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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풍당당 - 성석제 장편소설
성석제 지음 / 문학동네 / 2012년 4월
평점 :
재담과 익살이라는 성석제 소설의 특징은 이 장편 <위풍당당>(문학동네. 2012)에서도 변함없다!
저자 후기를 먼저 살펴보면, ‘이 소설은 주어진 운명으로서의 식구가 아닌, 자신이 선택해서 한 식구가 된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외부에서 부당한 간섭과 편견에 맞서 싸우며 가까이서 부대끼다 어느 결에 서로의 세포가 닿고 혈액이 섞이며 연리지처럼 한 몸이 된 사람들. 그들에게 강 같은 평화가 함께 하기를.’(260쪽)
가족과 사회
..., 그리고 온갖 ‘질서’로부터의 선한 희생자들이, 버려진 드라마 세트장으로 모여든다.(그들 각자가 버려진 기억들은 우리가 현실에서 종종 겪는 일상적인 것이다) 그리고 외부의 부당한 간섭으로부터 자신들을 보호하기 위해 일대 격전을 치룬다.(스님들과 조폭들의 대결을 그린 시리즈 영화의 구조와 비슷하지만, 작가의 입담으로 얻어지는 상상의 풍요로움은 감히 비할 바가 못된다)
이 소설에는 이 땅의 구체적인 생태환경, 특히 강을 중심으로 친화적인 관계를 유지해온 동식물의 생태가 적나라하게 묘사되고 있다. 잠자리, 멧새, 호반새, 말벌, 그리고 각종 회귀성 어류들.
그런데..
‘비로소 여산의 눈에 강 상류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한다. 강의 모든 것을 때려엎을 기계 군단이다. 강과 인간이 함께한역사 수천 년을 하루아침에 바꿔버릴 중장비의 장대한 행렬이다. 여산은 정묵의 발목을 놓아버리고 강물에 뛰어든다. 강을 뒤집어쓴다. 뒤집어쓰고 몸을 담근다. 눈을 비빈다. 웅웅거리는 기계 소리는 그치지 않는다. 저 대지를 할퀴고 긁어대는 괴물의 이빨 같은 소리를 없애야만 아버지를 찾는 아들의 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 같다.’(220쪽)
4대 강의 자연생태를 무참하게 짓밟는 저 ‘기계 군단’.
성석재의 재담은 여산의 다음과 같은 일갈로 이어진다.
‘저것들하고 까대기 한판. 저 숭악하고 못생기고 개돼지만도 못한 불한당 또라이 쫄따구 빙신 쪼다 늑대 호랑말코들하고.’(221쪽)
아, 소주나 한잔 해야겠다. 이 땅에서 볼 수 없는, 아니 다시 보게 만들어야 수많은 종류의 회귀성 물고기와 생물 들을 위해... ‘보름달이 떠서 바다의 몸이 어머니의 젖처럼 부풀기’를 기다려 어도를 뛰어오르는 장어를 비롯한 수십 종류의 물고기들을 위해...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