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천재 이제석 - 세계를 놀래킨 간판쟁이의 필살 아이디어
이제석 지음 / 학고재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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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학생들이 감명 깊게 읽은 책으로 단연 <광고천재 이제석>을 꼽았다. 또 무슨 드라마에서 어느 연예인이 언급했겠지 싶어 혹시나 하고 읽었다가 눈이 번쩍 뜨였다.

 

수업 시간에 만화만 그리던 소위 문제아가 담임 선생님 권유로 지방 미대를 진학하여 수석 졸업했으나, 실력보다 스펙의 위력이 높은 사회 때문에 취직을 못하던 중, 맨손으로 미국에 건너가 광고계의 기린아가 되어 귀국하다!  아직도 미국은 기회의 땅, 아메리칸드림이 가능한 곳인가보다,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 한국보다는 최소한 나은 곳이니까.

 

"불만은 크리에이티비티를 낳는다. 솔직히 말해 나는 좀 투덜대는 편이다. 세상이 이상하게 돌아가는 걸 못 참는다. 비상적으로 설쳐대는 사람들에게는 욕을 해준다. 뉴욕에 살 때도 내 특유의 선천성 만성 불만증은 툭하면 도졌다. (생략) '빌어먹을, 지하철을 이 따위로 만들어놓으면 어떻게 하라는 거야. 올라가다 쓰러지면 시에서 책임져 줄 거야 뭐야. 세계에서 부자가 가장 많은 도시에서 왜 에스컬레이터도 하나 설치하지 못하는 거냐고? (생략) 나는 산 이미지를 골라 그 전에 찍어온 계단 사진으로 이미지를 재구성했다. 카피의 주제는 이미 머릿속에 정해져 있었다. 장애인이 계단을 오르는 건 히말라야를 오르는 것만큼 어렵다는 것이다."

 

불평불만은 창조의 동기라는 걸 한국은 모른다. 그래서 불평불만을 가지면 불순분자, 좌경용공 세력으로 매도한다. 그래서 한국은 늘 새롭게 만들어 내지 못하고 남이 만들어 낸 것을 베끼고 노동자를 착취하여 싸게 판다. 

 

"돈이 모든 걸 지배하는, 돈만 보고 달려가는 광고판을 바꾸려면 이런 레지스탕스 운동이 필요한 것이라고 (생략) 좋은 광고는 돈으로 만드는 게 아니야. 아이디어라고. 아이디어가 좋은 광고는 명쾌하고 단순하고 재미있잖아. 절대 돈지랄 하지마. (생략) 일본에서 최고로 잘 나가는 광고인이 '광고는 거짓말이다'라는 유서를 쓰고 고층빌딩에서 뛰어내린 적이 있다. 유서에는 '나는 행복하지도 않는데 행복한 세상을 어떻게 그리란 말인가?'라는 내용이 들어 있었다. 소비자를 속이는 거짓말을 일삼아야 하는 광고인의 막막함과 허탈함을 드러낸 것이다. (생략) 상업광고에 점점 정나미가 떨어져 가면서 나는 공익광고 쪽에 자꾸 눈이 갔다. 돈이 안 되는 척박한 여건이지만 공익광고의 내용과 목적이 내 유전자와 맞았다."

 

저자가 단지 상업광고로 성공한 사람이었다면 내가 지금 이 글을 쓰고 있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가 만든 공익광고들은 하나 같이 생태와 평화를 전하고 있었다. 참으로 아름다운 사람이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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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이트의 의자 - 숨겨진 나와 마주하는 정신분석 이야기
정도언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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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기심은 평준화 전문가입니다. 내 수준을 높일 수 없으면 남의 수준을 깎아 내리려 애씁니다. '시기심의 나라'에는 전망 좋고 편리한 고층건물을 지을 수 없습니다. 모든 사람들은 똑같은 높이의, 똑같은 모양의 규격화된 이층집에 살아야 합니다. 내 집이 조금이라도 덜 좋으면 더 불만이 생깁니다."

