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루스 커밍스의 한국현대사
브루스 커밍스 지음, 김동노 외 옮김 / 창비 / 200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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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쪽이 넘는 분량도 부담스럽고 4만원이 넘는 값도 부담스럽지만 한국인이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라고 생각한다. 단지 의무감으로 읽으라는 건 아니다. 은근히 웃긴 표현들이 많다. 저자는 미국 시카고 대학 교수인 브루스커밍스이다. 미국사람이지만 조국에 대해서 비판적인 이야기를 하는 양심적인 학자이다. 북한을 일방적으로 비판하는 남한 사회에 대해 일침을 가했다. 다만 일제강점기나 박정희독재정권기에 대해서도 일면 좋은 점도 있었다고 판단한 점은 의아했다. 그렇게 판단한 주된 근거는 한국인인 그의 아내의 논문이었는데, 그 아내분의 아버지가 박정희 정권 시절 경제 관료이자 재계 회장이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해가 된다.

 

<인상적인 구절>

 

한국의 분단에는 어떤 역사적인 정당성도 없었다. 만약 어떤 동아시아 나라를 분단했어야 한다면 그것은 (침략자인 독일처럼) 일본이었다. 그 대신 한국과 중국과 베트남이 모두 2차대전의 여파로 분단되었다.

 

서북청년단은 가장 악랄한 정치조직이었다. 미국 정보기관은 그것을 극우 정치요인들을 지지하는 테러리스트단체라고 발표했다. 초기에는 그 회원들이 모두 소련과 한국 공산주의자들에 대한 실제적 혹은 가상적 불만을 품고 북한에서 도망온 사람들이었다” (생략) 제주도민을 가장 분노하게 만든 것은 서북청년단의 준동이었다. 1947년 말에 미국 방첩대는 이 단체에게 그들이 제주도에서 자행하는 광범위한 테러행위에 대해 경고했다. 그러나 미국의 지휘 아래 바로 이 청년들이 경찰과 경비대에 합류하여 제주도 유격대 진압작전에 나섰던 것이다. (생략) 한국 서북부 출신의 젊은이들로 이루어진 한 청년단체가 들어온 뒤 () 주민들과 본토 출신 주민들 사이의 감정이 격해지기 시작했다 (생략) 서북청년단은 경찰 이상으로 경찰력을 행사했으며 그들의 잔인한 행동은 주민들의 심한 분노를 초래했다고 알려졌다.

 

625일 당일이나 그 이전에 무슨 일이 일어났든 두말할 나위 없이 분명한 것은 이 전쟁이 한국인들이 한국 땅을 침략한문제였다는 것이다. 그것을 일반적으로 인정된 나라간의 국경을 침범한 공격이 아니었다. 그것은 내전의 투쟁이 시작된 지점도 아니었다. 이데올로기적인 폭발성으로 충만한 누가 한국전쟁을 시작했는가?”하는 질문은 분명 잘못된 질문이다. 그것은 내전에 관한 질문이 아니며, 단지 동족상잔의 투쟁으로 직접 고통을 당한 세대들의 애간장을 쥐어짤 뿐이다. 미국인들은 남부가 썸터 요새(Fort Sumter)에서 먼저 발포했다는 사실에 더 이상 관심을 갖지 않지만 노예제도와 남부의 연방 탈퇴에 대한 관심은 여전하다. 아무도 누가 베트남 전쟁을 시작했는지 알고 싶어하지 않는다. 언젠가는 남북의 한국인들은 미국인들이 마침내 그랬듯이 내전은 혼자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는 지혜를 깨닫고 화해할 것이다. 미국인들이 그렇게 하는 데 1세기 가량이 걸렸다. 그러므로 50년이 지난 후에도 한국의 화해가 여전히 미결정 상태인 것은 놀라울 것이 없다.

