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3 - 양장본 조정래 대하소설
조정래 지음 / 해냄 / 200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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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어이 웨 동주, 시방 사람이 죽어가고 있당께로. 지발 적선헌다고 싸게 나서서 돈 잠 돌레도란 말이시에서 허진은 강하게 고개를 내둘렀다

 

선배, 동창은 고시에 합격해 검사가 되었지만 유일민은 고초를 겪으며 휴학, 입대, 제대를 한다. 동생 유일표는 형과 같은 법대에 가봐야 어차피 연좌제로 판검사가 되지 못할 것을 생각해 철학과에 입학한다. 한편, 박정희는 쿠데타 성공 후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여 당선된다.

 

<밑줄>

검사들치고 반공주의자 아닌 사람은 하나도 없어. 그 직책상 그렇기도 하고, 그 직책을 맡은면서 사람이 변하기도 해. 그러니까 폭력배한테는 좀 관대할 수 있어도 용공 냄새를 풍겼다 하면 그 사람들은 가차없어.

 

사회주의의 혁명에 실패한 아버지는 식구들을 버리고 북으로 갔고, 누나는 식구들을 먹여살리려고 요정에 나가 부르주아들의 노리갯감이 되다가 그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 세상을 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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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2 - 양장본 조정래 대하소설
조정래 지음 / 해냄 / 200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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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공덕동의 언덕바지 비탈동네는 성북동 골짜기의 판자촌들보다 한결 더 어수선하고 번잡스러웠다로 시작해, “그러나 자기 생각에만 빠져 있는 정동진은 그 눈치를 채지 못하고 있었다로 끝남.

 

아버지, 제발, 제발 내려오지 마세요. 만나서 당하는 비극보다 만나지 않고 그냥 그리워하며 사는 게 훨씬 낫습니다. 그리고 아버지 북에서는 왜 자꾸 사람들을 내려 보내는지 모르겠어요. 사회주의 혁명을 위해선가요? 그건 남쪽을 너무 모르고 하는 일입니다. 6.25를 겪고 난 남쪽 사람들은 공산당이나 사회주의를 너무 무서워하고 싫어합니다

 

월북한 아버지 때문에 수시로 고초를 당하는 유일민의 원망스런 독백.

 

, 개인 입장. 그런데 유 형은 고학하는 처지를 너무 확대하는 바람에 다른 소중한 가치들을 지나치게 외면하고 묵살하는 것 아닌가? 유 형처럼 고학하면서도 클럽활동이나 운동에 참여하는 학생들이 있거든. 그건 생활여건이 문제가 아니라 지식인의 사회적 사명에 대한 인식 여부가 문제 아닌가?”

 

학생운동에 가담하라는 선배의 권유.

 

전국 중고등학생들에게 삭발령이 내렸어. 최주한이 대답했다. 에이, 왜놈시대에나 시켰던 것을 왜 또 하누. 흉하게 시리. 허진의 할머니가 끌끌끌 혀를 찼다

 

이번에 새롭게 확정된 대입 국가고시는 다음과 같은 두 가지 특징이 있다. 첫째로 국가에서 전국적으로 통일된 시험을 치르게 하는 것이고, 둘째는 시험문제가 완전 객관식으로, 다시 말해 네 가지 예문 중에서 답을 고르는

 

그 저변에는 불법으로 정권을 탈취한 부당함을 하루빨리 정당화시키기 위해 자기네 능력을 과시하고 민심을 회유하려는 정치적 의도가 깔려 있다 그거요. 그들이 참으로 진정성을 인정받으려면 그런 중요한 일들을 빨리 끝내고 군인 본연의 임무로 돌아가야 하고, 그땐 온 국민이 박수를 치고, 박정희에게도 중장 진급이 아니라 국민의 이름으로 별 다섯, 원수를 달아주도 아까울 것 없소. 허나, 지금은 감시의 시기요.”