 

" '나보다 더 가진 자'에 대한 시기심이 지나치면 자기 마음의 탐욕에는 눈을 감아버리고 사회적 불평등에 집착합니다. 부의 균등한 분배에 열을 올립니다. 물론 사회적인 평등의식은 중요합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아무 행동도 하지 않으면서 자신의 시기심을 가리는 위장막으로 그런 말을 즐겨쓰는 사람들을 숱하게 볼 수 있습니다."

 

문제를 사회구조적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은 대개 정치적 운동을 합니다. 그런데 이런 사람들에게는 개인의 심리를 파악하는 능력이 부족합니다. 저도 그런 쪽에 속합니다. 그래서 간간히 심리학 책을 읽어 약점을 보충하려고 하는데, 제 버릇 개 못 준다고, 심리학 책조차 사회적 시각으로 읽힙니다. 저자는 평준화를 획일화로 보고, 평등의식을 시기심으로 보고 싶은 마음이더군요. 이런 부분에서는 마음이 좀 불편하지만 대체적으로 좋은 책입니다. 프로이트의 의자는 다만 파랗다는 점을 감안하고 읽었으면...(그런데 이렇게 하면 무의식이 제대로 드러나지 않는 건가 ㅋㅋ)

 

" '반동형성'은 받아드리기 힘든 감정이나 충동을 극복하기 위해 정반대 방향으로 세게 나가는 것입니다. (생략) 납치된 사람이 처음에는 증오하고 무서워하던 납치범을 결국 마음으로 따르거나 심지어 사랑까지 하게 되는 스톡홀롬 증후군도 반동형성으로 설명이 됩니다. 1973년 스웨덴의 스톡홀롬에 있는 한 은행에서 기관총으로 무장한 은행 강도가 침입해 세 명의 여자와 한 명의 남자를 131시간 동안 인질로 잡았습니다. 강도들은 인질들의 몸에 폭약을 감아놓고 꼼짝 못하게 감금하고 위협했습니다. 경찰이 마침내 그들을 구출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인질들이 기자회견에서 범인들을 옹호한 것입니다. 후에 한 여성은 범인 중 한 명과 약혼을 합니다. 다른 한 사람은 범인들의 변호사 비용을 대기 위해 기금을 모읍니다. 정말 놀랄 만한 일이 벌어진 것입니다. 그 현상을 이해하려면 상식의 세계가 아니라 무의식의 세계를 읽어야 합니다. 인질의 입장에서는 범인들이 자기들을 보호해주는 사람이라고 믿지 않고서는 지독한 위험에 처한 상황을 심리적으로 감당할 도리가 없었을 것입니다. 얻어맞는 아내가 때리는 남편을 떠나지 못하고, 학대 받는 아이들이 학대하는 부모를 버리지 못하는 것도 동일한 이유에서 입니다"

 

착취하는 사용자에게 충성하는 노동자들도 스톡홀롬 증후군에 걸린 것 같습니다.

 

"은근히 숨겨진 자살행위가 있습니다. 건강에 해로운 일을 꾸준히 또는 충동적으로 하는 것도 일종의 자살행위입니다. 예를 들어, 흡연, 폭음, 폭식, 약물남용이 그러합니다."

 

노동운동하는 사람들이 이런 자살행위를 즐깁니다. 어차피 질 싸움이라는 걸 무의식적으로 드러내는 걸까요?

 

"화나게 한 일은 당장은 큰일같이 여겨져도 길게 보면 작은 일인 경우가 아주 흔합니다. 죽고 사는 일만 빼고는 '죽고 사는 일'이란 없습니다."

 

그래서 웬만하면 참고 사는데 사용자들은 해도해도 너무합니다.

 

"어떤 사람이 사랑에 빠졌다는 것은 매우 미쳤다는 뜻이다 - 지그문트 프로이트"

 

사용자를 사랑하는 노동자들이 그렇습니다.