 

이승만은 이병철한테 제일제당과 제일모직과 같은 이전의 일본기업들을 두드러지게 유리한 구매가격으로 내어주었다. (생략) 삼성의 창립자인 이병철은 항상 자신을 일본신사로 여겼고 일본여성과 결혼함으로써 자신의 정체성을 입증했다. 삼성(‘별 셋’)은 미쯔비시의 다이어몬드 셋을 응용한 것인데, 미쯔비시 역시 메르세데스의 로고를 본 뜬 것일 공산이 크다. 수많은 재벌 총수들과는 달리 이병철은 식민지시대에 첫출발을 했다. 지주가문 출신인 그는 1930년대 마산에서 정미소로 시작하였고 그후 대구에서 쌀로 빚은 술을 수출했다. 그의 사업은 2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급속하게 팽창하였는데, 그때 그는 자기 공장 부지내의 막사같은 건물에 사는 노동자들에게 일을 시켰다. 항상 노조에 적대적이었던 이병철은 종종 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에는 삼성에 노조를 허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삼성은 이승만 정권 동안 특매가로 일본인 공장들을 전략적으로 사들인 데 힘입어 가장 중요한 경공업회사가 되었다. 이 무렵 이병철은 한국 최고의 갑부였다. 그러나 중공업 추진정책 동안 삼성은 컴퓨터, 가정용 전자, 조선을 포함한 다른 많은 분야로 다각화하였다. 1994년 삼성은 정부로부터 거제도의 새 공장에서 자동차 제작을 시작할 수 있는 허락을 받았는데, 거제도는 우연찮게도 김영삼 대통령의 출생지였다. 1994<포천>지의 500대 기업 목록에서 삼성은 146억 달러의 매출을 올려 221위를 차지했다.

이를테면 일본의 한 은행이 12인치 흑백 텔레비전을 만드는 자금으로 당신에게 시세보다 낮은 금리로 1천만 달러를 빌려 주도록 내가 주선하고 은행에 대여금 상황을 보장한다. 나는우리의 자유무역지대의 한 부지를 당신에게 떼어주고, 당신 공장까지 이르는 도로를 건설해주고, 우대금리로 에너지와 전기를 공급하고, 당신이 건물을 짓도록 미국의 잉여 시멘트를 챙겨준다. 나는 시장과 기술과 유통채널을 확보하고 있는 외국회사를 찾아서, 당신의 텔레비전을 미국의 어느 곳에서나 심지어 식료품가게에서도 팔 수 있게 해준다. 나는 교육과 훈련을 받은 노동력을 정해진 가격(역시 시세보다 훨씬 싼 가격)으로 지속적으로 공급할 것을 보장하고 노동조합을 불법화하고 노동현장에서 위험스런 결사체들이 출현할 때에는 언제나 군대를 보내준다. 나는 당신이 몇 개의 기업과 경쟁해야 할지를 결정하며, 당신의 연간 생산목표액을 정해주고 (초과달성 시에 보너스를 주겠다는 약속과 아울러), 당신들 모두가 성장할 수 있는 여지가 있도록 확실히 배려한다. (당신이 내 처남이다 뭐다 하는 사실은 거론할 필요도 없다) 이런 체계가 1960년대에는 간혈적으로 운용되었다면 1970년대에는 시계처럼 정확하게 운용되어 한국형 모델의 정수가 되었다.

 

14~16살의 어린 소녀들이 마루바닥에 꿇어앉아서 오전 8시에서 밤11시까지 하루 평균 15시간을 일해야만 했다. 노동자들은 한 달에 이틀, 쳇째 셋째 일요일에만 쉴 수 있었다. 할 일이 많을 때는 철야작업까지 해야만 했다. 깨어 있기 위해서는 각성제를 먹어야만 했다. 1970년 이런 가혹한 노동에 대한 임금은 월 1,500원에서 3,000원 사이였다. 이들의 하루 임금은 다방에서의 커피 한 잔 값에 해당했다.

 

1950년대와 1960년대의 북한 경제는 세계 최고의 성장률을 기록하였다. 외부의 관찰자들에 의하면, 북한의 산업은 한국전쟁 이후 십년 동안 연평균 25%로 성장했고, 1965~1978년 사이에는 약 14%의 성장을 이루었다. (생략) 한국 전쟁 이후 20년 동안 북한의 경제성장은 남한의 성장을 훨씬 능가했고, 남한이 도대체 경제성장을 시작할 수 있을지 걱정하던 미국 관리들의 마음에 두려움을 주었다. (생략) 북한의 일인당 국민총생산량이 최소한 1983년까지는 (남한고) 비슷하게 유지 (생략) 사회주의 블록의 붕괴로 인해 북한은 주 시장을 상실하였고 1990년대 초반 몇 년 동안 국민총생산량이 감소하게 되었다

