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상식사전 아고라
아고라 폐인들 엮음 / 여우와두루미 / 2008년 7월
품절


블로거 뉴스에서, 며칠 전에 막 스무 살을 통과했다고 말하는 ID 하나가 "계몽은 독이다.(중략) 독이 퍼지면 촛불은 서서히 숨을 거둔다."라고 쓴 문장을 보면서 나는 전율했다. 강단 지식인들이 말로만 떠들던, 좌도 우도 소멸한, 새로운 한국이 코앞에 놓여 있었다.
문제는 제도화될 수 없는 이 지도력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가,이다. 미덕의 질서화를 꿈꾸면서 서열화를 거부한 채 오직 연대만을 허락하는 이 힘이 난공불락의 국가 권력을 수정할 수 있는가? 답을 찾는다면 6월항쟁은 이제 대장정을 마치고, 마침내 21주년 행사를 마친 오늘 이 자리에서 고요히 눈을 감아도 될 것이다. 나는 그것이 기쁘지만 슬프다. 그간 나를 이끌었던 빛나는 연대기 하나가 목전에서 흔들리는 촛불들 틈새에서, 제 스스로도 손에 촛불을 든 채 아름답게 산화하는 중에 있다.(김형수님)-12쪽

누구보다 부지런하게 일하시는 내 아버지는 늘 가난했다. 농협 빚에 시달려 농협 직원이 우리집에 찾아온 날 부엌에서 숨어 계시던 내 아버지의 참담한 모습을 지켜본 내 가슴 속에도 무언가 뜨거운 불덩이가 있었는지 그 친구를 따라 집회에 나갔고 돌을 던지고 화염병을 던졌다. 어느날 백골단과 뒤엉켜 린치를 당할 때 그 선배의 얼굴이 떠올랐다. 경찰서로 면회 오신 아버지는 아무 말씀도 없으셨다. 자식 앞에서 한 번도 눈물을 보이지 않으셨던 당신의 여위신 눈에서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시기만 했다... (중략)... 몇 년째 기간제로 있었고 나에겐 처자식이 생겼다. 나는 적지 않은 기부금을 내고 그 학교에 정식으로 임용되었다... (중략)... 그 어린 제자들이 촛불을 들기 전에 내가 먼저 들어야 했다. 여기 아고라에 숨어 자위하지 말고 거리로 나갔어야 했다. 내가 대신 방패에 찍히고 내가 대신 물대포를 막아섰어야 했다. 내가 대신 곤봉을 맞아야 했고 내가 대신 소화기를 맞아야 했다... (중략)... 이제 들으련다. 꽃보다 아름다운 너희들 대시 내가 촛불을 들고 그들의 폭력을 막아내련다.(나에게오라님)-14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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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타

 

낙타를 타고 가리라, 저승길은

별과 달과 해와

모래밖에 본 일이 없는 낙타를 타고.

세상사 물으면 짐짓, 아무 것도 못 본 체

손 저어 대답하면서,

슬픔도 아픔도 까맣게 잊었다는 듯.

누군가 있어 다시 세상에 나가란다면

낙타가 되어 가겠다 대답하리라.

별과 달과 해와

모래만 보고 살다가,

돌아올 때는 세상에서 가장

어리석은 사람 하나 등에 업고 오겠노라고.

무슨 재미로 세상을 살았는지도 모르는

가장 가엾은 사람 하나 골라

길동무 되어서.

 

; <낙타> 창비,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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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푸른고개 2008-08-04 1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흔은 훌쩍 넘기신 노시인의 신작시집에 '해설'은 없었다. 뉘라서 독자들의 이해를 돕겠다고 이 노시인의 시집에 '해설'을 붙일 수 있겠는가?
 

