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욕 한국영화’ …점유율 6년만에 41% 추락
스크린쿼터 축소 여파…“5년내 20%대 축소 예상”
미국영화 50%대 육박…한국서 매출 4000억원대
 
 
한겨레 이재성 기자
 








 
우리나라 영화시장에서 한국영화의 점유율이 6년 만에 처음으로 40%대로 추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영화진흥위원회가 10일 발표한 ‘한국 영화산업 통계’(2008년 1~11월)를 보면, 한국영화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41.6%였다. 이는 2007년의 50.8%는 물론이고 2006년의 63.8%에 견줘 크게 떨어진 수치다. 한국영화 점유율이 50% 이하로 떨어진 것은 2002년 48.3% 이후 처음이다. 한국영화의 침체와 더불어 스크린쿼터 축소의 여파가 본격적으로 몰아닥치고 있는 것이다.

반면 올해 미국영화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49.6%로 2007년의 49%(2007년 이전은 서울지역 통계)와 비슷했으나, 2006년의 34.9%보다는 크게 늘어났다. 스크린쿼터가 146일에서 73일로 축소된 시점이 2006년 7월1일부터였음을 감안하면, 스크린쿼터 축소 이후 미국영화의 점유율이 본격적으로 높아진 사실을 알 수 있다. 금액으로 따졌을 때 미국 영화사들이 올 한해 우리 영화시장에서 올린 매출(직배+수입)은 4271억원이었다.

이에 대해 양기환 스크린쿼터문화연대 사무처장은 “한때 한국영화 배급 파워가 할리우드와 대등해지면서 한국영화 의무상영일수였던 146일을 넘어갔는데, 이제 한국영화는 그런 힘을 급속하게 잃어가고 있다”며 “한국영화 점유율은 앞으로 5년 안에 지금의 절반인 20%대로 더 내려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영화의 위기가 더욱 깊어지면서 경쟁력 있는 영화를 만들어내지 못하면 배급력이 그만큼 더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할리우드 영화에 시장지배력을 완전히 빼앗길 것이라는 주장이다.

올 한해 가장 흥행에 성공한 영화는 668만5742명이 관람한 김지운 감독의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이었으며, 그 다음은 <추격자>(507만1578명), <쿵푸팬더>(467만3009명), <맘마미아>(448만6235명) 등의 순서였다.

한편, 외국영화의 배급사별 점유율은 파라마운트와 드림웍스의 국내 배급을 대행하는 시제이엔터테인먼트가 24.5%로 1위를 차지했고, 유피아이코리아(18.8%), 한국소니픽쳐스릴리징브에나비스타(12.7%), 워너브러더스코리아(10.4%)가 뒤를 이었다. 20세기폭스는 6.7%로 꼴찌였다. 올해 외국영화 흥행작 10편 중에도 폭스의 작품은 하나도 없었다.

업계 관계자는 폭스의 부진에 대해 “한국 지사의 사장이 자주 바뀌고 베테랑 직원들이 회사를 나간 뒤 마케팅 능력이 많이 약화됐다”고 말했다.

이재성 기자 s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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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자키 하야오 '벼랑위의 포뇨' 키워드로 前作과 비교
① 변신 - 저주·세상과의 단절보다 사랑의 쟁취위해
② 환경 - 환경의 역습·위협서 인간과 친화에 역점
③ 동화 - 비극아닌 희극으로 종료… 밝음·긍정 지향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변신 '하울의 움직이는 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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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신 '하울의 움직이는 성'




환경 '원령공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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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원령공주'




동화 '천공의 성 라퓨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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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 '천공의 성 라퓨타'



미야자키 하야오(宮崎駿). 한국에서도 설명이 필요없는 일본 애니메이션의 거장이다. 18일 개봉하는 그의 신작 '벼랑 위의 포뇨'는 여전히 대중의 취향을 꿰뚫는 그의 창의력이 녹슬지 않았음을 확인시켜준다.

일본에서는 10월말 기준 1,200만명이 관람, 역대 흥행 2위인 '하울의 움직이는 성'(1,500만명)의 기록을 뛰어넘을 것으로 기대된다.