 

쿠데타로 변화된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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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1 - 양장본 조정래 대하소설
조정래 지음 / 해냄 / 200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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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새벽 어스름이 스러져 가고 있는 한겨울 들판을 기차가 달리고 있었다로 시작해, “세상을 떠난 큰 누나 같기도 했던 그 여자의 수심 깊은 얼굴이 어른거렸다로 끝난다

 

광복 후 남한이 배경. 미군에 의해 친일파가 그대로 정권을 잡은 상황. 월북한 아버지 때문에 감시와 고문을 수시로 당하는 서울 법대 고학생 유일민. 고향에 두고온 가난한 가족들을 위해 고시 공부를 하고 있다. 그러나 그는 친일 재력 정치인 강기수가 운영하는 남천장학사 장학생이다.

 

혜택을 받고 있는 학생들의 집안을 통해 자연스럽게 여론조성을 해가며 선거구를 장악하고, 쓸 만한 법대생을 엮어 자신의 울타리를 실하게 하려는 것이었다

 

요즘 식으로 하면 삼성이 법조인들을 삼성장학생으로 만드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우리나라가 해방되었을 때, 왜놈들 편에서 앞잽이 노릇을 했던 친일파와 민족반역자들이 대략 160만 명쯤 되었다. 그놈들은 당연히 법에 따라 처벌을 했어야 했는데 미군정에서 과거를 불문한다면서 그놈들을 다시 써먹었지. 독립투사들을 고문했던 고등계 형사 출신 놈들이 다시 경찰 노릇하고, 총독부 관리질 해먹었던 놈들이 다시 공무원 노릇을 해먹는 꼴이 된거야. 더 기막힌 건 말야, 왜놈들이 비워놓고 간 높은 자리에 그런 놈들이 승진까지 되는 판이었지. 미군정은 자기들 뜻대로 남쪽을 지배하기 위해 앞잽이들이 필요했던 것이고, 꼼짝없이 감옥살이를 할 줄 알았던 그놈들은 자기들의 구세주인 미군정에 충성을 다 바치고, 아주 궁합이 잘 맞았던 거야. 그러나 그런 부당한 처사에 대한 국민들의 원성과 반발이 격렬해, 48815일 대한민국을 수립하자마자 97일 국회에서 반민족행위처벌법을 통과시키게 되었지. 그리고 492월부터 반민특위가 본격적으로 활동을 개시하면서 화신백화점 사장 박흥식, 문필가 이광수, 최남선, 고등계 형사 노덕술 같은 자들이 속속 체포되기 시작했지. 그러나 위기를 느낀 왜경 출신 경찰 간부들이 주동해서 반민특위를 습격하고 폭력을 휘두르는 만행이 벌어졌어. 이승만 정권은 그 엄청난 폭거를 묵인했고, 결국 반민특위는 498월 말로 해산되고 말았지. 그 뒤로는 친일파들은 모든 분야에서 멋대로 득세하기 시작하면서 이 나라는 친일파 민족반역자들의 천국이 되어버린거야. 국가의 3대 기구인 입법, 사법, 행정부는 말할 것도 없고 교육계, 예술계 그리고 사업가들까지, 실권은 모두 그놈들이 장악했지. 그래서 제놈들 입장을 변호하고 반감을 없앨 목적으로 그런 시조까지 교과서에 실리는 음모를 꾸민거야. 너희 국어선생이 대답을 피한 것도 비겁하긴 하지만 딱하기도 하지. 교장부터가 친일파일 거고, 친일파를 매도하는 교육을 했다는 게 상부에 알려지면 공립학교 선생 목숨은 하루아침이야. 그리고 친일파들이 제일 싫어하고 미워하는 존재가 누구겠냐? 도둑놈들이 경찰 싫어하듯 독립운동가나 그 집안 아니겠어? 6.25 직전까지 독립운동했다면 취직이 안 되던 게 이 나라였다. 지금도 천대받고 괄시 당하기는 마찬가지고

 

유일민의 동생 유일표가 교과서에 친일파 최남선의 시조가 실린 것을 두고 대학생 형의 친구에게 묻자 답한 것이다. 요즘 이명박, 박근혜 정부가 잃어버린 10년을 되찾고, 자기네 60년을 더해 소위 건국 70년을 기념한답시고 교과서를 뒤집어 놓은 것과 같은 현상이다.

