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보헤미안 - 자유로운 영혼 13인의 제주 정착 리얼 다큐
김태경 지음 / 시공사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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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내는 것에서 행복은 시작된다’(버트런드 러셀, <행복의 정복, 52쪽에서 재인용>

최근에 읽은 김두식 교수의 <욕망해도 괜찮아>에서도 ‘욕망과 규범의 경계에 대한 고찰’이 화제가 되었고, 위 명구절은 삶의 과정에서 반복되어 반추되어도 좋은 만한 경구이다. 게다가 최근 우리나라에서는 명구절에 대한 실제 행동의 뚜렷한 트렌드로 ‘제주입도’...를 꼽는 것 같다. 여기 13인의 입도기는 연령을 막론하고, 이러한 길을 먼저 걸은 사람들의 생생한 체험담이 되겠다.(물론 노력에도 불구하고, 정착하지 못한 사례들은 책의 성격상 실리지 않겠고, 이는 독자들 스스로가 감안해야 하지 않을까?)

제주에 들을 기회가 있다면 하는 생각에, 이 책에서 미처 소개하지 못한, 그래서 대화 내용 가운데 확인된 분들의 소재지를 곁들여 본다.

아루요(김승민님, 유수암리, 가수 장필순님도 이미 정착함), 달그락 화덕 피자(김병수님, 노형동), 샐러드앤미미(정희경님, 유수암리), 달빛봉봉베란다(장길연님, 손은정님, 봉개동), 레이지박스(허민주님, 신계리), 바람카페(이담님, 산천단), 쫄깃센터(고필헌, 협재리), 화가 이두원님(이중섭창작센터 3층 작업실), 메이飛 카페(이혜연님, 올레6길), 음반제작사 핑크문(박경필님, 일도2동), 그리고 문화공동체 쿠키 대표 이승택님(이 분은 서울에 거주하는 것으로 사전확인하고 있음)

이들의 새로운 도전은 다음 사람들을 위해 참고가 될만한 내용이다. 그리고 다양한 학식과 인터뷰이들에 대한 깊은 애정과 인터뷰 준비 등을 통해 인터뷰어 김태경의 노고도 돋보이는 책이다. 순간순간 드러나는 섬세한 표현은 ‘여성스럽기까지!’ 이런 감탄까지 하는 순간, 마지막 장을 넘기며 사진 한 장으로 확인했다. ‘내 선입견의 문제다’

농부 이현수님을 인터뷰하면서, 저자가 서술한 다음 문장은 ‘제주에 대한 관심’에서 자못 가리워진 부분인 것 같아 옮겨본다.

‘땅을 소유하고 있는 이들은 도시나 시골이나 소수에 지나지 않는다. 정작 농사를 짓는 이들은 임대료를 주고 땅을 일구는 소작농들이 대부분. 젊은 사람들이 농사나 지어볼까 하고 시골에서 땅을 사서 내려가지만 그 땅을 일구고 있던 소작농들은 땅을 빼앗기게 되는 셈이다. 그 속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토착민들의 텃세가 있을 만하다. 그래서 이현수는 누구보다 더 열심히 인사하고, 부지런히 일한다.’(97쪽)

제주도 땅 가운데 외국인, 특히 국제적으로는 중국인들의 소유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이는 관광자원으로 개발가능성이 있는 지역에 집중된다고도 한다. 그런데, 역으로 ‘관광자원’으로 개발하기 어려운 땅이 과연 제주에 어느 정도나 될까?
그런데 그 안에 이미 현존하는 이런 문제가 있는 것이다. 누군가의 귀농으로 누군가의 소작이 떨어져나간다는 인과관계. 최소한 귀농과 관련하여 이런 이면이 있다는 점은 알고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키운 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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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해도 괜찮아 - 나와 세상을 바꾸는 유쾌한 탈선 프로젝트
김두식 지음 / 창비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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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덮는 마지막 장에 쓰인 ‘작가의 말’ 마지막 문장을 인용해본다.