 

왜 최고수준의 대학에 다니는 한국계 미국인들이 그렇게 많은가? 꼭 하나의 답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확실히 이 오래된 나라에서의 교육은 여러 세대를 걸쳐 최고의 학교에 진학하는 것이 향후 전체 가족의 물질적인 복지를 위해서 필수적이었고, 대학에 갈 여력이 없거나 입학시험에 떨어진 이들의 운명이 어떤 것인지를 냉엄하게 가르쳐왔다. 초등학교 교복을 걸친 채 무거운 짐에 허리가 휘도록 일하는 노동자의 모습은 서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다.

 

1903년에서 1905년 사이에 수많은 한인들이 하와이에 도착했는데, 그 수는 모두 약 7천 명에 달했고 주로 사탕수수 농장에서 일했다. 미국인 선교사들은 한국인들이 사탕수수농장 노동으로 자신들의 상황을 향상시키고 유용한 지식을 얻을 것으로 확신하여 이 이민을 촉진시켰던 것과 마친가지로 농장주들은 백인들이 도저히 사탕수수농장 일을 할 수 없었기때문에 한국인들을 환영했던 것이다. 호러스 앨랜은 하와이 지사인 쌘포드 돌에게 한국인들은 인내심 있고, 근면하며, 오랜 복종의 습관으로 인해 다루기 쉬운 유순한 인종이라는 점에서 중국인보다 우수하다고 말했다.

 

한국인들은 대단한 가족애와 교육의 미덕에 대한 놀라운 믿음을 지닌, 기백이 넘치고 근면한 도덕적인 사람들이다. 이들은 지도자로부터 좀더 나은 대접을 받아 마땅하고, 반세기 동안 한국인들의 삶에 깊숙이 관여해왔으면서도 아직도 한국인들을 모르는 미국이라는 나라로부터 여태껏 받아온 대접보다는 더 낳은 대접을 받아 마땅하다. (생략) 이제 내란에 의해 완성된자유를 지닌, 통일되고 당당하고 근대적인 한국을 상상해 볼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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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은 혼자 오지 않는다 - 웃기는 의사 히르슈하우젠의 도파민처럼 짜릿한 행복 처방전
에카르트 폰 히르슈하우젠 지음, 박규호 옮김 / 은행나무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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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해지려고 이 책을 샀는데 두꺼워서 우울해졌다.

 

그러나 중간중간 저자가 직접 찍은 사진들이 재치있고, 그림들도 재미있어 475쪽을 후딱 읽었다.

 

혹시 급히 결론을 알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그저 이 책을 후루룩 넘기는 것으로도 족하다. (오른쪽 아래 펭귄 그림이 주제를 암시하는 동영상으로 변한다.)

 

다 좋은데 저자가 다소 우편향적인 이야기를 해서 그 부분은 좀 기분이 안 좋았다.

 

" '독일인의 불평'은 문화상품으로서도 큰 인기를 끌며 수출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노동은 언제나 착취와 결합되기 마련이며 정당한 임금은 처음부터 꿈도 꾸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이 그렇습니다. 중국에서 유독성 장난감들이 수입되기 한참 전부터 우리 독일은 유해한 이데올로기 수출의 세계챔피언이었습니다. 중국이 칼 마르크스의 이념을 받아드리지 않았다면 지금쯤 미국이나 유럽보다 훨씬 더 부자인 나라가 되었을 게 분명합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중국의 위협이 50년 이상 유예된 것을 공산주의에 감사해야 합니다. 쿠바와 북한은 아직도 완전히 회복되지 못한 상태이죠"

 

" '세계가치조사'에서 미국,독일,스위스,오스트리아 등 70개국 출신의 실험대상자 9만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정치적으로 좌파 성향을 지닌 사람일수록 자신을 불행하게 여기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생략) 보수층은 현재 상태를 좋게 보기 때문에 기존의 관계가 흔들리는 것을 원치 않습니다. 좌파는 현재의 세계가 불공평하며 정의롭지 못하다고 여기기 때문에 불만이 아주 많습니다. (생략) 혈중 알코올 농도는 정치적 신념의 결정적인 변수로 작용합니다. 말짱한 정신일 때는 세계를 개혁하자고 주장하던 사람이 혈중 알코올 농도가 높아지면서 어느새 보수적으로 바뀐다."

