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해도 괜찮아 - 나와 세상을 바꾸는 유쾌한 탈선 프로젝트
김두식 지음 / 창비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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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덮는 마지막 장에 쓰인 ‘작가의 말’ 마지막 문장을 인용해본다.

‘이 책을 통해 한분의 독자라도 어제보다 조금 더 평안하고, 충만하고, 자유롭고, 남에게 마음을 여는 삶이 되었다면 저자로서 더 바랄 것이 없겠네요.’(작가의 말)

... 어찌보면 책을 펴낸 저자가 겸손한 인사말로 자주(매우 상투적으로) 쓰는 문장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책은 ‘욕망’과 ‘규범’이라는 상대적 개념을 저자 자신의 생애를 반추하면서, 저자의 마음과 몸을 샅샅이 살펴보는 방식으로, 즉 ‘내면의 고백’이라는 형식으로 쓰여진 책이다. 본인의 경험을 통해, 누구에게나 매 순간마다 부닥치는 현실을 바라보는 시각(즉 ‘사고방식’)을 전환해보라는 제안인 이 책을 덮는 순간에는 ‘저자의 소망’이 절절히 느껴진다.

일례로 대학원 학생이 ‘만약 따님이 대학에 들어가서 남자친구랑 2박 3일 여행을 간다고 해도 흔쾌히 허락하시겠느냐?’는 질문에, ‘괜찮다고 할 거다. 다만 피임은 잘 하라고 할 거다. 딸에게도 좋은 경험이 되었으면 좋겠다’...(나 역시 그런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하는 순간에 색/계의 경계가 작용한다)

여기에 실린 글들은 인터넷에 6개월간 연재된 글이다. 연재 제목은 ‘색(色, 욕망)/계(戒, 규범)’. 9개의 대주제로 구성되어 있으므로, 혹시 미리 읽으신 분이 아니면, 누구나 한 단원이라도 일독해보시길 권한다.

아래는 밑줄그어놓은 몇 구절.

‘욕망과 현실의 불일치가 경재과 폭력을 낳는다’(50쪽)(너무도 자명한 이야기지요. 한번 되새겨보시라고.. ^^)

'희생양과 자신을 동일시함으로써, 우리는 희생양 양산의 매커니즘을 깰 수 있습니다. 적어도 그 매커니즘을 폭로하는 출발점에는 설 수 있는 것입니다. 자기와 희생양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인정하고 나면, 비로소 “죄없는 자 먼저 돌로 치라”는 예수의 가르침이 우리 가슴을 울리게 됩니다. 침팬지와 나의 유사성을 받아들이는 순간, 침팬지보다 인간에 훨씬 가까운 존재가 될 수 있는 것입니다.‘(95쪽)

‘“흔히 조기교육, 영재교육이 우수한 과학자를 만들어낼 거라고 생각하잖아. 그래서 과학고도 만든 거고. 근데 그거 완전히 착각이야. 너 창의성이 뭔지 아니? 남과 다른 생각을 하는 거지. 그런데 창의성이 과학고에서 만들어질 것 같아? 전혀 아니야. 창의성이란 학교에서 배울 수 있는 기술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남과 다를 수 있는 용기’야.”(김두식 교수 친형 말씀)
‘선’을 넘어본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형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저도 점차 창의성이란 결국 선을 넘는 용기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왜 이렇게 선을 넘지 못하는지 근원을 찾다보니, 우리 사회의 한계도 알게 된 셈이죠. 선을 넘는 사람을 만들지 못하는 사회, 선을 넘는 사람의 특이함을 존중하지 못하는 사회에서 창의성 또는 노벨상이란 있을 수 없습니다.’(209쪽)

‘욕망을 부인하고 억압하면서 계속 어두운 구석으로 몰아붙이는 것보다는 욕망과 조심스럽게 대화하면서 살아가는 게 안전합니다. “욕망아, 네가 또 숨 쉴 곳을 찾는구나. 꼭 그래야만 한다면 좋은 방법을 찾아보자꾸나” 하고 살살 달래며 사는 거죠.’(289쪽)

저자에 의하면 ‘규범의 몰락’을 극명하게 보여준다는, 히틀러 최후의 14일을 그린 독일영화 <몰락>, 또는 요아힘 페스트이 집필한 <히틀러 최후의 14일>을 구해봐야겠다. 꼬리물기(생각키우기)의 즐거움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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