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자 손바닥에 손톱으로 마지막 시를 쓰고 떠나다
  • 타계한 故오규원 시인
    우리詩壇 언어탐구의 거목 20년간 서울예대 교수 재직
    젊은 시인·소설가에 큰 영향
  • 박해현기자 hhpark@chosun.com
    • ‘한적한 오후다/ 불타는 오후다/ 더 잃을 것이 없는 오후다/ 나는 나무 속에서 자본다’

      시인은 의식이 남아있는 마지막 순간까지 시를 썼다. 지난 2일 폐질환으로 타계한 오규원 시인(1941~2007)이 병상에서 제목이 없는 4행시 한 편을 남겼다. 오 시인이 가르쳤던 서울예대 문창과 출신 문인들은 4일 “지난 1월21일 서울 신촌 세브란스 병원에 입원 중이던 선생님이 손톱으로 마지막 시를 쓰셨다”고 전했다.

      당시 의식을 잃기 직전 상태였던 오 시인은 간병 중이던 제자 시인 이원씨의 손바닥을 찾았다. 그러고는 혼신의 힘을 다해 손톱으로 제자의 손바닥에 시를 한 자 한 자 새겼다. “선생님은 처음 3행을 썼다가 한참 시간을 들인 뒤 마지막 한 행을 썼다”고 제자는 전했다. 스승의 빈소에 모인 제자들은 “마지막 시구는 2연의 첫 행일지도 모르지만, 4행을 한 편의 시로 편집하자”고 뜻을 모았다.

    • 고 오규원 시인.
    • ‘나는 나무 속에서 자본다’고 쓴 시인의 장례식은 5일 오후 2시 강화도 전등사에서 수목장으로 진행된다. 제자인 이창기 시인은 “선생님께서 의식을 잃기 전까지 유골을 화장해달라고만 말씀하셨는데, 수목장은 선생님이 돌아가신 뒤 유족들이 결정한 것”이라며 “선생님의 시가 마치 사후의 일까지 내다보신 것 같다”고 말했다.

      오규원 시인은 한국 시단에서 언어 탐구의 거목이었다. 초기시에서부터 ‘추상의 나뭇가지에 살고 있는 언어’(시 ‘몇 개의 현상’ 부분)를 탐구했던 그는 결국 나무 아래에 묻혀 영면을 취한다. 그는 ‘사랑의 기교’ ‘토마토는 붉다 아니 달콤하다’ 등의 시집과 ‘현실과 극기’ 등의 시론집을 통해 시적 언어의 투명성을 극단으로 밀고 나가면서 독특한 시세계를 일궜다. 또한 서울예대 문창과 교수(1982~2002)를 지내면서 수많은 제자 문인들을 키웠다. 80년대 이후 시단에 진출한 양선희 박형준 윤희상 장석남 함민복 이병률씨 등 젊은 시인들을 지도했을 뿐 아니라 소설가 신경숙 하성란 조경란 강인숙 천운영씨 등에게도 큰 영향을 미쳤다.

      오규원 시인은 말년에 만성폐쇄성폐질환이란 희귀병을 앓으면서 큰 고통을 겪었다. 반딧불이가 살 정도로 공기가 맑은 경기도 양평의 전원주택에 칩거하던 그는 지난 2005년 9번째이자 마지막 개인 시집 ‘새와 나무와 새똥 그리고 돌멩이’를 펴내면서 ‘날(生) 이미지 시’를 제창했다. “존재의 현상 그 자체를 언어화하자는 것”이라고 ‘날 이미지 시’론을 설명했던 그는 “인간 중심의 사고에서 벗어나 사물의 시선으로 세상을 보고자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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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Ritournelle > * 올해의 출판 트렌드 #2: 2006년 베스트셀러 열전

    * 지난 번 2006년의 트렌드를 이끈 핵심적 키워드 14개에 이어 이번 시간에는 가장 많은 판매부수를 기록한 '베스트 셀러'를 소개해 볼까 한다. 유감스럽게도 나는 종합 베스트 셀러 20권 중 단 한권의 책도 읽지 않았다. 물론 8위에 랭크된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을 영화로 본적은 있지만 말이다.