 

결국 행복은 좌파랑 올 수 없고 우파랑만 온다는 게 아닌가? 이왕이면 우파랑 좌파랑 같이 손잡고 오면 안되는가? 행복은 혼자 오지 않는다, 좌우 양파랑 함께 온다. ㅋㅋ

 

"올림픽 메달 시상의 순간, 은메달리스트와 동메달리스트 중 누가 더 행복한지 혹시 아십니까? (생략) 은메달리스트는 자신을 누구와 비교하겠습니까? 그 사람은 분명히 금메달리스트를 쳐다보며 속상해 할 것입니다. (생략) 동메달리스트는 행복합니다. 정말 한심한 경우는 4위라는 사실을 잘 알기 때문입니다"

 

"오늘날 과잉행동성향으로 분류되는 사람들은 원시인 시절에 모닥불에 둘러앉아 살아갈 때는 숲속에서의 움직임을 제일 먼저 알아차리는 이들이었습니다. '주의력 결핍'을 지닌 산만한 사람들은 사방을 바라보는 덕탱게 위험이 닥치면 제때에 도망칠 수 있었죠. 그래서 검치호랑이에게 잡아먹히지 않고 살아남았죠. 하지만 검치호랑이가 사라지고 의무교육이 생겨난 이후로 이 장점은 단점으로 바뀌고 말았습니다"

 

"당신은 당첨되었습니다. 태어날 확률은 로또복권 당첨확률보다 훨씬 더 낮습니다. 당신은 3억 개의 후보자들 중에서 난자가 선택한 단 한 사람입니다. 그런 당신이 의기소침해서 다닌다면 선택받지 못한 나머지 '하찮은 것들'의 억장은 무너집니다!"

 

"이 땅에서 가장 돈을 잘 벌지만 또한 가장 딱한 직업이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바로 법조인입니다! 법조인들은 매일같이 비관주의와 부정적 사고를 훈련하게 됩니다. 조금 단순히 말하자면 법조인들의 뇌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문장 하나하나에 대해서 '문제가 어디에 있을까?"를 무의식적으로 생각하도록 훈련받습니다. 그리하여 계약서에 있는 단 한 군데의 사소한 빈틈을 억지로 이용하여 매우 영리한 수작을 부립니다. 이런 방식으로 하루에 12~14시간씩 일하게 되면 사람은 당연히 변합니다. 퇴근해서도 그 사람의 뇌는 계속 그런 상태입니다. 다행히 집에서 그가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누군가가 있어서 별 뜻 없이 '당신이 오니 좋아요'라고 말하더라도 법조인들은 기뻐하기는커녕 밤색 뒤척이면서 한 가지 생각에만 골똘합니다. '왜 그런 말을 한 거지? 뭐가 문제일까?' "

 

"행복을 얻기 위해서는 사랑받는 것보다 스스로 사랑할 줄 아는 능력이 훨씬 더 중요합니다. 그리고 이런 능력은 많은 사람들에게 나누어 줄 수도 있습니다. 현재 당신에게 파트너가 없어도 상관업습니다. 만약 그렇다면 결론적으로 말해서 파트너보다 좋은 친구가 행복감을 얻는 데 훨씬 더 중요합니다. 그러니 싱글 여러분, 마음을 편히 가지세요. 좋은 우정은 평균적으로 결혼보다 훨씬 더 오래 갑니다!"

 

"일부다처제가 더 행복할까요?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비단 여자들만이 아니라 남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사회정신의학 국제저널'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자유로운 현대사회의 여성은 가부장적 일부다처사회의 여성보다 확실히 더 만족스럽고 건강한 삶을 영위한다고 합니다. 일부다처제 하의 남편에게도 불만에 찬 여러 명의 아내와 생활하는 것이 좋지많은 않다고 하고요. 게다가 한 사회에서 남녀의 수는 항상 비슷하므로 여러 명의 아내를 '소유'하는 남자는 소수에 불과할 테고 다수의 남자들은 아내를 한 명도 갖지 못할 것입니다. 그러므로 자세히 들여다보면 일부다처제는 여성에게보다 남성에게 더 적대적인 제도입니다!"