 

나는 오늘 무엇이었는가. 방관자였는가, 구경꾼이었는가, 훼방꾼이었는가. 방관자는 비겁자다, 다같이 궐기하자고 하지 않았는가. 방관자가 비겁자인 것은 틀림없는데, 훼방꾼이었던 나는 뭔가. 방관자보다도 더 나쁜 존재. 비겁자도 못 되는 나는 무엇인가.”

 

이승만 정권을 무너뜨리려는 시위의 행렬에 끼지 못하는 유일민의 자책. 그는 아버지의 월북, 가족의 가난, 심지어 가족의 원수와도 같은 이에게 장학금을 받고 있는 신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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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갈 날들을 위한 공부 톨스토이의 마지막 3부작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이상원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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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스토이의 소설은 길어서 읽기 힘들다.

그런데 이건 톨스토이님이 말년엔 짧게 쓰신 잠언집이다. 

(톨스토이님...고맙습니다)

그런데 짧다고 해서 결코 만만한 내용이 아니다.

마치 경전을 대하듯 깊이 묵상해야할 말씀들이다.

 

<밑줄>

악기 연주하는 법을 배우듯 사랑하는 법도 배워야 한다 - 사람은 사랑하기 위해 태어났다

 

잘못된 생각을 드려내는 두 가지 행동이 있다. 말해야 할 때 침묵하는 것, 그리고 침묵해야 할 때 말하는 것이다. - 좋은 음료

 

탄생에서 죽음에 이르는 인간의 삶을 보면 아침에 일어나서 저녁에 잠자리에 드는 하루의 일과와 같다. 잘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잘 죽는 것은 더욱 중요하다. - 메멘토 모리, 죽음을 기억하라

 

어린아이는 다른 아이를 만날 때 신분이나 인종에 상관없이 다정한 미소를 지어 준다. - 아이에게 배우라

 

물이 산꼭대기에 머물지 않듯 겸손은 오만과 함께 머물지 못한다. 물과 겸손은 모두 낮은 곳을 향한다 물에게서 배우라

 

모르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모르는 것을 아는 척하는 것이 부끄러운 일이다 진정한 앎

 

식사를 준비하고 집을 청소하고 빨래를 하는 일상적 노동을 무시하고서는 훌륭한 삶을 살 수 없다 사랑에서 우러나오는 노동

 

너무 많이 읽는 것은 해롭다. 내가 만나본 위대한 사상가들은 적게 읽는 이들이었다 진리

 

나는 목수나 요리사를 만나면 부끄럽다. 그들은 내 도움이 없어도 며칠, 아니 몇 년씩을 살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이들이 없으면 하루도 버티지 못하니 말이다 육체노동

 

예의 바른 사람 열 명은 조그만 방에 담요만 덮고서도 편안히 하룻밤을 잠잘 수 있다. 하지만 부자는 둘만 모여도 방 열 개짜리 저택에서조차 서로를 참지 못할 것이다 영혼 속에 쌓는 부

 

부자가 이기적이라는 것보다는 동정심이 없다는 사실이 더 끔찍하다 가난과 부

 

삶을 더 좋은 것으로 만들 수는 없다. 삶은 그 자체로 이미 좋은 것이기 때문이다 삶 그대로

 

중국의 현자에게 물었다. “학문이 무엇입니까?” 그러자 이렇게 대답했다. “사람을 아는 일이다또다시 질문했다. “선은 무엇입니까현자는 말했다. “사람을 사랑하는 일이다” - 모두의 책임

 

진리를 말한 자를 죽인다 해도 일단 말해진 진리는 영원히 죽지 않는다 큰 자산

 

