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삼촌 브루스 리 2
천명관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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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식과 함께 병문안을 온 장 관장은 깁스를 하고 누워 있는 삼촌을 보고 잔뜩 속이 상한 듯 무리하게 공중삼회전을 시도한 삼촌을 탓했다.
- 내가 뭐라고 그러디? 첫째도 몸조심, 둘째도 몸조심, 응? 자기 몸 자기가 안 챙기면 우리 같은 놈들(액션영화 단역) 챙겨줄 사람 아무도 없어. 막말로 우리가 영화 찍다 뒈지면 개 값도 안 나오는 거 몰라?-92쪽

- 아냐. 솔직하게 얘기해 줘서 오히려 고마워. 나한테 그렇게 얘기한 사람 아무도 없었거든.
경희가 환하게 웃으며 잔을 부딪쳤다.그러고 보면 경희는 아무것도 변한 게 없었다. 오래전에 부서져버린 세계를 고집스럽게 부둥켜 안고 썰물처럼 모두가 빠져나간 자리에 혼자 남아 엉거주춤 맴도는 것이 어떤 면에선 삼촌과 닮아 있기도 했다. 그것을 순정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나이가 들어도 결코 뻔뻔스러움은 늘지 않아 아무 데도 선뜻 발을 담그지도 못하면서 늘 구원을 꿈꾸는 그 가난한 마음을? 차마 말하지 못하고 감히 말할 수 없는 것들 사이에 갇혀 아무런 확신도 없이 늘 생의 언저리를 겉돌기만 하는 그 수줍음을? 그러고 보니 삼촌이 교도소에 수감된 지도 어느덧 3년이 지나 있었다.-328쪽

나는 한동안 숨을 몰아쉬며 바닥에 주저앉아 있다 겨우 정신을 차리고 자리에서 일어서려고 했다. 그런데 어라! 어찌된 일인지 그렇게 열심히 쫓던 말티즈가 바로 코앞에 서서 물끄러미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뜀박질이 그렇게 느려 터져서야 어떻게 이 험한 세상을 살아가겠냐는 듯 한심한 표정이었다. 나는 당장 목을 졸라 죽어버리고 싶은 적개심을 감춘 채 조심스럽게 강아지를 불렀다.
- 해, 해피야, 착하지. 이리와.
나는 비굴하게 혀를 차며 강아지를 얼렀다. 그런 언해피한 상황에서 어쩌다 해피라는 이름이 튀어나왔는지는 알 수 없지만 강아지의 이름은 즉석에서 해피로 정해졌다.-33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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