'벼랑 위의 포뇨'는 미야자키의 근작 중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가장 부드럽고 드라마의 굴곡도 완만한 작품이다. 그만큼 전작들보다 어린이의 눈높이에 한층 가까워졌다. 그의 작품세계를 관통하는 '변신'과 '환경'과 '동화' 세 가지를 키워드로, 전작들과 닮았으면서도 다른 '벼랑 위의 포뇨'를 살펴본다.

■ 변신

'하울의 움직이는 성'의 주인공인 18세 소녀 소피는 마녀의 질투 때문에 하루아침에 90세 노파로 전락한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서는 주인공의 부모가 돼지로 변신하면서 극의 진폭이 커진다. '붉은 돼지'에서도 변신은 주요 소재다. 파시즘의 발호에 환멸을 느낀 포르코 롯소는 스스로 주문을 걸어 돼지로 변한다.

'벼랑 위의 포뇨'도 변신을 극의 주요 계기로 삼고 있다. 사람 얼굴을 한 특별한 물고기인 포뇨는 다섯 살 소년 소스케를 만나면서 소녀가 되기 위한 욕망에 사로잡힌다. 포뇨는 마법의 힘으로 개구리가 되는 올챙이처럼 손과 발이 쑥 튀어나오는 과정을 거쳐 인간으로 변모한다.


하지만 '벼랑 위의 포뇨'에서의 변신은 전작들과 결이 다르다. 전작의 캐릭터들이 저주와 단죄, 세상과의 단절이라는 부정적인 변신을 겪었다면 포뇨는 사랑의 쟁취라는 긍정적 목적을 위해 변신을 꾀한다.

■ 환경

'벼랑 위의 포뇨'에서 포뇨의 아빠는 포뇨를 찾아 나섰다가 바다 속 오물에 기겁을 한다. "또 환경 문제야"라는 다소 볼멘소리가 나올 대목이다. 하야오는 젊은 시절 공산당 기관지 '아카하타(赤旗)' 청소년판에 만화를 기고했을 정도로 좌파, 특히 아나키즘과 환경운동에 지속적인 관심을 보여왔다. '벼랑 위의 포뇨'도 예외는 아니다.

하지만 '천공의 성 라퓨타'나 '원령공주',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등의 전작들이 인류에 대한 환경의 역습과 위협을 은유적으로 표현했다면, '벼랑 위의 포뇨'는 환경과 인간의 친화에 방점을 찍는다.

바닷가 마을을 덮치는 쓰나미는 인간에게 고통을 주기보다 삶을 성찰할 수 있는 계기를 주고, 인간과 환경의 사랑을 이어주는 역할에 충실하다. 어린이를 통해 현실에 대한 통렬한 비판보다 미래에 대한 희망을 말하고자 한 미야자키의 연출 의도가 엿보인다.

■ 동화

동서양의 다종다양한 신화와 동화 등을 교직해 새로운 상상력을 발현해내는 게 미야자키의 특기. '천공의 성 라퓨타'는 조나단 스위프트의 소설 '걸리버 여행기'에 나오는 '하늘을 나는 섬나라' 편에, '이웃집 토토로'는 일본의 전설에, '원령공주'는 일본의 고대 신화에 뿌리를 두고 있다.

'벼랑 위의 포뇨'는 한스 안데르센의 고전 동화 '인어공주'를 원형질로 삼고 있다. 사랑 때문에 인간이 되고 싶은 사람 모양의 물고기가 사랑을 얻지 못하면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설정에서 그 흔적을 찾을 수 있다.

단 영화는 '인어공주'와 달리 비극이 아닌 희극으로 막을 내린다. 어둠보다 빛을, 부정보다 긍정을 지향하며 어린이들을 위한 밝은 동화를 완성하려 한 미야자키의 선택인 셈.

참, 포뇨의 물고기 시절 본명은 '브륀힐데'다. 게르만족의 영웅 서사시를 오페라로 옮긴 리하르트 바그너의 '니벨룽의 반지'의 '발퀴레' 편에 나오는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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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화로 불황 뚫는 中企조합]

(1) 한국출판협동조합



책 70만부 오차없이 배포 '출판유통 혁명'
전자주문 시스템 구축…매출15% 늘고 반품률은 감소






한국출판협동조합 출고파트 담당 직원이 바코드 핸드 스캐너로 일선 서점의 주문수량과 출고도서를 검수하고 있다. /임대철 인턴 photo@hankyung.com
 
 

글로벌 경제위기를 맞아 정보화가 새삼 주목받고 있다. 시간과 비용을 줄이는 데다 경영효율성과 투명성을 높일 수 있어서다. 정부도 정보화 촉진 차원에서 2001년부터 '업종별 정보화 혁신 클러스터 지원사업'을 실시 중이다. 업종별 협동조합 업무에 알맞은 정보화 시스템을 구축해 효율적인 공동구매·판매(유통) 등을 활성화하기 위한 프로젝트다. 정부가 총사업비의 80% 정도를 지원한다. 이를 통해 불황을 헤쳐가고 있는 주요 조합을 소개한다.

