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려라, 아비
김애란 지음 / 창비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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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지난 연말부터 올해초까지 문단에서 가장 주목받은 작가 김애란.  문단에 '80년대 작가가 화려하게 등장했다'는 수사들은 그만큼 (젊은 나이가 아닐 수도 있는) 70년대 이후의 주목받는 작가가 드물었다는 측면에서는 새로움에 대한 기대를 '과분하게' 받고 있다는 측면이 강하다고 보인다. 결국 작품으로 그 새로움을 확인해 볼 일이다.

'누가 뭐라 하건 소설은 문체입니다. 문체가 있어야 소설이 직립하고, 문체가 있어야 소설에 진행이 생깁니다. 주제와 구성이 통시대적이라면, 문체는 무엇보다 당대적입니다.' ([빠삐용의 책 읽기],137)

이 책을 소개하는 김광일씨의 기사가 상기시키는 바대로 이 소설의 문체는 나처럼 기존의 고전적 독서경험에 익숙한 독자들에게는 상당히 이질적이다. 호흡의 속도..

9편의 단편집인데, 등단작이라 할 수 있는 <노크하지 않는 집>과 <달려라 아비>가 인상에 남는다. 전체적으로 화자의 환경이나 전개가 (미리 예측가능할 정도로) 유사하지만, 이를 평가의 잣대로 삼기는 어렵다. 이제 문단에 새롭게 하나의 물음표로서 작용하기 시작했으니... 부러 '해설'을 읽지 않고, 다음 책을 기다려본다. 또한 천운영과 김애란 사이의 간극이 무엇인지도 되새겨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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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삐용의 책읽기 - 김광일의 책 읽어주는 남자, 하나
김광일 지음 / 생각의나무 / 2006년 2월
품절


물론, 저자의 글(한네스 슈타인, [반 지성 독트린: 생각 없이 살기])은 패러디입니다. 참된 지성이란 '도구적 사슬'을 끊어내는 것이라고 말하고 싶은 것인지도 모릅니다. 도구적 사슬이란 뭡니까. '단지 외부로부터 어떤 통로를 거쳐 내 머릿속으로 들어와 저절로 자기들끼리 희희낙락하며 편안하게 머리 안을 흘러 다니다 때때로 어느 포털 사이트 게시판쯤에 방출되는 점액질의 이미지와 말들'(역자서문)이 아니겠습니까. 삿된 머리 굴리기로 해골 복잡하게 만드는, 스팸 같은 인포메이션들 말입니다. -5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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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
포리스트 카터 지음, 조경숙 옮김 / 아름드리미디어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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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이 책의 국내 초판 발행은 1996년의 일이다.(미국에서의 초판 발행은 1977년) 국내 출간 이후 지금도 베스트셀러에 항상 랭크되어 있는 책이다.(그러한 책들 몇 권을 기억나는 대로 읊조려보면, [상실의 시대](하루키, 문학사상), [목적이 이끄는 삶](신앙 관련), [모모](이 책은 드라마 덕에 최근에 다시 인기가 있는 책), 그리고 [누가 내 머리에 똥 쌌어?], [사과가 쿵], [강아지똥] 등등의 (자녀교육용) 유아그림책...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이라는 작품은 내 짐작으로는 앞으로 꽤 오랜 시간이 지나도 꾸준히 지금의 관심이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분명 그럴 것이고, 좀더 적극적으로는(^^) 그래야 할 책이다.

기억하시는지, 다음 문장...

'인디언은 우의의 표시로 손바닥을 펴서 들어올려 보인다. 아무 무기도 갖고 있지 않다는 뜻이다. 할아버지의 눈에는 충분히 이치에 맞는 이 행위가 백인들에게는 우스꽝스럽게 비치곤 했다. 백인들은 악수로 같은 뜻을 표현하지만, 악수라는 것은 감칠 듯이 다정한 말을 입에 올리면서도 친구라고 하는 상대가 혹시라도 소매 속에 총을 숨기고 있을까봐 그것을 떨어뜨리기 위해 흔들어대는 행위라는 게 할아버지의 주장이셨다. 할아버지는 악수를 좋아하지 않는다. 일단 친구라고 생각한 상대를 의심하며 소매에서 뭔가를 떨어뜨리려는 사람이 좋게 보일 리 없었던 것이다.'(194)

 

어디 이뿐인가? 장면장면마다 세상과 사물, 그리고 관계에 대해 (할아버지 할머니로부터 손자에게 전승되는) 그 놀라운 지혜들이란...

 

'그런 사람들은 살아 있어도 죽은 사람이 되고 만다. 할머니는 어디서나 쉽게 죽은 사람들을 찾아낼 수 있다고 하셨다. 여자를 봐도 더러운 것만 찾아내는 사람, 다른 사람들에게서 나쁜 것만 찾아내는 사람, 나무를 봐도 아름답다고 여기지 않고 목재와 돈덩어리로만 보는 사람, 이런 사람들이 죽은 사람들이었다. 할머니 말씀에 따르면 그런 사람들은 걸어다니는 죽은 사람들이었다.

