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타

 

낙타를 타고 가리라, 저승길은

별과 달과 해와

모래밖에 본 일이 없는 낙타를 타고.

세상사 물으면 짐짓, 아무 것도 못 본 체

손 저어 대답하면서,

슬픔도 아픔도 까맣게 잊었다는 듯.

누군가 있어 다시 세상에 나가란다면

낙타가 되어 가겠다 대답하리라.

별과 달과 해와

모래만 보고 살다가,

돌아올 때는 세상에서 가장

어리석은 사람 하나 등에 업고 오겠노라고.

무슨 재미로 세상을 살았는지도 모르는

가장 가엾은 사람 하나 골라

길동무 되어서.

 

; <낙타> 창비,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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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푸른고개 2008-08-04 1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흔은 훌쩍 넘기신 노시인의 신작시집에 '해설'은 없었다. 뉘라서 독자들의 이해를 돕겠다고 이 노시인의 시집에 '해설'을 붙일 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