 

"미국에서는 보톡스의 여파로 이제 배우들을 외국에서 수입해야 할 지경입니다. 외국에는 아직 표정연기를 할 수 있는 배우들이 그나마 남아있으니까요. 얼굴이 잔뜩 팽팽해진 미국 배우들은 이제 분노를 표현하려면 콧구멍만 벌렁거리는 수밖에 다른 방도가 없습니다"

 

"미용성형수술을 받은 환자 네 사람 중 한 명은 5년 안에 정신과 치료를 받습니다. 애당초 문제는 육체가 아니라 정신에 있었다는 이야기입니다. 대부분의 성형외과 의사들은 자기 환자의 정신적 장애를 제대로 인식할 능력이 없습니다. 잘못된 진단은 의사 자신에게도 위험할 수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매년 적지 않은 성형외과의사들이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환자들에 의해 살해 당하고 있습니다. 그들의 모습을 추하게 망쳐놓은 데 대한 복수로 말입니다"

 

"식사는 행복을 줍니다. 우리 네안데르탈인의 뇌는 기름지고 단 음식일수록 더 많은 즐거움을 느끼도록 발달했습니다. 당시에는 고칼로리 음식을 얻기가 굉장히 어려웠기 때문에 이런 행운이 찾아온 날에는 다음에 다시 배를 곯게 될 날을 대비해서 충분히 먹어두어야 했으니까요. 문제는 오늘날 독일과 위도가 비슷한 지역에 사는 사람들 중에는 기아에 허덕이는 사람들이 아주 드물다는 겁니다."

 

"서양인들에게는 달리기를 통해 영혼의 안식에 이르는 아프리카식 방법이 가만히 앉아서 안식 상태에 이르는 아시아식 명상 방법보다 더 가깝게 느껴집니다. (생략) 경미한 우울증에는 밖으로 나가 햇빛을 받으며 운동을 하는 것이 약을 먹고 소파에 누워 부작용만 기다리는 것보다 훨씬 낫습니다"

 

"나이가 들기 때문에 놀이를 멈추는 게 아니라 놀이를 멈추기 때문에 나이가 드는 것이다"

 

"인생은 돌고 돕니다. 1살짜리 아기의 성공은 대소변을 가리는 것이고, 25세에는 성행위, 50세에는 돈이 성공이며, 75세에는 여전히 성행위하는 것이, 그리고 90세에는 다시 대소변을 가리는 것이 성공입니다"

 

"거지는 백만장자를 부러워하지 않는다. 자신보다 조금 돈이 많은 거지를 부러워할 뿐! - 버트란트 러셀"

 

"1인자가 되기 위해서는 너무 많은 에너지가 요구됩니다. 게다가 1인자 자리를 지키는 것은 항상 위험합니다. 이것은 역사도 증명해줍니다. 역사상 미국의 부통령이 암살당한 경우는 단 한번도 없었습니다. 혹시 다음에 승진할 기회가 있다면 이 사실을 꼭 기억하십시오"

 

"행복은 스포츠 종목이나 악기처럼 학습되는 능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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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천재 이제석 - 세계를 놀래킨 간판쟁이의 필살 아이디어
이제석 지음 / 학고재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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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학생들이 감명 깊게 읽은 책으로 단연 <광고천재 이제석>을 꼽았다. 또 무슨 드라마에서 어느 연예인이 언급했겠지 싶어 혹시나 하고 읽었다가 눈이 번쩍 뜨였다.

 

수업 시간에 만화만 그리던 소위 문제아가 담임 선생님 권유로 지방 미대를 진학하여 수석 졸업했으나, 실력보다 스펙의 위력이 높은 사회 때문에 취직을 못하던 중, 맨손으로 미국에 건너가 광고계의 기린아가 되어 귀국하다!  아직도 미국은 기회의 땅, 아메리칸드림이 가능한 곳인가보다,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 한국보다는 최소한 나은 곳이니까.