‘이 책을 통해 한분의 독자라도 어제보다 조금 더 평안하고, 충만하고, 자유롭고, 남에게 마음을 여는 삶이 되었다면 저자로서 더 바랄 것이 없겠네요.’(작가의 말)

... 어찌보면 책을 펴낸 저자가 겸손한 인사말로 자주(매우 상투적으로) 쓰는 문장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책은 ‘욕망’과 ‘규범’이라는 상대적 개념을 저자 자신의 생애를 반추하면서, 저자의 마음과 몸을 샅샅이 살펴보는 방식으로, 즉 ‘내면의 고백’이라는 형식으로 쓰여진 책이다. 본인의 경험을 통해, 누구에게나 매 순간마다 부닥치는 현실을 바라보는 시각(즉 ‘사고방식’)을 전환해보라는 제안인 이 책을 덮는 순간에는 ‘저자의 소망’이 절절히 느껴진다.

일례로 대학원 학생이 ‘만약 따님이 대학에 들어가서 남자친구랑 2박 3일 여행을 간다고 해도 흔쾌히 허락하시겠느냐?’는 질문에, ‘괜찮다고 할 거다. 다만 피임은 잘 하라고 할 거다. 딸에게도 좋은 경험이 되었으면 좋겠다’...(나 역시 그런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하는 순간에 색/계의 경계가 작용한다)

여기에 실린 글들은 인터넷에 6개월간 연재된 글이다. 연재 제목은 ‘색(色, 욕망)/계(戒, 규범)’. 9개의 대주제로 구성되어 있으므로, 혹시 미리 읽으신 분이 아니면, 누구나 한 단원이라도 일독해보시길 권한다.

아래는 밑줄그어놓은 몇 구절.

‘욕망과 현실의 불일치가 경재과 폭력을 낳는다’(50쪽)(너무도 자명한 이야기지요. 한번 되새겨보시라고.. ^^)

'희생양과 자신을 동일시함으로써, 우리는 희생양 양산의 매커니즘을 깰 수 있습니다. 적어도 그 매커니즘을 폭로하는 출발점에는 설 수 있는 것입니다. 자기와 희생양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인정하고 나면, 비로소 “죄없는 자 먼저 돌로 치라”는 예수의 가르침이 우리 가슴을 울리게 됩니다. 침팬지와 나의 유사성을 받아들이는 순간, 침팬지보다 인간에 훨씬 가까운 존재가 될 수 있는 것입니다.‘(95쪽)

‘“흔히 조기교육, 영재교육이 우수한 과학자를 만들어낼 거라고 생각하잖아. 그래서 과학고도 만든 거고. 근데 그거 완전히 착각이야. 너 창의성이 뭔지 아니? 남과 다른 생각을 하는 거지. 그런데 창의성이 과학고에서 만들어질 것 같아? 전혀 아니야. 창의성이란 학교에서 배울 수 있는 기술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남과 다를 수 있는 용기’야.”(김두식 교수 친형 말씀)
‘선’을 넘어본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형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저도 점차 창의성이란 결국 선을 넘는 용기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왜 이렇게 선을 넘지 못하는지 근원을 찾다보니, 우리 사회의 한계도 알게 된 셈이죠. 선을 넘는 사람을 만들지 못하는 사회, 선을 넘는 사람의 특이함을 존중하지 못하는 사회에서 창의성 또는 노벨상이란 있을 수 없습니다.’(209쪽)

‘욕망을 부인하고 억압하면서 계속 어두운 구석으로 몰아붙이는 것보다는 욕망과 조심스럽게 대화하면서 살아가는 게 안전합니다. “욕망아, 네가 또 숨 쉴 곳을 찾는구나. 꼭 그래야만 한다면 좋은 방법을 찾아보자꾸나” 하고 살살 달래며 사는 거죠.’(289쪽)

저자에 의하면 ‘규범의 몰락’을 극명하게 보여준다는, 히틀러 최후의 14일을 그린 독일영화 <몰락>, 또는 요아힘 페스트이 집필한 <히틀러 최후의 14일>을 구해봐야겠다. 꼬리물기(생각키우기)의 즐거움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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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풍당당 - 성석제 장편소설
성석제 지음 / 문학동네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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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담과 익살이라는 성석제 소설의 특징은 이 장편 <위풍당당>(문학동네. 2012)에서도 변함없다!

