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용주
나는 예전에 화전민들이 살던 강원도 치악산 속에서 산다. 그들은 세상 밖으로 나가고, 도시에 살던 나는 그들이 떠나간 터로 돌아와 흙집 한 채에 짐을 풀고 토종벌을 키우며 살고 있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 어느새 여섯 번째의 겨울을 맞는다.

도시에서 가끔 방문자들이 오면 강아지와 두 마리 닭만 어슬렁거리던 작은 마당이 북적거린다. 돌판 위에 삼겹살이 익고 웃음소리는 가랑잎처럼 굴러다닌다. 그들은 해발 700미터에 고적하게 자리 잡은 내 움막에서 보이는 경치에 감탄을 하며 날 부러워한다.

많은 사람들이 자연과 더불어 사는 꿈을 꾼다. 배낭을 메고 친구들과 어울려 놀러 오고 싶을 때 아무 때나 올 수 있는 곳인데도 굳이 "짐 보따리를 싸서 들어오고 싶다"고 말한다. 그런데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사실 지금 그들이 있는 곳에 할 일이 많은 사람들이다. 그들은 말한다. 애들 졸업시키고, 정년퇴직하고, 더 늙기 전에 돈을 모아 땅도 사고 그럴 듯한 집이라도 한 채 지을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라고. 살아가면서 어느 때가 되어야 자신의 할 일을 다 끝내고 미뤄뒀던 삶을 시작해도 되는 때인지 나는 알지 못한다. 다만 내가 생각하는 것은, 누구나 지금의 모습이 결국은 제 살고 싶은 모습 아닌가 하는 것이다.

짧은 방문을 끝내고 어둑해진 산길을 내려가던 사람들은 나에게 말한다. 떠나온 당신은 행복한 사람이라고, 나는 속으로 중얼거린다. 차마 버리고 떠날 수 없는 것들을 갖고 있는 당신들은 행복한 사람이 아니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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