 

"불만은 크리에이티비티를 낳는다. 솔직히 말해 나는 좀 투덜대는 편이다. 세상이 이상하게 돌아가는 걸 못 참는다. 비상적으로 설쳐대는 사람들에게는 욕을 해준다. 뉴욕에 살 때도 내 특유의 선천성 만성 불만증은 툭하면 도졌다. (생략) '빌어먹을, 지하철을 이 따위로 만들어놓으면 어떻게 하라는 거야. 올라가다 쓰러지면 시에서 책임져 줄 거야 뭐야. 세계에서 부자가 가장 많은 도시에서 왜 에스컬레이터도 하나 설치하지 못하는 거냐고? (생략) 나는 산 이미지를 골라 그 전에 찍어온 계단 사진으로 이미지를 재구성했다. 카피의 주제는 이미 머릿속에 정해져 있었다. 장애인이 계단을 오르는 건 히말라야를 오르는 것만큼 어렵다는 것이다."

 

불평불만은 창조의 동기라는 걸 한국은 모른다. 그래서 불평불만을 가지면 불순분자, 좌경용공 세력으로 매도한다. 그래서 한국은 늘 새롭게 만들어 내지 못하고 남이 만들어 낸 것을 베끼고 노동자를 착취하여 싸게 판다. 

 

"돈이 모든 걸 지배하는, 돈만 보고 달려가는 광고판을 바꾸려면 이런 레지스탕스 운동이 필요한 것이라고 (생략) 좋은 광고는 돈으로 만드는 게 아니야. 아이디어라고. 아이디어가 좋은 광고는 명쾌하고 단순하고 재미있잖아. 절대 돈지랄 하지마. (생략) 일본에서 최고로 잘 나가는 광고인이 '광고는 거짓말이다'라는 유서를 쓰고 고층빌딩에서 뛰어내린 적이 있다. 유서에는 '나는 행복하지도 않는데 행복한 세상을 어떻게 그리란 말인가?'라는 내용이 들어 있었다. 소비자를 속이는 거짓말을 일삼아야 하는 광고인의 막막함과 허탈함을 드러낸 것이다. (생략) 상업광고에 점점 정나미가 떨어져 가면서 나는 공익광고 쪽에 자꾸 눈이 갔다. 돈이 안 되는 척박한 여건이지만 공익광고의 내용과 목적이 내 유전자와 맞았다."

 

저자가 단지 상업광고로 성공한 사람이었다면 내가 지금 이 글을 쓰고 있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가 만든 공익광고들은 하나 같이 생태와 평화를 전하고 있었다. 참으로 아름다운 사람이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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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이트의 의자 - 숨겨진 나와 마주하는 정신분석 이야기
정도언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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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기심은 평준화 전문가입니다. 내 수준을 높일 수 없으면 남의 수준을 깎아 내리려 애씁니다. '시기심의 나라'에는 전망 좋고 편리한 고층건물을 지을 수 없습니다. 모든 사람들은 똑같은 높이의, 똑같은 모양의 규격화된 이층집에 살아야 합니다. 내 집이 조금이라도 덜 좋으면 더 불만이 생깁니다."

 

" '나보다 더 가진 자'에 대한 시기심이 지나치면 자기 마음의 탐욕에는 눈을 감아버리고 사회적 불평등에 집착합니다. 부의 균등한 분배에 열을 올립니다. 물론 사회적인 평등의식은 중요합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아무 행동도 하지 않으면서 자신의 시기심을 가리는 위장막으로 그런 말을 즐겨쓰는 사람들을 숱하게 볼 수 있습니다."

 

문제를 사회구조적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은 대개 정치적 운동을 합니다. 그런데 이런 사람들에게는 개인의 심리를 파악하는 능력이 부족합니다. 저도 그런 쪽에 속합니다. 그래서 간간히 심리학 책을 읽어 약점을 보충하려고 하는데, 제 버릇 개 못 준다고, 심리학 책조차 사회적 시각으로 읽힙니다. 저자는 평준화를 획일화로 보고, 평등의식을 시기심으로 보고 싶은 마음이더군요. 이런 부분에서는 마음이 좀 불편하지만 대체적으로 좋은 책입니다. 프로이트의 의자는 다만 파랗다는 점을 감안하고 읽었으면...(그런데 이렇게 하면 무의식이 제대로 드러나지 않는 건가 ㅋㅋ)

 