영혼의 마음은 근육과 비슷해서 쓰면 쓸수록 더 커지고 강해진다. 마음을 더 크고 튼튼하게 가꿀 수 있는 비결은 오직 한 가지, 상대를 이해하는 데 마음을 쓰는 것뿐이다.'(102)

 

아메리카 대륙에서 마야문명이나 인디오문명은 문명개화의 속도가 달라 결국 식민지화된 제국주의의 침탈이 가장 명징하게 드러나는 사례이다. 20세기에 들어서는 이제 자본주의 속성까지 말짱하게 드러나 테이크아웃 종이컵에 갇혀버린 '체 게바라'가 있었고, 지금도 정글에서 전 세계로 평화의 이메일을 날리고 있는 멕시코의 '마르코스'도 있다. 주변에 우리의 의식조차 강제하고 있는 이러한 '자본의 속도'를 지금 어떻게 이해해야 할 것인가?

 

혈통의 동질성이나 약자에 대한 동정이 아니라 그들을 존경하고, 우러를 수 있는 것은 그들이 이룬 문화적 성취 또는 세계관이 아닐까? 그러한 인디언의 세계관(자연관) 등이 생생히 체현된 서술로 이어지는 이 책은 그 자체로 완벽한 문화재는 아닐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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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 2006-05-06 2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뜬금없이 죄송한 이야기지만 저자에 관한 참혹한 진실입니다. 한 번 읽어보시길.

http://www.aladdin.co.kr/blog/mypaper/860902


달빛푸른고개 2006-05-08 1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자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작품과 그 작가의 생애를 등치시킬 수는 없겠지만, 일단 '자전적 요소'가 허구일 가능성은 작품의 감동을 반감시키기에 충분하네요. 특히 '논픽션' 부제가 삭제되는 과정이 있다는 내용은 미국에서도 일정한 '평가작업'이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도 있겠구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화장실과 가장 멋진 별밤 - 떠나라, 자전거 타고 지구 한바퀴 2
이시다 유스케 지음, 이성현 옮김 / 홍익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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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떠나라, 자전거 타고 지구 한바퀴'(2)... 1권인 <가보기 전엔 죽지 마라>의 후속편이라서 연속된 기록이리라는 생각에 한꺼번에 구입했는데...^^; 1권을 다 읽다보니 저자인 이시다 유스케의 자전거 여정이, 중국을 거쳐(한국에 대한 언급도 없이) 끝난 이후인지라, '또 떠났나?' 하는 생각에 짚어들었는데... 1권의 여행기록 가운데, 다시 상기할 만한 내용을 정리해놓은 것이다. 예컨대 그 여행의 에피소드 가운데 '가장 무서운 곳', '기상천외한 것들', '최고의 음식' 등... (일어 원서의 제목도 똑같은 것을 보니, 재탕이 홍익출판사의 문제는 아닌 것 같기도...^^)

'그들(시리아 국민들)의 미소와 내 모습을 비교해 보면, 나는 너무 속세에 닳아 버린 게 아닌가 하는 기분이 든다. 혹시 그러한 편견들은 미국을 비롯한 강대국들이 세계 정복을 위한 술책의 하나로 억지로 만들어 놓은 이미지가 아닐까?'(238)

여행은 사람을 지혜롭게 만든다. 이러한 일본 젊은이의 자문에 대비해볼 때 우리는 얼마나 자유로운가?

그나저나 여행기를 읽고는 왠지 들썩거리는 마음은 언제나 마찬가지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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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보기 전엔 죽지마라 - 떠나라, 자전거 타고 지구 한바퀴 1
이시다 유스케 지음, 이성현 옮김 / 홍익 / 2005년 8월
평점 :
절판


제목이 너무 강렬하다.

읽고 난 후에는 '출판사의 상업적인 판단이 과잉작용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 강렬함에 비해 내용은 기대보다 떨어진다.^^

그러나 서른 이전에 마음을 만들어, 7년간이나 전세계를 자전거로 일주하는 저자의 집념은 높이 살 만하다. 중간에 제 고향으로 돌아가 충전하는 시간도 없이, 오직 자전거 하나로 전 세계를 일주하는 진취성은 옷깃을 여미게 한다.

그러나 담아야 할 내용이 너무 벅찼기 때문에 원고나 전체적인 편집에서 독자가 따라가며 '간접경험'을 하기에는 친절하지 않다.(20대의 세계일주기에 너무 많은 것을 바라는 건 아닌지 자문해보기도..) 여행과 관련한 일차적인 정보보다는 그러한 여로를 만들어가는 청춘의 집념을 느껴보는 기억이었다.

'인간의 삶이 그럴 것이다. 인간의 삶의 행로를 여행에 비교한다면 그렇게 눈 깜짝할 사이일 것이다. 여행도 그렇듯이 지금 있는 곳에서 최선을 다하며 행복을 찾는 것, 그것이 진짜 인생다운 인생이라고 생각했다.'(269)

주제가 있는 여행이라면 아직 출간되지 않았지만, 한겨레신문에 연재되었던 홍은택의 <아메리카 자전거 횡단>이나 그밖의 많은 책들이 있을 것 같다.

일본에서는 전문적인 필자가 아닌 경우 대부분 글의 깊이가 가볍다는 '허튼' 생각을 확인한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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