    1. 종합 베스트 셀러: 마시멜로와 '우행시'의 날갯짓

     * 선정위원들은 인터넷 서점의 판매부수를 통해 올 한해 동안 가장 많이 팔린 서적으로 {마시멜로 이야기}를 꼽았다. 하지만 번역자로 알려진 방송인 정지영의 대리 번역문제가 불거지면서 씁쓸한 뒷 맛을 남긴 것이 흠이라고 지적했다. 베스트 셀러 2위는 공지영의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으로 2005년 베스트 셀러에 들었다가 이번에 동명 타이틀의 영화가 개봉되면서 다시 베스트 셀러가 된 경우이다. 그밖에 3위부터 20위까지의 순위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눈에 띄는 책은 {긍정의 힘}과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정도이다. 왜냐하면 전자는 우리 집에 책이 있기 때문이고(* 물론 나는 크리스천임에도 불구하고 이런 류의 책은 절대 읽지 않는다. 뭐 혹 읽을 날이 있겠지만 말이다) 후자는 평소 '한비야'라는 인물이 지닌 역동성과 진취성을 긍정적으로 바라봤기 때문이다. 

     

     

     

     

     

     

     

     

     

     

     

     

     

     

     

     

    2. 분야별 베스트 셀러: 자기 개발서의 놀라운 힘

    * 선정 위원들은 분야별 베스트 셀러에서는 아무래도 자기 개발서가 많은 역할을 한 것이 사실이다. 구체적으로 문학, 인문 및 교양, 비즈니스, 유아/어린이/청소년 분야의 베스트 셀러는 다음과 같다.

    1) 문학 분야의 베스트 셀러: 문학 분야의 베스트 셀러가 종합 베스트 셀러의 대부분을을 차지하는 기이한 현상을 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그리고 공지영은 문학 분야의 베스트 셀러에 자기 이름으로 된 책을 두 권이나 올리는 기염을 토했다. 한편 쥐스킨트의 {향수}는 출간된지 꽤 된 책이지만 이번에 다시 출간되어 베스트 셀러가 된 경우이고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는 이미 스테디 셀러의 반열에 오른 작품이라고 평가된다.

     

     

     

    2) 인문/교양 분야 : 개인적으로 가장 눈에 띄는 책은 {글쓰기의 전략}과 신영복의 {강의}이다. 그밖의 책들은 그리 눈에 띄지는 않는다. 기독교 계의 베스트 셀러인 릭 워렌 목사의 {목적이 이끄는 삶}은 뭐 큐티 교재로도 사용될 정도니 할말 다했고, {긍정의 힘}은 정말 기독교가  사회에 긍정적 영향을 끼치기 위해서는 비판적으로 독해해야 할 필요가 있는 책이다. 아이러니컬하게도 교양 분야의 베스트 셀러에 기독교 관련 책들이 3권이나 포진되어 있다. 그것도 1위와 2위, 그리고 5위가 모두 기독교 관련 책들이다. 이건 그 책들이 대중들의 교양수준을 고양할만한 수준에 위치한 것이 아니라 단지 유행을 따라서 많은 숫자의 기독교인들이 그 책을 '팔아 준것'에 불과하다.

     

     

     

     

     

     

     

    3) 비즈니스 분야 베스트셀러: 역시 최고의 베스트셀러(*물론 그 책이 최고로 훌륭한 책이라는 의미는 결코 아니다)는 {마시멜로 이야기}이다. 그리고 비즈니스 분야의 상위권에 랭크된 책들이 종합 베스트 셀러에도 동시에 랭크되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4) 유아, 어린이, 청소년 분야 베스트 셀러: 한 해 동안 한자 교육의 열풍이 계속된 것의 결과가 그대로 반영되었다.

     

     

     

     

     

     

     

    2. 스테디셀러 열전: 2000년 1월 1일 이전에 출간된 책이 지금까지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는 책들을 선정위원들은 추천했다. 1위는 {모모}가 차지했다. 선정위원들에 따르면 여성 독자들의 비중이 70%나 돼 그 인기를 실감 할수 있다.  

    1) 스테디셀러 종합순위

     

     

     

     

     

     

      

     

     

     

     

     

     

     

    2) 인문, 교양 분야 스테디셀러: 얼마 전에 완간된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와 참여정부의 문화재청인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가 여전히 애서가들의 사랑을 꾸준히 받고 있는 책으로 선정되었다. 순위에서 개인적으로 눈에 띄는 것은 노자의 {도덕경}, 리영희 선생님의 {전환시대의 논리}, 장자의 {장자}, 마빈 해리스의 {문화의 수수께끼}(*문화 인류학자인 마빈 해리스의 저서가 스테디셀러라니 정말 의외다) 등이다.