 

"누구를 미워하고 그에게 복수하고 싶다는 생각을 너무 오래하다가 자신도 모르게 그 사람과 닮습니다. 이러한 현상을 정신분석에서는 '공격자와의 동일화'라고 합니다. 스스로 정말 미워하는 부모의 모습을 닮았다고 느끼거나, 원수 같은 직장 상사와 비슷하게 생각하고, 느끼고, 행동하는 자신을 발견하고 깜짝 놀라는 수가 흔히 있습니다"

 

노사갈등이 심해졌을 때 가끔 깜짝 놀랍니다. ㅋㅋ

 

"시간에 쫓기며 사는 것은 불행한 삶입니다. 시간에 쫓기는 가장 대표적인 직업이 의사입니다. 의사가 된다는 것은 사간에 쫓기는 직업병을 앓는 것입니다. 의사들은 대개 빨리 걷고 식사를 급하게 합니다. 아무리 낭만적인 자리에서도 상대방보다 두 배 빠른 속도로 식사하는 게 기본이므로 그다지 환영할 만한 식사 친구가 아닙니다. 시간에 쫓길수록 유명한 의사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름값만큼 실력이 좋다면 환자는 좋겠지만 의사 개인은 그다지 행복하지 않을 것입니다. '의사가 시키는 대로 하되, 의사가 하는 대로 따라하지 말라.'는 말이 있습니다"

 

노조활동을 하는 사람도 그렇습니다.

 

"내가 다른 사람을 비판해야 할 때는 다음과 같이 합니다. 나쁜 점과 좋은 점을 짝지어서 말하세요. 상대의 저항이 줄어듭니다. 객관적 사실에 초점을 맞추세요. 상대가 덜 억울해 합니다. 구체적으로 문제가 무엇인지 상대가 말할 기회를 주세요. 잘 듣고 나서 이제는 내가 생각하는 문제를 상대에게 이야기하세요. 기회를 먼저 주었으니 고마운 마음에 상대가 나를 덜 비판하게 될 것입니다. 항상 비판과 친근감을 동시에 표현하세요. 서먹하게 헤어질 확률을 줄일 수 있습니다. 그에게 변화에 대한 보상을 제시하세요"

 

이렇게 해도 사용자를 설득할 수 없네요. 그래서 결국 파업으로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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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宇 집宙 - 지상의 집 한 채, 삶을 품고 우주와 통하다
서윤영 지음 / 궁리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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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탄생부터 현재까지 집에 관한 읽을 거리가 풍부하다. 다만 제목에서 암시하는 집과 우주의 연관성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니, 그 설명을 보충하든가, <건축의 역사>라는 부제를 달든가 했어야...

 

" '우'와 '주'는 원래 지붕의 '처마'와 '들보'를 가리키는 말이었는데, 한나라 고유가 <회남자>에서 상하사방의 공간을 '우'라고 하고 지나간 과거에서 다가올 미래까지의 시간을 '주'라고 주해한 이후에 천지를 비유하는 말로 쓰이게 되었다고 한다. 터를 다지고 방을 나누고 층을 올리고 도시를 이루기까지, 사람살이를 넓히고 수렴하고 기억하고 내다봐온 역사가 곧 집이다. 우리가 사는 집은 작은 우주다"

 

"모든 문화권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것은 어떠한 재료를 써서 집을 짓는가 하는 것과 신이 인류를 어떻게 창조했는가 하는 것 사이에 존재하는 관련성이다. 다시 말해 진흙을 이용해 집을 짓는 문화권에서는 신이 진흙을 빚어 인류를 창조했다고 설명하는 신화가 주류를 이루는 반면, 목재를 이용한 문화권에서는 신이 나무를 깍아 인류를 창조했다고 하는 점이다."