저자 후기를 먼저 살펴보면, ‘이 소설은 주어진 운명으로서의 식구가 아닌, 자신이 선택해서 한 식구가 된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외부에서 부당한 간섭과 편견에 맞서 싸우며 가까이서 부대끼다 어느 결에 서로의 세포가 닿고 혈액이 섞이며 연리지처럼 한 몸이 된 사람들. 그들에게 강 같은 평화가 함께 하기를.’(260쪽)

가족과 사회..., 그리고 온갖 ‘질서’로부터의 선한 희생자들이, 버려진 드라마 세트장으로 모여든다.(그들 각자가 버려진 기억들은 우리가 현실에서 종종 겪는 일상적인 것이다) 그리고 외부의 부당한 간섭으로부터 자신들을 보호하기 위해 일대 격전을 치룬다.(스님들과 조폭들의 대결을 그린 시리즈 영화의 구조와 비슷하지만, 작가의 입담으로 얻어지는 상상의 풍요로움은 감히 비할 바가 못된다)

이 소설에는 이 땅의 구체적인 생태환경, 특히 강을 중심으로 친화적인 관계를 유지해온 동식물의 생태가 적나라하게 묘사되고 있다. 잠자리, 멧새, 호반새, 말벌, 그리고 각종 회귀성 어류들.

그런데..

‘비로소 여산의 눈에 강 상류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한다. 강의 모든 것을 때려엎을 기계 군단이다. 강과 인간이 함께한역사 수천 년을 하루아침에 바꿔버릴 중장비의 장대한 행렬이다. 여산은 정묵의 발목을 놓아버리고 강물에 뛰어든다. 강을 뒤집어쓴다. 뒤집어쓰고 몸을 담근다. 눈을 비빈다. 웅웅거리는 기계 소리는 그치지 않는다. 저 대지를 할퀴고 긁어대는 괴물의 이빨 같은 소리를 없애야만 아버지를 찾는 아들의 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 같다.’(220쪽)

4대 강의 자연생태를 무참하게 짓밟는 저 ‘기계 군단’.
성석재의 재담은 여산의 다음과 같은 일갈로 이어진다.

‘저것들하고 까대기 한판. 저 숭악하고 못생기고 개돼지만도 못한 불한당 또라이 쫄따구 빙신 쪼다 늑대 호랑말코들하고.’(221쪽)

아, 소주나 한잔 해야겠다. 이 땅에서 볼 수 없는, 아니 다시 보게 만들어야 수많은 종류의 회귀성 물고기와 생물 들을 위해... ‘보름달이 떠서 바다의 몸이 어머니의 젖처럼 부풀기’를 기다려 어도를 뛰어오르는 장어를 비롯한 수십 종류의 물고기들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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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녀석 덕분에 반올림 27
이경혜 지음 / 바람의아이들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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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골목길을 빠져나와 거리를 걷기 시작했다. 지금쯤 학원에서는 족집게 강사의 열강이 펼쳐지고 있을 것이다. 나는 연저에게 물었다.
- 넌 무슨 과를 가고 싶은데? 국문과나 영문과?
- 이 순진한 도련님아! 우리 집에 와 보고도 그런 소리가 나오냐?
- 응?
나는 당황해서 얼굴이 붉어졌다.
- 대학 갈 돈이 어딨니? 우리 아버진 쓰러져서 몸이 말을 안 들어. 그래도 똥오줌 칠 정도가 아니라 정말 다행이지만. 우리 엄마 라면 판 돈, 그거 갖다 바칠 만큼 대학이 대단하단 생각은 안 들거든. 돈이 남아 돌면 갈 만은 해. 언젠가 그렇게 되면 그때 가지, 뭐. 그러면 도서관학과에 가고 싶어. 사서를 하면 좋을 것 같애. 섹시한 직업이잖아?(단편 [Reading is sexy!] 53쪽)-53쪽

지현이의 팔에 안겨 양호실로 가는 내 뒷모습에 친구들의 눈길이 표창처럼 타닥타닥 꽃혀 오는 게 느껴졌다. 이 기분이 좋은 것인가, 나쁜 것인가? 나는 어지럽고 혼미할 뿐이다. 이 세상에서 내가 가장 싫어하는 것, 바퀴벌레와 교련 사열, 거기에 나는 저 독재자 박정희를 더 첨가해야만 하겠다. 도대체 이런 상황에 나를 처하게 만들다니, 이 모든 것은 다 그 사람 때문이다.(단편 [학도호국단장 전지현] 91쪽)-91쪽