서울 마포구 신수동의 낡은 이층 건물.50년 역사의 한국출판협동조합(이사장 김중영) 사무실이 있는 곳이다. 마당을 가로질러 들어가니 광대한 서가(書架)가 펼쳐진다. "70만부 정도 됩니다. 전국 800여개 출판사들로부터 입고된 책들이지요. 서점에서 주문받은 책들이 여기서 발송됩니다. "(홍승대 전무)

면적이 2000㎡(600평)에 이르는 서가에는 'A-28-02-01'과 같은 고유번호가 매겨져 있다. 출판사·테마·전문서적·신간·베스트셀러 등의 분류에 따라 정돈돼 있는 것.곳곳에서는 주문 도서를 확인하고 출고파트로 책을 옮겨 포장·발송하는 작업이 일사분란하게 진행된다. 출고파트 직원이 출고작업지시서와 서적에 바코드를 찍으니 컴퓨터에 주문수량과 정확히 일치한다는 승인이 떨어진다.

출판협동조합은 출판사와 서점의 가교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11월 현재 814개 회원 출판사에서 발간된 12만종(70만부)의 책을 전국 600여개 서점으로 배송하는 유통시스템 운영이 조합의 핵심 업무다.

하지만 이런 모습은 불과 5년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었다. 당시만 해도 전화,팩스 등 수작업으로 모든 업무를 처리해야 했던 만큼 조합은 정신이 없을 정도로 어수선했다. 영업부는 하루 종일 전화벨 소리가 끊이지 않았고 매일같이 200여장의 주문용 팩스가 쌓였다.

유성관 전산팀장은 "도서창고가 출판사별로만 분류돼 숙련된 직원이 아니면 어디에 무슨 책이 꽂혀 있는지 알 재간이 없었다"며 "심지어 조합에서 출고된 기록이 없는 서적이 반품되는 사례까지 벌어지기 일쑤였다"고 회고했다.

이 같은 환골탈태(換骨奪胎)는 중소기업청이 지원한 '정보화 클러스터 협력사업' 덕분에 가능했다. 출판조합은 이 사업을 통해 2003년과 2006년 두 차례에 걸쳐 2억4000만원을 받는 한편 자체 예산 1억원 등 총 3억4000만원을 들여 '전자문서교환 시스템'을 구축했다. 아날로그식 유통관행을 벗어나지 못했던 출판문화산업이 IT(정보기술)와 접목돼 '디지털 전자주문' 방식을 갖춘 것이다.

출판사와 서점,조합들은 첫 시스템이 가동된 2003년부터 조합의 재고물량이 얼마나 있는지,주문도서가 출고됐는지,미 발송 도서가 무엇인지 등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게 됐다. 이로 인해 생산성도 크게 높아졌다. 실례로 과거 6명이 담당했던 도서주문 분야를 현재는 2명이 맡고 있으며 종전에는 3일 걸렸던 출판대금 지불정산 기간도 4시간으로 대폭 단축됐다.

김중영 이사장은 "정보화 클러스터 사업으로 출판유통에 혁명이 일어난 셈"이라며 "지난해 출판조합의 매출액은 전년 대비 15.4% 증가했고 주문·배송오차도 줄어 반품률이 6.9%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업계의 반응도 호의적이다. 장수련 은평구 불광문고 과장은 "손님들이 서점에 없는 책을 찾을 때면 일일이 조합에 전화로 요청하거나 팩스 주문을 넣고 며칠씩 기다려야 했는데 지금은 온라인을 통해 모든 절차가 끝나 업무가 간편해졌다"고 밝혔다.

