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한창훈씨를 부축하고 간 김청미씨(시인 겸 약사)에 의하면 울란바토르병원엔 약품이 거의 없는 것 같다고 했다. 게다가 이상한 것은 환자의 옷을 모두 벗기고(환자복도 주지 않으면서) 얼굴엔 콜타르 같은 검은색을 칠하더라는 것이다. 그러곤 그 밤이 새도록 묵묵부답, 아무리 아프다고 호소를 해도 의사가 멀뚱한 눈으로 잠깐 들여다보고 갈 뿐 자기 방에서 TV 시청에만 열심이더라는 것이다. 이튿날 아침 공항에 나간 강형철씨로부터 연락이 왔다. 서울행 비행기표를 구했으니 환자를 싣고 이십분 이내로 공항으로 달려오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제일 난감한 것이 환자의 벌거벗은 몸. 당연히 완자복을 줄 줄 알고 입었던 옷을 모두 호텔로 보내버렸기 때문이었다. "에라 모르겠다!" 김청미씨는 택시를 불러 팬티바람의 한창훈씨를 싣고 곧장 공항으로 내달렸다. 그런데 이 모습을 보고 가장 놀란 사람은 강형철씨. 공항 입구에서 한창훈씨를 보자마자 청사 안으로 달려가며 "폴리스!"를 외쳐대었다고 한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다음의 이야기. 그 와중에도 김청미씨는 강형철씨가 어디서 구해온 휠체어를 밀면서 한창훈씨에게 이렇게 속닥거렸다고 한다. "이담에 이 장면을 꼭 소설로 써부리씨요 잉!" 그러나 한창훈씨의 대답은 의외로 단순명료했다고 한다. "야 쪽팔리게 이것을 어떻게 소설로 쓰냐?"

그다음 이야기

 김청미씨로부터 한창훈을 넘겨받아 서울행 MIAT에 오른 고형렬씨 말에 의하면, 어깨엔 붕대를 칭칭 감고 얼굴엔 검은 콜타르 색을 칠한, 좀 실례를 해서 표현하면 야차 같은 거구인 그의 팔을 붙들고 비행기 안으로 들어서자 깜짝 놀란 승객들이 아주 불편해하는 바람에 기분 좋게들 비어있는 일등석에 앉아 맛있는 특식들을 받아먹으며 서울까지 아주 잘 왔다고 한다.

 

; <창작과비평> 2006.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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