- 인간들이란 워낙 이상한 동물이긴 하지만 고3은 그중에서도 정말 이해가 안 가. 우리 바퀴야 언제 죽을지 모르니까 항상 지금 현재를 즐기지. 삶이란 원래 현재형일 뿐이야. 미래는 곧 현재가 되잖아? 그런데 너희들은 오직 있지도 않은 미래를 위해서만 살아. 미래는 또 현재가 되고, 그 미래는 또 현재가 되고... 끝없이. 그러다 죽는 거지. 한 번도 제대로 살아 보지 못한 채!(중편 [그 녀석 덕분에] 127쪽)-127쪽

아아, 이런 느낌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말로는 도무지 할 수 없다. 그냥 살아 있다는 실감이 온몸으로 짜릿하게 퍼져 나갔다. 나는 그동안 거의 죽어 있었던 것이다. 내가 어떻게 저 기억을 잊고 살 수 있었는지 나는 의아해했다. 그런데 지금 이 순간 나는 그 답을 알았다. 온몸으로 번개를 맞듯이 깨달았다. 그건 내가 거의 죽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죽은 채로 살았다. 3년의 시간 동안 시체처럼, 허수아비처럼, 꼭두각시처럼, 그림자처럼 살았다. 그것을 깨닫게 된 것은 지금 내가 살아났기 때문이다. 그렇다. 나는 지금 이 순간, 살아 있다. 나 장양호는 살아 있다!-157쪽

황당한 설정에 가볍게 몰고 간 소설이라 글 쓰면서 잘 우는 나도 전혀 울지 않고 써낼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마침표를 찍은 뒤에 뜻밖에도 왈칵 울음이 쏟아졌습니다. 쓸 때까지는 아이들에 이입되어 있던 내가 그새 어른으로 돌아와 그들이 겪을 험난한 길을 보니 마음이 아팠던 것입니다.([작가의 말] 196쪽)-19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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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삼촌 브루스 리 2
천명관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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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식과 함께 병문안을 온 장 관장은 깁스를 하고 누워 있는 삼촌을 보고 잔뜩 속이 상한 듯 무리하게 공중삼회전을 시도한 삼촌을 탓했다.
- 내가 뭐라고 그러디? 첫째도 몸조심, 둘째도 몸조심, 응? 자기 몸 자기가 안 챙기면 우리 같은 놈들(액션영화 단역) 챙겨줄 사람 아무도 없어. 막말로 우리가 영화 찍다 뒈지면 개 값도 안 나오는 거 몰라?-92쪽

- 아냐. 솔직하게 얘기해 줘서 오히려 고마워. 나한테 그렇게 얘기한 사람 아무도 없었거든.
경희가 환하게 웃으며 잔을 부딪쳤다.그러고 보면 경희는 아무것도 변한 게 없었다. 오래전에 부서져버린 세계를 고집스럽게 부둥켜 안고 썰물처럼 모두가 빠져나간 자리에 혼자 남아 엉거주춤 맴도는 것이 어떤 면에선 삼촌과 닮아 있기도 했다. 그것을 순정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나이가 들어도 결코 뻔뻔스러움은 늘지 않아 아무 데도 선뜻 발을 담그지도 못하면서 늘 구원을 꿈꾸는 그 가난한 마음을? 차마 말하지 못하고 감히 말할 수 없는 것들 사이에 갇혀 아무런 확신도 없이 늘 생의 언저리를 겉돌기만 하는 그 수줍음을? 그러고 보니 삼촌이 교도소에 수감된 지도 어느덧 3년이 지나 있었다.-328쪽

나는 한동안 숨을 몰아쉬며 바닥에 주저앉아 있다 겨우 정신을 차리고 자리에서 일어서려고 했다. 그런데 어라! 어찌된 일인지 그렇게 열심히 쫓던 말티즈가 바로 코앞에 서서 물끄러미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뜀박질이 그렇게 느려 터져서야 어떻게 이 험한 세상을 살아가겠냐는 듯 한심한 표정이었다. 나는 당장 목을 졸라 죽어버리고 싶은 적개심을 감춘 채 조심스럽게 강아지를 불렀다.
- 해, 해피야, 착하지. 이리와.
나는 비굴하게 혀를 차며 강아지를 얼렀다. 그런 언해피한 상황에서 어쩌다 해피라는 이름이 튀어나왔는지는 알 수 없지만 강아지의 이름은 즉석에서 해피로 정해졌다.-33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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