     

     

     

     

     

     

     

     

     

     

     

     

     

     

     

     

    3) 문학 분야 스테디 셀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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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You! UCC - 세상을 바꾸는 창조세대와 UCC 기업 성공전략
    김영한 외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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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은 2006년 '올해의 발명품'으로 동영상 UCC사이트인 유튜브를 꼽았고, '올해의 인물'로 UCC 사용자들을 상징하는 'YOU'를 선정했다. 영국의 [이코노미스트]지는 2007년의 메가트랜드가 웹2.0과 UCC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창조세대의 성장 배경;정치적 민주화/글로벌화/정보사회화/경제적 풍요로움, '많이 보고 듣고 쓰고 공유한다)-8쪽

    (UCC의 본질) 지식in이나 위키피디아의 예를 통해 여기서 한가지 더 알 수 있는 것은 UCC를 정의함에 있어 단순히 '사용자 제작 콘텐츠'라는 말로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UCC는 콘텐츠를 만든 자가 누구냐가 핵심이 아니다. 그 콘텐츠에 누구나 접근이 가능하고, 이를 누구나 가져갈 수 있으며, 그것으로 누구나 새로운 것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 UCC의 본질이라 하겠다.-31쪽

    (유튜브)
    - 2006년 10월 구글이 설립된지 1년밖에 되지 않은 유튜브를 16억5,000만 달러에 인수
    - 성공요인은 기술보다는 트렌드에 주목했다는 점이다. 시대가 원하는 트렌드를 읽고 그것을 실행했던 것이 성공 요인이다. 표현하고 싶어하는 욕구, 창조의 즐거움, 자신의 창조물을 보고 즐거워하는 사람들을 보는 즐거움 등 인터넷 사용자들이 가지고 있는 욕구를 정확히 읽고, 이러한 욕구를 펼칠 수 있는 장과 프로세스를 제공한 것.-37 외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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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케팅의 99%는 기획이다
    야마모토 나오토 지음, 방지선 옮김 / 토네이도 / 2006년 7월
    평점 :
    절판


    마케팅 기획자라면, 각각의 전문기능을 한데 모아 조화로운 활동설계도를 만들 줄 알아야 한다.마케팅 기획이란, 그 기획을 성공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극대화해 나가기보다는 실패할 수 있는 여러 한계와 문제점들을 종합, 분석한 후 이를 끈질기게 제거해 나가는 활동이라고 할 수 있다.

    고객의 니즈는 매우 가변적이고 다양한 변수를 갖고 잇다는 사실을 마케팅 기획자는 명심해야 한다. 고객의 니즈는 매우 중요한 요소이지만, 다수 고객의 니즈가 반드시 마케팅에서 성공을 불러오는 건 결코 아니다.

    소비자는 구매 후 자신의 일상에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에 대한 예측에 따라 그 결정을 달리한다.(가치관/구매력/구매 후 변화에 대한 예측/그리고 정보)

    (시장 분석을 위한 시각 조정) 선입견 없는 폭넓은 시장과의 대화/'고객'과 '시장'이 아닌 '소비자'와 '사회'를 먼저 이해/정성정보(미시적 관점에서 한 사람 한 사람의 마음과 행동을 파악) 및 정량정보의 구분 => 정성정보의 치밀한 분석 위에서 유의미한 정량정보를 검토할 수 있어야...

    비즈니스맨들은 공신력 있는 기관에서 대규모로 측정한 고객동향 조사를 무조건 신뢰하고자 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다양한 마케팅 성공사례에 비춰볼 때 고객동향 조사는 백미러 역할에 불과하다.

    고객의 니즈를 지향한다는 건 마케팅 기획자의 기본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이에 못잖게 기획자 및 기업의 시즈 또한 중요하다. 중요한 것은 니즈와 시즈는 서로 대립하는 개념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 두 가지 욕구는 양립 가능하며 상호보완적이다.