 

"건축의 발달 과정은 기능의 세분화라고 할 수 있는데, 강원도 두메의 고콜은 최근까지도 불의 기능이 구분되지 않은 채 난방, 조명, 조리 등 다용도로 사용되는 예다. 오늘을 사는 지금도 때로 변하지 않은 채 태고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예가 많다. 시골 농가 한구석에 마련된 김칫각이 신석시 시대의 모습이었듯, 고콜 또한 지금껏 남아 있는 구석기 시대의 모습이다"

 

"집을 짓는 것도 지신에게 땅을 빌려서 이용하는 것인데, 집을 짓자면 땅을 파거나 터를 다지는 등의 훼손 행위가 동반되었으므로 반드시 먼저 지신을 달래고 고사를 지내야 했다. 지금은 잘 쓰지 않지만 '동티' 혹은 '동티 난다'라는 말이 있다. 이는 '동토(動土)'에서 유래하는 것으로, 집을 지을 때 땅을 잘못 건드려 지신이 노해 말썽이 나는 일을 말한다. 땅을 파헤치는 일은 매우 불경스럽고 위험한 일이어서, 고대 유럽에서는 농경을 위해 쟁기질을 하는 것조차 금기와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건축물은 벽체와 지붕, 각종 설비로 이루어진 물리적 구조체인 동시에 사회적 의미의 총체이기도 하다. 아파트의 예를 들어 보아도 그것은 산업혁명의 사회적 산물이며, 신흥 공업도시에 몰려든 공장 노동자에게 양질의 주거환경을 제공하면서 또한 교묘하게 노동자를 통제하는 역할도 했다. 당시 노동자들은 조합을 결성하여 노동 조건의 개선을 요구하며 파업을 결행하곤 해서 여간 골치 아픈 문제가 아니었다. 이에 영국정부는 아파트를 지어 분양하면서 20~30년 장기 할부제도를 도입하여 단 한 달이라도 할부금을 내지 못하면 집에서 내쫓기도록 만들었고,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도입하여 파업을 하면 임금을 받지 못하게 했다. 파업을 하면 임금을 받지 못한다, 임금을 받지 못하면 할부금을 내지 못해 집에서 쫓겨나게 된다. 결국 노조는 정당한 권리로 보장되어 있는 파업을 마음대로 할 수가 없게 된다. 즉 아파는 철근과 콘크리트로 지어진 물리적 구조물이기도 하지만, 노동자에게 양질의 주거 공간을 제공하면서 동시에 탄압을 위한 수단으로 만들어진 사회적 제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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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방목 아이들 - '만들어진 공포'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아이 키우기
리노어 스커네이지 지음, 홍한별 옮김 / 양철북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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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작가 워릭 케언스는 <위험하게 사는 법>에서 이렇게 표현했다. 실제로 아이가 낯선 사람에게 잡혀가기를 원한다면 통계적으로 얼마나 오랫동안 아이를 혼자 밖에 두어야 하는가? 약 5700년이라고 한다."

 

작가는 아홉 살 먹은 자기 아들을 혼자 지하철에 태워 보냈다가 언론의 질타를 받았다고 한다. 그가 주장하는 것은 위험이 점차 줄어들고 있고 통계적으로 그다지 위험하지도 않은데 너무나 아이들을 과잉보호하고 통제하는 게 문제라는 것이다.

 

생각해 보니 나도 초등학교 때부터 혼자 버스 타고 친적집에 가서 며칠 째 놀다가 집으로 돌아오곤 했다. 그런데 지금 내 딸들을 그렇게 할 수 있을까? 솔직히 장담을 못하겠다. 왜냐면 통계적으로 우리나라는 저자가 있는 미국보다 위험이 오히려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책 전반에서 저자가 지적하고 있는 점에 대해 대체적으로 공감한다. 아이를 방치하는 게 아니라 방목하라는 말이다, 보호를 핑계로 통제하지 말고. 

