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이트의 의자 - 숨겨진 나와 마주하는 정신분석 이야기
정도언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9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시기심은 평준화 전문가입니다. 내 수준을 높일 수 없으면 남의 수준을 깎아 내리려 애씁니다. '시기심의 나라'에는 전망 좋고 편리한 고층건물을 지을 수 없습니다. 모든 사람들은 똑같은 높이의, 똑같은 모양의 규격화된 이층집에 살아야 합니다. 내 집이 조금이라도 덜 좋으면 더 불만이 생깁니다."

 

" '나보다 더 가진 자'에 대한 시기심이 지나치면 자기 마음의 탐욕에는 눈을 감아버리고 사회적 불평등에 집착합니다. 부의 균등한 분배에 열을 올립니다. 물론 사회적인 평등의식은 중요합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아무 행동도 하지 않으면서 자신의 시기심을 가리는 위장막으로 그런 말을 즐겨쓰는 사람들을 숱하게 볼 수 있습니다."

 

문제를 사회구조적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은 대개 정치적 운동을 합니다. 그런데 이런 사람들에게는 개인의 심리를 파악하는 능력이 부족합니다. 저도 그런 쪽에 속합니다. 그래서 간간히 심리학 책을 읽어 약점을 보충하려고 하는데, 제 버릇 개 못 준다고, 심리학 책조차 사회적 시각으로 읽힙니다. 저자는 평준화를 획일화로 보고, 평등의식을 시기심으로 보고 싶은 마음이더군요. 이런 부분에서는 마음이 좀 불편하지만 대체적으로 좋은 책입니다. 프로이트의 의자는 다만 파랗다는 점을 감안하고 읽었으면...(그런데 이렇게 하면 무의식이 제대로 드러나지 않는 건가 ㅋㅋ)

 

" '반동형성'은 받아드리기 힘든 감정이나 충동을 극복하기 위해 정반대 방향으로 세게 나가는 것입니다. (생략) 납치된 사람이 처음에는 증오하고 무서워하던 납치범을 결국 마음으로 따르거나 심지어 사랑까지 하게 되는 스톡홀롬 증후군도 반동형성으로 설명이 됩니다. 1973년 스웨덴의 스톡홀롬에 있는 한 은행에서 기관총으로 무장한 은행 강도가 침입해 세 명의 여자와 한 명의 남자를 131시간 동안 인질로 잡았습니다. 강도들은 인질들의 몸에 폭약을 감아놓고 꼼짝 못하게 감금하고 위협했습니다. 경찰이 마침내 그들을 구출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인질들이 기자회견에서 범인들을 옹호한 것입니다. 후에 한 여성은 범인 중 한 명과 약혼을 합니다. 다른 한 사람은 범인들의 변호사 비용을 대기 위해 기금을 모읍니다. 정말 놀랄 만한 일이 벌어진 것입니다. 그 현상을 이해하려면 상식의 세계가 아니라 무의식의 세계를 읽어야 합니다. 인질의 입장에서는 범인들이 자기들을 보호해주는 사람이라고 믿지 않고서는 지독한 위험에 처한 상황을 심리적으로 감당할 도리가 없었을 것입니다. 얻어맞는 아내가 때리는 남편을 떠나지 못하고, 학대 받는 아이들이 학대하는 부모를 버리지 못하는 것도 동일한 이유에서 입니다"

 

착취하는 사용자에게 충성하는 노동자들도 스톡홀롬 증후군에 걸린 것 같습니다.

 

"은근히 숨겨진 자살행위가 있습니다. 건강에 해로운 일을 꾸준히 또는 충동적으로 하는 것도 일종의 자살행위입니다. 예를 들어, 흡연, 폭음, 폭식, 약물남용이 그러합니다."

 

노동운동하는 사람들이 이런 자살행위를 즐깁니다. 어차피 질 싸움이라는 걸 무의식적으로 드러내는 걸까요?

 

"화나게 한 일은 당장은 큰일같이 여겨져도 길게 보면 작은 일인 경우가 아주 흔합니다. 죽고 사는 일만 빼고는 '죽고 사는 일'이란 없습니다."

 

그래서 웬만하면 참고 사는데 사용자들은 해도해도 너무합니다.

 

"어떤 사람이 사랑에 빠졌다는 것은 매우 미쳤다는 뜻이다 - 지그문트 프로이트"

 

사용자를 사랑하는 노동자들이 그렇습니다.

 

"누구를 미워하고 그에게 복수하고 싶다는 생각을 너무 오래하다가 자신도 모르게 그 사람과 닮습니다. 이러한 현상을 정신분석에서는 '공격자와의 동일화'라고 합니다. 스스로 정말 미워하는 부모의 모습을 닮았다고 느끼거나, 원수 같은 직장 상사와 비슷하게 생각하고, 느끼고, 행동하는 자신을 발견하고 깜짝 놀라는 수가 흔히 있습니다"

 

노사갈등이 심해졌을 때 가끔 깜짝 놀랍니다. ㅋㅋ

 

"시간에 쫓기며 사는 것은 불행한 삶입니다. 시간에 쫓기는 가장 대표적인 직업이 의사입니다. 의사가 된다는 것은 사간에 쫓기는 직업병을 앓는 것입니다. 의사들은 대개 빨리 걷고 식사를 급하게 합니다. 아무리 낭만적인 자리에서도 상대방보다 두 배 빠른 속도로 식사하는 게 기본이므로 그다지 환영할 만한 식사 친구가 아닙니다. 시간에 쫓길수록 유명한 의사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름값만큼 실력이 좋다면 환자는 좋겠지만 의사 개인은 그다지 행복하지 않을 것입니다. '의사가 시키는 대로 하되, 의사가 하는 대로 따라하지 말라.'는 말이 있습니다"

 

노조활동을 하는 사람도 그렇습니다.

 

"내가 다른 사람을 비판해야 할 때는 다음과 같이 합니다. 나쁜 점과 좋은 점을 짝지어서 말하세요. 상대의 저항이 줄어듭니다. 객관적 사실에 초점을 맞추세요. 상대가 덜 억울해 합니다. 구체적으로 문제가 무엇인지 상대가 말할 기회를 주세요. 잘 듣고 나서 이제는 내가 생각하는 문제를 상대에게 이야기하세요. 기회를 먼저 주었으니 고마운 마음에 상대가 나를 덜 비판하게 될 것입니다. 항상 비판과 친근감을 동시에 표현하세요. 서먹하게 헤어질 확률을 줄일 수 있습니다. 그에게 변화에 대한 보상을 제시하세요"

 

이렇게 해도 사용자를 설득할 수 없네요. 그래서 결국 파업으로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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