" '반동형성'은 받아드리기 힘든 감정이나 충동을 극복하기 위해 정반대 방향으로 세게 나가는 것입니다. (생략) 납치된 사람이 처음에는 증오하고 무서워하던 납치범을 결국 마음으로 따르거나 심지어 사랑까지 하게 되는 스톡홀롬 증후군도 반동형성으로 설명이 됩니다. 1973년 스웨덴의 스톡홀롬에 있는 한 은행에서 기관총으로 무장한 은행 강도가 침입해 세 명의 여자와 한 명의 남자를 131시간 동안 인질로 잡았습니다. 강도들은 인질들의 몸에 폭약을 감아놓고 꼼짝 못하게 감금하고 위협했습니다. 경찰이 마침내 그들을 구출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인질들이 기자회견에서 범인들을 옹호한 것입니다. 후에 한 여성은 범인 중 한 명과 약혼을 합니다. 다른 한 사람은 범인들의 변호사 비용을 대기 위해 기금을 모읍니다. 정말 놀랄 만한 일이 벌어진 것입니다. 그 현상을 이해하려면 상식의 세계가 아니라 무의식의 세계를 읽어야 합니다. 인질의 입장에서는 범인들이 자기들을 보호해주는 사람이라고 믿지 않고서는 지독한 위험에 처한 상황을 심리적으로 감당할 도리가 없었을 것입니다. 얻어맞는 아내가 때리는 남편을 떠나지 못하고, 학대 받는 아이들이 학대하는 부모를 버리지 못하는 것도 동일한 이유에서 입니다"

 

착취하는 사용자에게 충성하는 노동자들도 스톡홀롬 증후군에 걸린 것 같습니다.

 

"은근히 숨겨진 자살행위가 있습니다. 건강에 해로운 일을 꾸준히 또는 충동적으로 하는 것도 일종의 자살행위입니다. 예를 들어, 흡연, 폭음, 폭식, 약물남용이 그러합니다."

 

노동운동하는 사람들이 이런 자살행위를 즐깁니다. 어차피 질 싸움이라는 걸 무의식적으로 드러내는 걸까요?

 

"화나게 한 일은 당장은 큰일같이 여겨져도 길게 보면 작은 일인 경우가 아주 흔합니다. 죽고 사는 일만 빼고는 '죽고 사는 일'이란 없습니다."

 

그래서 웬만하면 참고 사는데 사용자들은 해도해도 너무합니다.

 

"어떤 사람이 사랑에 빠졌다는 것은 매우 미쳤다는 뜻이다 - 지그문트 프로이트"

 

사용자를 사랑하는 노동자들이 그렇습니다.

 

"누구를 미워하고 그에게 복수하고 싶다는 생각을 너무 오래하다가 자신도 모르게 그 사람과 닮습니다. 이러한 현상을 정신분석에서는 '공격자와의 동일화'라고 합니다. 스스로 정말 미워하는 부모의 모습을 닮았다고 느끼거나, 원수 같은 직장 상사와 비슷하게 생각하고, 느끼고, 행동하는 자신을 발견하고 깜짝 놀라는 수가 흔히 있습니다"

 

노사갈등이 심해졌을 때 가끔 깜짝 놀랍니다. ㅋㅋ

 

"시간에 쫓기며 사는 것은 불행한 삶입니다. 시간에 쫓기는 가장 대표적인 직업이 의사입니다. 의사가 된다는 것은 사간에 쫓기는 직업병을 앓는 것입니다. 의사들은 대개 빨리 걷고 식사를 급하게 합니다. 아무리 낭만적인 자리에서도 상대방보다 두 배 빠른 속도로 식사하는 게 기본이므로 그다지 환영할 만한 식사 친구가 아닙니다. 시간에 쫓길수록 유명한 의사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름값만큼 실력이 좋다면 환자는 좋겠지만 의사 개인은 그다지 행복하지 않을 것입니다. '의사가 시키는 대로 하되, 의사가 하는 대로 따라하지 말라.'는 말이 있습니다"

 

노조활동을 하는 사람도 그렇습니다.

