 강우석 감독의 '강철중: 공공의적 1-1'이 차지했다. 관객 동원 순위 14위에 그친 '영화는 영화다'(386%)가 5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영화는 영화다'는 불황의 수렁에 빠진 충무로에 제작비 절감의 적절한 성공 모델을 제시했다는 점에서도 큰 의미를 가진다.

■ '님은 먼 곳에' '모던 보이' 빛 좋은 개살구

매출액 덩치는 컸지만 정작 수익률은 낮은 빛 좋은 개살구 식 영화도 있었다. 대표적인 영화가 관객 동원(181만명) 7위를 차지한 '님은 먼 곳에'. 총제작비 100억원이 투입된 '님은 먼 곳에'는 134억9,500만원의 매출을 올려 수익률 118%에 그쳤다.

극장과의 분배를 감안하면 제작비의 절반 가량만을 건진 셈이다. 흥행 순위(208만명) 6위 '눈에는 눈 이에는 이'도 수익률(178%) 순위 10위권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올해 최고 흥행작인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도 이름값을 못했다. 수익률 229%로 8위다. 200억원의 총제작비를 들여 459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는데, 제작사와 투자배급사에 떨어진 돈이 230억원 정도로 순 수익은 30억원에 불과했다. 일각에서 총제작비가 더 들었을 거라는 추측도 제기돼 실제 수익률이 더 낮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수치상 수익률이 가장 낮은 영화라는 불명예는 '모던 보이'가 떠안았다. 총제작비 96억원으로 추정되는 '모던 보이'는 49억9,920만원밖에 벌지 못했다. '고고70'(총제작비 66억원, 매출액 38억6,400만원)과 '울학교 이티'(총제작비 50억원, 매출액 41억5,700만원)도 바닥권의 수익률을 보였다.

뜬 별 - 하정우 추격자 등 3편서 활약… 김남길 팔색조 변신 눈길



하정우, 소지섭, 김남길, 손예진(왼쪽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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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정우, 소지섭, 김남길, 손예진(왼쪽부터)



올해를 통틀어 스크린에서 가장 돋보인 배우는 하정우를 꼽아야 할 것이다. 상반기 최고 인기를 누린 화제작 '추격자'에서 속내를 알 듯 모를 듯한 연쇄살인범 역을 '치가 떨릴 정도로' 소화해내 대중에게 이름 석 자를 확실히 각인시킨 그는, 이어 전도연과 호흡을 맞춘 '멋진 하루'도 자신의 영화로 만들었다.

2003년 '마들렌'으로 데뷔한 그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존재가 미미한 배우에 속했지만, 올해에만 '비스티보이즈'까지 3편의 영화를 찍는 등 가장 바쁜 남자 배우로 떠올랐다.

'영화는 영화다'의 소지섭과 강지환도 TV용 배우라는 이미지를 지우고 스크린을 장악할 수 있는 연기파 배우로 인정받는 수확을 거뒀다. 특히 소지섭은 군복무의 공백기를 딛고 컴백에 성공했다.

은근히 자기 영역을 넓힌 또 다른 남자 배우는 김남길이다. 그동안 드라마 등에서 별반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던 그는 '강철중'에서는 악당으로, '모던 보이'에서는 냉철한 일본 검사로, '미인도'에서 순박한 연인으로 다채로운 변신을 보여주었다. 앞으로의 가능성에 대한 기대를 더 크게 만든 것이다.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의 세 주연배우 정우성 이병헌 송강호는 스타일리시한 영화에서 나름대로 자신의 이미지를 구현했지만 남는 장사를 한 것은 이병헌 정도다. 이 영화로 칸영화제에서 관심을 모은 이병헌은 할리우드 영화 'G.I. 조'에 출연하는 등 해외 진출의 발판을 마련했다.

반면 여배우들은 2년째 기근이라고 할 정도로 뜬 별이 드물다. 자신의 이미지를 십분 살린 손예진('아내가 결혼했다')이 그나마 유일하게 주목받았고 신인 중에는 '과속스캔들'의 박보영이 눈길을 끌었다. 주연이었지만 공효진('미쓰 홍당무') 김혜수 박해일(이상 '모던 보이')은 흥행성적과 캐릭터의 한계로 크게 남는 장사는 못 했다는 평가.

대신 나홍진('추격자') 이경미('미쓰 홍당무') 장훈('영화는 영화다') 등 신인 감독들이 대거 인정받은, '신인 감독의 해'였다.


김희원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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