소설

 

  한창훈씨를 부축하고 간 김청미씨(시인 겸 약사)에 의하면 울란바토르병원엔 약품이 거의 없는 것 같다고 했다. 게다가 이상한 것은 환자의 옷을 모두 벗기고(환자복도 주지 않으면서) 얼굴엔 콜타르 같은 검은색을 칠하더라는 것이다. 그러곤 그 밤이 새도록 묵묵부답, 아무리 아프다고 호소를 해도 의사가 멀뚱한 눈으로 잠깐 들여다보고 갈 뿐 자기 방에서 TV 시청에만 열심이더라는 것이다. 이튿날 아침 공항에 나간 강형철씨로부터 연락이 왔다. 서울행 비행기표를 구했으니 환자를 싣고 이십분 이내로 공항으로 달려오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제일 난감한 것이 환자의 벌거벗은 몸. 당연히 완자복을 줄 줄 알고 입었던 옷을 모두 호텔로 보내버렸기 때문이었다. "에라 모르겠다!" 김청미씨는 택시를 불러 팬티바람의 한창훈씨를 싣고 곧장 공항으로 내달렸다. 그런데 이 모습을 보고 가장 놀란 사람은 강형철씨. 공항 입구에서 한창훈씨를 보자마자 청사 안으로 달려가며 "폴리스!"를 외쳐대었다고 한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다음의 이야기. 그 와중에도 김청미씨는 강형철씨가 어디서 구해온 휠체어를 밀면서 한창훈씨에게 이렇게 속닥거렸다고 한다. "이담에 이 장면을 꼭 소설로 써부리씨요 잉!" 그러나 한창훈씨의 대답은 의외로 단순명료했다고 한다. "야 쪽팔리게 이것을 어떻게 소설로 쓰냐?"

그다음 이야기

 김청미씨로부터 한창훈을 넘겨받아 서울행 MIAT에 오른 고형렬씨 말에 의하면, 어깨엔 붕대를 칭칭 감고 얼굴엔 검은 콜타르 색을 칠한, 좀 실례를 해서 표현하면 야차 같은 거구인 그의 팔을 붙들고 비행기 안으로 들어서자 깜짝 놀란 승객들이 아주 불편해하는 바람에 기분 좋게들 비어있는 일등석에 앉아 맛있는 특식들을 받아먹으며 서울까지 아주 잘 왔다고 한다.

 

; <창작과비평> 2006.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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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마크하기버라이어티쇼의 파국마이리뷰




알케 (이메일 보내기) l 2008-07-26 09:40


http://blog.aladin.co.kr/alkez/2208628
 



그들은 한 권의 책에서 시작되었다 - 정혜윤이 만난 매혹적인 독서가들 
정혜윤 지음 / 푸른숲 / 2008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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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스트는 최고였다. 나훈아..조용필...심지어 원더걸스까지.

큐시트도 디테일하게 다 나왔고 8대의 카메라도...무대도 조명도 올 스탠바이되었다.

이제 가면된다. 큐시트대로...

하지만 부조의 피디가 컷트를 못넘긴다. 8대의 모니터를 보고

원하는 컷트를, 사이즈를 콜하지 못한다. 쇼는 막장으로 치닫고

컷트는 리듬을 타지 못하고 PGM모니터에는 풀샷만 나온다.

......................................................................

내가 입봉하기 전날 꾸던 악몽이 재현되었다.

편집자여...간절히 부탁하건데 이 저자를 계속 선수로 키우고 싶다면

먼저 지금 당장 태능에 입소시켜 부디 글쓰기 훈련부터  시작하시길.

그리고 책 읽기를 미치도록 좋아하고 느낌을 닥치는대로  끄적인다고 해서

또 그 몇 줄 속에 간혹 반짝이는아포리즘이 몇 줄 있다고 해서 책을 출판할 수 있다면

아홉살 난 우리 아들 책부터 출간해주시길.


분야는 다르지만 그래도 PD라는 같은 타이틀의 방송노동자로 살고 있는 내가

동업자로서 저자에게 권하노니 약은 약사에게 일기는 일기장에...

다섯 줄 요약.

1. 안이한 기획과 불성실한 교열 (숱한 오문과 비문, 조악한 레이아웃)

2. 그보다 더 처지는 글솜씨

   (GQ의 이충걸보다 한참 밑인 감수성,  한겨레의 김혜리에 감히 비할 수 없는 문장

   좆선의 최보식부장과는 곁에 설 수 조차도 없는 인터뷰 플레이....)