 

"우리 증조할머님은 열다섯 살에 혼인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 할머님을 낳으셨다. '속도위반'이 아니었다. 애가 들어서서 어쩔 수 없이 결혼한 것도 아니고. 그때는 그 나이에 그렇게들 했었다. (생략) 우리 고조할머니들 대부분, 그리고 그 위의 할머니, 할머니들은 대개 호르몬이 기능을 하기 시작하면 바로 아이를 낳기 시작했다. 동물들이 그러는 것과 마찬가지로, 그러니까 성숙이 끝나면 후손을 생산했다. 말할 것도 없이 우리의 십대 조상들은 아이를 키우고 안전하게 보호하면서 먹을 것을 구하고 십대의 지혜를 자손에게 전달했을 것이다. 그러지 않았으면 인류는 멸종했을 테니. 도도새 신세가 되었을 것이다. 인간 종이 아직 남아 있다는 것은 십대들의 능력이 얼마나 뛰어난지를 입증해 준다. 지금까지 죽 이어갈 수 있게 해줬으니 말이다. 청소년들한테 세계를 이끌어갈 능력이 있으니(그리고 애를 낳고 종족을 유지할 수 있으니) 당연히 애 취급하면 뚱해가지고 성질을 부리는 것이다"

 

"덴마크 여성이 휴가 때 뉴욕에 와서 덴마크 사람들이 흔히 하듯이(리투아니아 사람들이 하듯이) 행동했을 때 있었던 일이다. 유모차에서 잠든 아기를 식당 밖에 두고 안에 들어가 뉴욕 사람인 아기 아빠와 같이 식사를 했다. 다음에 일어난 일은 불 보듯 뻔하다. 부부는 아이를 위험에 처하게 했다는 이유로 체포되었다. 위험에 처하게 했다고? 엄마는 아기한테 좋다고 생각하는 것을 주었을 뿐인데! 상쾌한 봄날의 바깥 공기 말이다. 이 사건은 일주일 동안 타블로이드 신문의 먹잇감이 되었다. 정상인가? 미친 엄마인가? 아기를 위탁가정에 맡겨졌고 부모는 감방에 맡겨졌다. 사흘 뒤 이런 조건 아래에서 석방되었다. 6개월 안에 같은 행동을 되풀이하지 않는다면 기소하지 않겠다. 덴마크 엄마는 사법제도를 더 이상 시험해보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아이를 데리고 얼른 덴마크로 돌아갔다. 덴마크 언론에서도 분개했다. 잠자는 아이를 밖에 놓아두는 것은 덴마크에서는 흔한 일이다. 상식적인 행동일 뿐 아이를 방치한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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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력으로 교육에 말 걸기 - 공간, 시간, 소리, 색채에 관한 교육학적 성찰
송순재 지음 / 아침이슬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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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에 집짓고 산지 반년이 넘었다. 집을 설계해 주실 건축가님께 내가 계획한 설계안을 설명해 드렸더니, 집을 학교처럼 설계했다고 핀잔을 들었다. 남쪽을 바라보고 동서로 길게, 복도로 연결된 주택, 그러고보니 결국 학교였다.  누가 학교 선생 아니랄까봐 ㅋㅋ

 

물론 그러한 학교건축이 효율적인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사람이 어찌 밥만 먹고 살 수 있으랴. 사람 사는 집에는 단지 효율만이 아닌 정서가 깃들어 있어야 한다. 처음엔 그걸 몰랐고 몰라서 더 효율을 강조하다가 깨지고, 정작 살고 보니 이제야 알겠다.

 

저자 송순재 교수님은 이미 오래전부터 학교 건축을 고민해 오셨나 보다. 유럽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학교 공간이 많이 소개되는데, 그 공간은 사물이 있는 창고가 아니라 사람이 있는 집, 학생이 있는 학교가 어때야 하는지 많은 생각을 하게 해 준다.

 

효율적이라는 건 일단 돈이 덜 들고, 게다가 생태에도 도움이 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다소 돈이 더 들고 생태에도 덜 도움이 되더라도 느낌이 좋은 공간은 마음을 따뜻하게 만든다. 좋은 집 덕분에 사람이 좋아지면 효율과 생태도 궁극적으론 더 좋아지게 된다.