 

"내가 다른 사람을 비판해야 할 때는 다음과 같이 합니다. 나쁜 점과 좋은 점을 짝지어서 말하세요. 상대의 저항이 줄어듭니다. 객관적 사실에 초점을 맞추세요. 상대가 덜 억울해 합니다. 구체적으로 문제가 무엇인지 상대가 말할 기회를 주세요. 잘 듣고 나서 이제는 내가 생각하는 문제를 상대에게 이야기하세요. 기회를 먼저 주었으니 고마운 마음에 상대가 나를 덜 비판하게 될 것입니다. 항상 비판과 친근감을 동시에 표현하세요. 서먹하게 헤어질 확률을 줄일 수 있습니다. 그에게 변화에 대한 보상을 제시하세요"

 

이렇게 해도 사용자를 설득할 수 없네요. 그래서 결국 파업으로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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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宇 집宙 - 지상의 집 한 채, 삶을 품고 우주와 통하다
서윤영 지음 / 궁리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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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탄생부터 현재까지 집에 관한 읽을 거리가 풍부하다. 다만 제목에서 암시하는 집과 우주의 연관성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니, 그 설명을 보충하든가, <건축의 역사>라는 부제를 달든가 했어야...

 

" '우'와 '주'는 원래 지붕의 '처마'와 '들보'를 가리키는 말이었는데, 한나라 고유가 <회남자>에서 상하사방의 공간을 '우'라고 하고 지나간 과거에서 다가올 미래까지의 시간을 '주'라고 주해한 이후에 천지를 비유하는 말로 쓰이게 되었다고 한다. 터를 다지고 방을 나누고 층을 올리고 도시를 이루기까지, 사람살이를 넓히고 수렴하고 기억하고 내다봐온 역사가 곧 집이다. 우리가 사는 집은 작은 우주다"

 

"모든 문화권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것은 어떠한 재료를 써서 집을 짓는가 하는 것과 신이 인류를 어떻게 창조했는가 하는 것 사이에 존재하는 관련성이다. 다시 말해 진흙을 이용해 집을 짓는 문화권에서는 신이 진흙을 빚어 인류를 창조했다고 설명하는 신화가 주류를 이루는 반면, 목재를 이용한 문화권에서는 신이 나무를 깍아 인류를 창조했다고 하는 점이다."

 

"건축의 발달 과정은 기능의 세분화라고 할 수 있는데, 강원도 두메의 고콜은 최근까지도 불의 기능이 구분되지 않은 채 난방, 조명, 조리 등 다용도로 사용되는 예다. 오늘을 사는 지금도 때로 변하지 않은 채 태고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예가 많다. 시골 농가 한구석에 마련된 김칫각이 신석시 시대의 모습이었듯, 고콜 또한 지금껏 남아 있는 구석기 시대의 모습이다"

 

"집을 짓는 것도 지신에게 땅을 빌려서 이용하는 것인데, 집을 짓자면 땅을 파거나 터를 다지는 등의 훼손 행위가 동반되었으므로 반드시 먼저 지신을 달래고 고사를 지내야 했다. 지금은 잘 쓰지 않지만 '동티' 혹은 '동티 난다'라는 말이 있다. 이는 '동토(動土)'에서 유래하는 것으로, 집을 지을 때 땅을 잘못 건드려 지신이 노해 말썽이 나는 일을 말한다. 땅을 파헤치는 일은 매우 불경스럽고 위험한 일이어서, 고대 유럽에서는 농경을 위해 쟁기질을 하는 것조차 금기와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건축물은 벽체와 지붕, 각종 설비로 이루어진 물리적 구조체인 동시에 사회적 의미의 총체이기도 하다. 아파트의 예를 들어 보아도 그것은 산업혁명의 사회적 산물이며, 신흥 공업도시에 몰려든 공장 노동자에게 양질의 주거환경을 제공하면서 또한 교묘하게 노동자를 통제하는 역할도 했다. 당시 노동자들은 조합을 결성하여 노동 조건의 개선을 요구하며 파업을 결행하곤 해서 여간 골치 아픈 문제가 아니었다. 이에 영국정부는 아파트를 지어 분양하면서 20~30년 장기 할부제도를 도입하여 단 한 달이라도 할부금을 내지 못하면 집에서 내쫓기도록 만들었고,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도입하여 파업을 하면 임금을 받지 못하게 했다. 파업을 하면 임금을 받지 못한다, 임금을 받지 못하면 할부금을 내지 못해 집에서 쫓겨나게 된다. 결국 노조는 정당한 권리로 보장되어 있는 파업을 마음대로 할 수가 없게 된다. 즉 아파는 철근과 콘크리트로 지어진 물리적 구조물이기도 하지만, 노동자에게 양질의 주거 공간을 제공하면서 동시에 탄압을 위한 수단으로 만들어진 사회적 제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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