    "우리 회사의 마케팅 기획자들은 고객이 원하는 것에 귀 기울이지 않는다. 그들의 목소리에서는 좀처럼 뭔가를 정확하게 파악해 낼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들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대신 그들이 정녕 필요로 하는 것이 무언인지, 앞으로 원하게 될 상품과 서비스가 무엇인지에 대해 생산자의 입장에서 지혜를 짜낸다. 그리고 우리 회사 마케팅 기획자들은 그와 같은 지혜가 고객의 니즈를 선도할 수 있도록  철저하게 준비한다. 시장에 봉사하는 것이 마케팅 기획자의 역할은 아니다. 마케팅 기획자는 시장을 창조할 줄 알아야 한다."(소니 창업자인 모리타 아키오)

    일방향 커뮤니케이션 시스템을 갖고 있는 기업은 성장과정에서 분명히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지나치게 고객의 눈치를 살피는 일은 지양되어야 하며, 무엇보다 선입견 없는 폭넓은 시장과의 대화가 필요하다.(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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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문화의 힘 - 세계는 왜 J컬처에 열광하는가
    윤상인 외 지음 / 동아시아 / 2006년 7월
    절판


    한류가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 곳곳을 넘나드는 사이에, 일류日流 역시 세계 규모로 물줄기를 뻗어가고 있다. 이런 현상에서 21세기가 문화 지정학의 시대가 될 것이라는 조짐을 발견한다.
    하드 파워 시대의 주체가 국가 권력이었다면 소프트 파워 시대에는 민간이 그 역할을 대신한다.-12쪽

    (일본의) 한자는 그 조합에 따라 읽는 방법이 다양하기 때문에 명함의 영문 표기는 내국인용으로 쓰이는 경우가 많다... 뿐만 아니라 일본은 무국적어의 천국이다... 직장여성을 줄여 'OL(office lady의 이니셜)'이라고 부르고... 당돌한 여고생을 '고갸루(高+girl)', 당돌한 직장여성을 '오야지가루(아저씨+girl)' 등으로 계층을 나눠 부르는 나라는 이 세상에서 일본밖에 없을 것이다. 이렇게 일본의 문자문화는 때로는 국적까지 넘나들면서 복잡하고 다양하게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그 본질에는 언제라도 다른 문화를 받아들일 수 있다는 '수용성'과 그것을 체질에 맞게 바꿀 수 있다는 '편집성'이 내재되어 있다. -18쪽

    일본은 분명 디자인 선진국이다. 화장품에서 전자제품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 디자인 트렌드를 좌우할 정도로 강력한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또한 이러한 일본의 디자인은 우리 나라에 직간접적으로 많은 영향을 미쳐왔다. 그러나 지금까지 우리는 일본디자인의 표면적인 스타일만을 부러워하거나 흉내 내려 했던 것은 아니었는지 반성해볼 필요가 있다. 다나카 잇코의 포스터에서처럼 다테마에 뒤에 감추고 있는 혼네의 칼날을 발견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스기우라 고헤이/-45쪽

    오에 겐자부로는 일본 현대문학의 큰 줄기를 다음 세 집단으로 분류해서 설명한 바 있다. 제1집단은 '세계문학으로부터 고립된 문학'으로서 가와바타 야스나리와 다니자키 준이치로, 미시마 유키오가 여기에 포함된다. 제2집단은 '세계문학에서 배워 세계문학으로 향해 되돌려주고자 하는 문학'으로서 오오카 쇼헤이, 아베 고보, 오에 겐자부로가 여기에 속한다. 제3집단은 '세계가 하위(대중)문화로 공고히 얽혀 있는 시대에 전형적인 문학'으로서 무라카미 하루키와 요시모토 바나나 등이 그 대표적인 존재이다. -61쪽

    가와바타의 노벨상 수상은 서양인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특수한 세계를 그려서 주목을 끈, 다시 말해서 서양인들의 이국취미의 소산이라고 볼 수 있다... 오에의 수상은 일본문학이 비로소 세계문학 속에서 진정한 시민권을 획득했다는 의의를 지닌다.(서양어의 번역투라는 비판을 받기도 하는 오에 소설의 문체는 일본어의 토속성을 승인하지 않으려는 부단한 노력의 산물이기도 하다)-63쪽