정기복 한울출판사 부장은 "온라인을 통해 실시간으로 서점별,지역별 주문현황을 집계할 수 있어 마케팅 계획을 수립하는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정선 기자 sun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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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사일언] 늙은 밤나무의 선물

정용주·시인 《고고춤이나 춥시다》의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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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용주·시인 《고고춤이나 춥시다》의 저자
치악산 숲 속 내 움막 마당에는 산밤나무가 하나 있다. 가을에는 야무진 알밤을 마당에 툭툭 던져 놓고, 때로는 깊은 밤 함석 차양에 떨어지며 딱! 하고 소리를 질러 잠든 나를 놀라게도 한다. 이제 깊은 겨울이 오고 밤나무는 한 장 남은 달력의 날짜처럼 몇 개의 잎사귀만을 매달고 바람을 맞는다. 우툴두툴한 껍질에 파인 깊은 주름과 가지를 잘라낸 톱 자국을 몇 군데나 가지고 있는 밤나무는 아침에 방문을 열면 일찍 일어난 노인처럼 마당에 서 있다.

더는 아무것도 할 일이 없을 것 같은 나무는 그러나 깊은 겨울을 건너는 동안 나에게 따뜻한 위로와 먼 곳에 대한 동경과 그리움을 일깨워준다. 이 늙은 밤나무에는 딱딱해진 가지마다 알밤을 뱉어낸 쭉정이가 벌어진 목화송이처럼 매달려 있는데 숭숭한 가지 사이로 차가운 구름이 지나가고 때로는 보따리 같은 흰 달이 걸린다. 나는 이것을 그냥 쭉정이라 부르지 않고 쭉정이 꽃이라는 나만의 호칭을 주었다. 밤에는 바삭거리는 눈을 밟으며 새벽에 오줌 누러 나왔다가 고개를 들어 가지에 달려 있는 이 쭉정이 꽃을 올려다본다.
그럴 때 먼 허공에는 수만 평의 메밀꽃밭을 거꾸로 매달아 놓은 것 같은 별이 반짝인다. 이것은 겨울 숲의 적막을 건너가는 내게 늙은 밤나무가 주는 선물이다. 그렇게 해서 나는 삶의 새로운 의미를 하나 더 깨닫는다. 누구에겐가 아무것도 줄 것이 없는 존재란 없다고 나무는 말한다. 그가 내게 무언가 주지 않아도, 내가 그를 발견하고 느끼며 그에게 감사할 때, 그는 내게 세상에서 가장 귀한 선물이 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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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용주
나는 예전에 화전민들이 살던 강원도 치악산 속에서 산다. 그들은 세상 밖으로 나가고, 도시에 살던 나는 그들이 떠나간 터로 돌아와 흙집 한 채에 짐을 풀고 토종벌을 키우며 살고 있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 어느새 여섯 번째의 겨울을 맞는다.

도시에서 가끔 방문자들이 오면 강아지와 두 마리 닭만 어슬렁거리던 작은 마당이 북적거린다. 돌판 위에 삼겹살이 익고 웃음소리는 가랑잎처럼 굴러다닌다. 그들은 해발 700미터에 고적하게 자리 잡은 내 움막에서 보이는 경치에 감탄을 하며 날 부러워한다.

많은 사람들이 자연과 더불어 사는 꿈을 꾼다. 배낭을 메고 친구들과 어울려 놀러 오고 싶을 때 아무 때나 올 수 있는 곳인데도 굳이 "짐 보따리를 싸서 들어오고 싶다"고 말한다. 그런데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사실 지금 그들이 있는 곳에 할 일이 많은 사람들이다. 그들은 말한다. 애들 졸업시키고, 정년퇴직하고, 더 늙기 전에 돈을 모아 땅도 사고 그럴 듯한 집이라도 한 채 지을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라고. 살아가면서 어느 때가 되어야 자신의 할 일을 다 끝내고 미뤄뒀던 삶을 시작해도 되는 때인지 나는 알지 못한다. 다만 내가 생각하는 것은, 누구나 지금의 모습이 결국은 제 살고 싶은 모습 아닌가 하는 것이다.

짧은 방문을 끝내고 어둑해진 산길을 내려가던 사람들은 나에게 말한다. 떠나온 당신은 행복한 사람이라고, 나는 속으로 중얼거린다. 차마 버리고 떠날 수 없는 것들을 갖고 있는 당신들은 행복한 사람이 아니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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