 

"유럽에서는 1970년대 사회적 학습이나 민주화라는 모토 아래 학교건축이 이루어진 적이 있다. 그 방향에서 독일의 한 직업 학교(하노버 시)에서는 '기회균등'이라는 교육적 이념 아래 창문 없는 교실을 만들었다. 여기에는 책걸상 자리를 비추는 등의 빛을 동일하게 하고, 어떤 학생만이 창문 곁에 앉는 특혜를 누리도록 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반영되어 있다. 하지만 이것은 교육학적 이념을 건축에 무사려하게 그대로 전치한 경우로 오늘날에는 건축가의 우스꽝스러운 발상으로 종종 평가된다. "

 

"산돌학교(경기도 남양주시 수동면)는 풍부한 자연을 배경으로 자리잡고 있다. 교실에서는 보통 책걸상을 치우고 옛 법식대로 서안을 이용하여 바닥에서 공부하도록 하였고, 지금은 퇴락한 조선시대말 옛 정자를 현대적으로 복원하여 교육적으로 활용하거나 옛 서원 구조를 활용한 교사 건축계획도 가지고 있다"

 

"근화여고(경북 경주시)에서는 사각형 운동장 주위로 나무를 두 겹으로 일정한 간격에 따라 심어 놓았다. 즉, 사각형으로 운동장을 둘러싸고 있는 건물들 가까이 삥 둘러쳐 나무를 심어놓고 여기에 일정한 간격을 떼어 다시 운동장을 둘러가며 나무를 심었다. 그렇게 하니까 운동장을 주위로 계속 연결되어 돌아가는 오솔길이 양쪽에 나무가 서서 그늘을 만드는 식으로 생겨났다. 학생들은 쉬는 시간이 되면 툭 터진 운동장을 공유하면서도 이 오솔길을 따라 걷기도 하고 의자에 앉아 쉬기도 한다. 운동장만 휑하니 열려있는 구조와는 전혀 다른 느낌을 준다"

 

"핀란드의 야르벤빠 고등학교는 중앙에 둥근 원을 배치한 후 이것을 중심으로 햇살이 여러 갈래 뻗어가는 식의 여러 층 건물을 지었는데, 교장실은 그 갈래의 한 구석에 위치해 있었고, 그저 한 사람이 활동할 수 있을 정도의 조그만 공간만을 가지고 있었다. 성심여고 교장실에는 회의용으로 그저 아담하고 자그마한 크기의 작은 원탁형 책상만이 놓여있다. 원탁형 책상에서 사람들은 서로 동일한 거리로 연결되어 있어 직사각형의 긴 책상보다는 소통구조상 민주적 성격의 이미지를 잘 맛볼 수 있으리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방학을 이용하여 혹은 학기중 프로젝트 학습법을 통해 청소년이나 젊은이들과 함께 간단한 흙집을 지어보면 어떨까? 집짓기는 참으로 멋진 일이 아닐 수 없다. 건축에는 나무를 다루는 법, 흙일, 조직력과 기하학적인 지식, 예술적인 감각, 공동체 의식, 윤리적인 책임의식 그리고 마지막으로 몸을 사용하여 사는 법과 같은 것들이 모두 잘 어울려 작용해야  성공할 수 있는 종합적 창조활동이기 때문이다"

 

"한번은 경기도 광능내 가까이 위치한 '꾸러기학교'를 방문한 적이 있는데, 이 학교를 운영하는 '사랑방교회'당은 내부의 불빛을 한식과 양식을 결합하여 아주 미학적으로 조성하여서 방문한 이들의 짙은 감동을 자아냈다. 여기에서는 제단을 창호지 문을 사용하여 올렸는데, 불빛은 이 창호지를 통해 아주 은은하고 감싸안는 듯한 분위기를 자아내면서 흘러나왔다. 보기 드문 구성이었다. 그러한 색채는 아이들 마음을 종교적으로 자극하리라는 것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일반 학교에서도 교실 공간 하나를 내어 이러한 종교적 색채경험이 가능하도록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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