3. 대체 왜 낸거야..이 책을 ?

  - 책 좀 읽는다고 가오잡는 스무살짜리 book snob들은 좋아하겠다.

   (마케팅 포인트가 거기겠지만...칭찬일색의 아래 리뷰들을 보니 얼척없다.

    우리가 같은 책을 보긴 본 것일까 ?)

내가 나이들어 어느 날 아침 머리에 꽃을 꼽고 미쳐버려 이런 책을 낸다고 하면

친구들이여 ! 나를 그냥 묻어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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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대학교재·베스트셀러도 “불온서적”
국방장관 지시따라 책23권 차단·수거명령
‘나쁜 사마리아인들’ ‘삼성 왕국의…’ 등 포함
 
 
한겨레 노현웅 기자
 








 

» 국방부가 지정한 ‘불온 서적’ 목록
 
국방부가 대중성 높은 인문교양서와 십수만권이 팔린 베스트셀러까지 ‘불온 서적’ 딱지를 붙여 수거명령을 내린 것으로 드러났다. 군 당국은 또 장병들의 개인 우편물 내용을 간부 입회 아래 확인하는 등 불온 서적 차단 대책도 전군에 지시했다.

30일 <한겨레>가 입수한 공군참모총장 명의의 공문을 보면, 공군본부는 지난 24일 각급 부대에 7월28일~8월8일 불온 서적 반입 여부를 일제 검검해 8월11일까지 상급부대에 보고할 것을 지시했다. 이 조처는 지난 19일 이상희 국방부 장관의 지시에 따라 국방부 보안정책과에서 육·해·공군 등 각군에 내린 ‘군내 불온서적 차단대책 강구(지시)’에 근거한 것으로 돼 있다.

공문은 “불온서적 무단 반입시 장병 정신전력 저해요소가 될 수 있어 수거 지시하니 적극 시행”하라며, ‘북한 찬양’ ‘반정부·반미’ ‘반자본주의’ 등 세 분야로 나눈 23개 ‘불온서적 목록’을 제시했다. 군 당국이 분류한 불온서적 목록에는, 세계적인 석학의 저서와 대중적인 인문교양서, 일반적인 문학작품과 베스트셀러 등이 상당수 포함돼 있다.

영국 캠브리지대학 장하준 교수가 쓴 <나쁜 사마리아인들>은 지난해 10만부 이상 팔리며 상당수 언론에 의해 ‘올해의 책’으로 선정된 책인데도 ‘반정부·반미’로 분류됐고, 대학 교양수업 교재로도 널리 읽히고 있는 <북한의 우리식 문화>(민속학자 주강현 지음)는 ‘북한 찬양’ 딱지가 붙었다. 또 세계적인 석학 노엄 촘스키의 저서 <507년, 정복은 계속된다>는 ‘반정부·반미’ 도서로, 삼성의 불법 비리 의혹과 맞서 싸워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삼성왕국의 게릴라들>은 ‘반자본주의’ 책으로 각각 분류됐다.

공문은 또 ‘군내 불온서적 반입 차단대책’으로 △불온서적 취득시 즉시 기무부대 통보 △휴가 및 외출·외박 복귀자의 반입 물품 확인 △우편물 반입시 간부 입회 하 본인 개봉(확인) 등을 제시했다. 군은 지난해에도 문화관광부가 ‘우수학술도서’로 선정한 <국가의 역할>, <한국사회의 성찰>, <민주화, 세계화 ‘이후’ 한국> 등의 책을 불온서적으로 지정해 모두 거둬들인 바 있다.

이름을 밝히지 말 것을 요청한 공군의 한 장교는 “기무사령부가 아니라 일반 지휘 계통을 통해 이런 지시가 내려진 것은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서적이 발간되면 국가보안법 등에서 규정하고 있는 반국가적인 내용이 포함됐는지 등을 판단하고 있다”며 “군인복무규율에 의해 군인은 불온도서 등 표현물을 소지할 수 없다”고 밝혔다.

노현웅 기자, 송지혜 인턴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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