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력으로 교육에 말 걸기 - 공간, 시간, 소리, 색채에 관한 교육학적 성찰
송순재 지음 / 아침이슬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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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에 집짓고 산지 반년이 넘었다. 집을 설계해 주실 건축가님께 내가 계획한 설계안을 설명해 드렸더니, 집을 학교처럼 설계했다고 핀잔을 들었다. 남쪽을 바라보고 동서로 길게, 복도로 연결된 주택, 그러고보니 결국 학교였다.  누가 학교 선생 아니랄까봐 ㅋㅋ

 

물론 그러한 학교건축이 효율적인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사람이 어찌 밥만 먹고 살 수 있으랴. 사람 사는 집에는 단지 효율만이 아닌 정서가 깃들어 있어야 한다. 처음엔 그걸 몰랐고 몰라서 더 효율을 강조하다가 깨지고, 정작 살고 보니 이제야 알겠다.

 

저자 송순재 교수님은 이미 오래전부터 학교 건축을 고민해 오셨나 보다. 유럽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학교 공간이 많이 소개되는데, 그 공간은 사물이 있는 창고가 아니라 사람이 있는 집, 학생이 있는 학교가 어때야 하는지 많은 생각을 하게 해 준다.

 

효율적이라는 건 일단 돈이 덜 들고, 게다가 생태에도 도움이 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다소 돈이 더 들고 생태에도 덜 도움이 되더라도 느낌이 좋은 공간은 마음을 따뜻하게 만든다. 좋은 집 덕분에 사람이 좋아지면 효율과 생태도 궁극적으론 더 좋아지게 된다.

 

"유럽에서는 1970년대 사회적 학습이나 민주화라는 모토 아래 학교건축이 이루어진 적이 있다. 그 방향에서 독일의 한 직업 학교(하노버 시)에서는 '기회균등'이라는 교육적 이념 아래 창문 없는 교실을 만들었다. 여기에는 책걸상 자리를 비추는 등의 빛을 동일하게 하고, 어떤 학생만이 창문 곁에 앉는 특혜를 누리도록 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반영되어 있다. 하지만 이것은 교육학적 이념을 건축에 무사려하게 그대로 전치한 경우로 오늘날에는 건축가의 우스꽝스러운 발상으로 종종 평가된다. "

 

"산돌학교(경기도 남양주시 수동면)는 풍부한 자연을 배경으로 자리잡고 있다. 교실에서는 보통 책걸상을 치우고 옛 법식대로 서안을 이용하여 바닥에서 공부하도록 하였고, 지금은 퇴락한 조선시대말 옛 정자를 현대적으로 복원하여 교육적으로 활용하거나 옛 서원 구조를 활용한 교사 건축계획도 가지고 있다"

 

"근화여고(경북 경주시)에서는 사각형 운동장 주위로 나무를 두 겹으로 일정한 간격에 따라 심어 놓았다. 즉, 사각형으로 운동장을 둘러싸고 있는 건물들 가까이 삥 둘러쳐 나무를 심어놓고 여기에 일정한 간격을 떼어 다시 운동장을 둘러가며 나무를 심었다. 그렇게 하니까 운동장을 주위로 계속 연결되어 돌아가는 오솔길이 양쪽에 나무가 서서 그늘을 만드는 식으로 생겨났다. 학생들은 쉬는 시간이 되면 툭 터진 운동장을 공유하면서도 이 오솔길을 따라 걷기도 하고 의자에 앉아 쉬기도 한다. 운동장만 휑하니 열려있는 구조와는 전혀 다른 느낌을 준다"

 

"핀란드의 야르벤빠 고등학교는 중앙에 둥근 원을 배치한 후 이것을 중심으로 햇살이 여러 갈래 뻗어가는 식의 여러 층 건물을 지었는데, 교장실은 그 갈래의 한 구석에 위치해 있었고, 그저 한 사람이 활동할 수 있을 정도의 조그만 공간만을 가지고 있었다. 성심여고 교장실에는 회의용으로 그저 아담하고 자그마한 크기의 작은 원탁형 책상만이 놓여있다. 원탁형 책상에서 사람들은 서로 동일한 거리로 연결되어 있어 직사각형의 긴 책상보다는 소통구조상 민주적 성격의 이미지를 잘 맛볼 수 있으리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방학을 이용하여 혹은 학기중 프로젝트 학습법을 통해 청소년이나 젊은이들과 함께 간단한 흙집을 지어보면 어떨까? 집짓기는 참으로 멋진 일이 아닐 수 없다. 건축에는 나무를 다루는 법, 흙일, 조직력과 기하학적인 지식, 예술적인 감각, 공동체 의식, 윤리적인 책임의식 그리고 마지막으로 몸을 사용하여 사는 법과 같은 것들이 모두 잘 어울려 작용해야  성공할 수 있는 종합적 창조활동이기 때문이다"

 

"한번은 경기도 광능내 가까이 위치한 '꾸러기학교'를 방문한 적이 있는데, 이 학교를 운영하는 '사랑방교회'당은 내부의 불빛을 한식과 양식을 결합하여 아주 미학적으로 조성하여서 방문한 이들의 짙은 감동을 자아냈다. 여기에서는 제단을 창호지 문을 사용하여 올렸는데, 불빛은 이 창호지를 통해 아주 은은하고 감싸안는 듯한 분위기를 자아내면서 흘러나왔다. 보기 드문 구성이었다. 그러한 색채는 아이들 마음을 종교적으로 자극하리라는 것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일반 학교에서도 교실 공간 하나를 내어 이러한 종교적 색채경험이 가능하도록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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