    (무라카미 하루키) 1979년부터 2004년 사이에 10편의 장편소설과 9권의 단편집을 펴냈고, 총 30권 이상의 여행기, 논픽션, 에세이를 출판했다. 레이먼드 카버, 스콧 피츠제럴드, 팀 오브라이언 등 20세기 후반 미국소설을 중심으로 근 50권에 이르는 번역서를 냈다. 실로 대단한 분출력이다... <양을 둘러싼 모험>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 <태엽 감는 새>를 읽은 독자는 작가가 마치 건축설계도와 같은 치밀함 속에서 한 순간도 독자의 집중력을 이완시키지 않는 뛰어난 이야기꾼이라는 사실을 인정하게 된다... 하루키에 대한 독자들의 전폭적인 지지는 실제의 독서 경험을 통해 그야말로 진부함을 극도로 거부하는 작가라는 신뢰에 바탕을 두고 있다... 무라카미 하루키 소설은 비교적 번역하기 쉽다. 그것은 작가가 일본문화의 중력이 미치지 않는 제3의 영역에서 애써 중성적이며 인공적인 일본어를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하루키 소설에 결여되어 있는 것은 피와 눈물과 땀만이 아니다. '빈곤'도 결여되어 있다. 등장인물들은 모두가 안정되고 풍요로운 소비생활을 구가한다... 하루키가 창조하는 세계는 엄밀하게 말해서 일본어와 미국적 감성의 행복한 결합에서 빚어진 것이기 때문이다.-64쪽

    (영화) 일본영화는 치밀하고, 섬세하다. 대규모의 제작위원회가 만들어지는 대작이나 극단적인 예술영화를 제외하고 대부분 일본영화의 촬영 기간은 한 달을 넘기지 않는다. 치밀하게 프리프로덕션을 하고, 실제 촬영에 들어가서는 계획된 것을 정확하게 지킨다. 모든 것이 아귀가 맞고 흠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깔끔하지만, 조금 가라앉아 있다는 느낌이 든다.

    커뮤니케이션을 탐구하는 골에다 히로카즈/구로사와 아키라, <라쇼몽>(1951)/이마무라 쇼헤이, <우나기>(1997, 칸 그랑프리)/작가영화를 대표하는 고레에다 히로카즈/그리고 영화 파트를 담당한 김봉석-75쪽

    (애니메이션) 할리우드 애니메이션이 대체로 수동적인 관객을 양산하며, 강력하면서도 지속적인 계몽주의적 담론을 재생산해오고 있는 데 반해, 일본 애니메이션은 능동적인 관객을 훈련시키는 열린 텍스트를 전제하면서, 외유내강식의 중독성 있는 메시지를 연속적으로 표면화하고 있다... (디즈니 식의 매너리즘에 대한 대안) 세계 애니메이션 배급사들의 대안적 전략으로 제시되고 있는 것이 일본 애니메이션이다. 일본 애니메이션의 제작방식은 아직도 기존 전통적 2D 애니메이션에 기초하고 있으면서도 시나리오의 실험성이 또다른 대중성의 틈새를 자극하고 있다. 또한 다양하면서도 차별적인 이데올로기의 양산과 비평지대의 확산은 일본 애니메이션의 마니아층을 세계적으로 확대시키며 안정적인 소비 영역을 확보해나가고 있다. -104쪽

    * 데스카 오사무(1928년생, 오사카대 의학부 진학, 졸업, 61년 의학박사 학위 취득) 정글대제/철완아톰/리본의 기사 등
    * 미야자키 하야오, 바람계곡의 나우시카/천공의 성 라퓨타/마녀 배달부 키키/붉은 돼지/이웃집 토토로/귀를 기울이면/원령공주/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2003년 아카데미 장편 애니메이션 상, 일본 관객 2,500만명, 한국 관객 250만명 등)/하울의 움직이는 성
    * 다카하타 이사오(반딧불이의 무덤/추억은 방울방울)
    * 오토코 가쓰히로(미궁물어/메모리즈/아키라)
    * 오시이 마모루(천사의 알/공각기동대)-112쪽

    다만, 일본 애니메이션이 보여주고 있는 일본식 문화의 전형들이 작품 속의 이데올로기에 무분별하게 용해되어, 일본문화의 제국주의적 확장에 또 다른 장치로 활용된다는 측면은 나름대로 경계해야 할 점이다.
    특히 역사적 시나리오의 재해석 과정에서 일본식 무국적 캐릭터 중심의 내러티브를 확장하고 신화적 상상력을 종교의식의 충돌을 통해 과감하게 도입하는 전략은 일본문화 중심의 새로운 문화읽기을 강요하는 일종의 종교적 주문으로 분석되기도 한다.-1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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