신에게 도움을 청하기 싶어도 한 번도 신을 본 적이 없어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고들 한다. 우리는 사랑을 통해 신에게 말할 수 있다. 행동으로 타인을 사랑하면 이는 신이 주는 도움이자 가장 큰 축복이다 축복

 

조금 가졌다고 가난한 것은 아니다. 가진 것보다 더 많이 원하는 이가 가난한 자이다. - 자선

 

시간이란 없다. 우리 온 인생이 집약된 현재의 한 순간이 있을 뿐이다. 그러니 지금 이 순간에 모든 노력을 집중하라 오늘은 무슨 좋은 일을 할까

 

중요한 것은 얼마나 오래 살았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깊이 살았느냐이다 얼마나 깊이 살았는가

 

세상을 변화시키려는 사람은 많다. 하지만 자신을 변화시키려는 사람은 없다.

 

부란 분뇨와 같아서 그것이 축적되면 악취를 내고, 뿌려지면 땅을 비옥하게 한다.

 

돈이 없는 것은 슬픈 일이다. 하지만 남아 도는 것은 그 두 배나 슬픈 일이다.

 

하루도 빠짐없이 기도하라. 그러나 마음이 정리되지 않으면 기도하지 말라. 왜냐하면 기도는 단순히 혀로 하는 것이 아니라 가슴으로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착하고 올바르게 사는데 따른 보상이 무엇인가? 그렇게 사는 가운데 기쁨을 누리는 것이 그 보상이다. 그것 이외에 다른 것을 바란다면 기쁜 마음이 없어지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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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평론 통권 143호 - 2015년 7월~8월
녹색평론 편집부 엮음 / 녹색평론사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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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벌 때는 진보성향(보수니 진보니 판단하기 힘들지만 이름이 일보로 끝나면 보수, ‘신문으로 끝나면 진보라 내 맘대로 판단한다)의 정기 간행물은 죄다 정기구독했다. 한겨레 신문은 아버지가 창간주주였고 나도 대를 이어 주식을 산 주주이기 때문에 일간지는 물론 한겨레21 주간지도 정기 구독했다. 경향신문, 주간경향, 시사인 이렇게 총 5개의 정간물을 읽었다. 내용이 좋기도 하지만 진보언론에 대한 후원의 의미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돈을 벌지 않고 있으니 어쩔 수 없이 구독을 못하고 있다.

 

그래도 월간 '작은책', 격월간 '오늘의 교육', '녹색평론' 등은 계속 정기구독하고 있다. '작은책'은 노동자의 땀냄새를 맡을 수 있어서 좋고, '녹색평론'은 실천적 지식인의 필향을 맡을 수 있어서 좋다. '오늘의 교육'은 그 중간 지점에 있어서 좋다. 이 가운데 지금 얘기하고 싶은 건 '녹색평론'이다.

 

녹색평론은 이육사의 광야 같은 지조와 절개를 느낄 수 있게 해 주는 정간물이다. 발행인 김종철과 직접 이야기 나눈 적은 없으나 그의 글을 통해서 그가 어떤 인물인가는 익히 짐작할 수 있다. 인터넷 포털로 검색을 해보니, 다음에선 5번째, 네이버에선 6번째 인물로 잡힌다. 미미한 차이이긴 하나 다음이 네이버보다 김종철을 앞세운 것으로 보아 비교적 진보적인가?

 

솔직히 녹색평론은 불편하다. 글이 어려워서 불편하기도 하지만, 글이 진실해서 불편하기도 하다. 흡연과 과음은 건강에 해로우니 하지 말라는 말처럼 진실하다. 알고 있으나 지키기 어려운 일을 자꾸 이야기하니까 잔소리로 들린다. 하지만 어머니의 애정 어린 잔소리를 멀리하면 자식은 탕자가 되고 마는 법이다. 또한 잔소리라 생각해 한 귀로 흘려버린 말들이 알고 보면 크나큰 진리를 담고 있다.

 

오늘도 어머니의 사랑을 생각하며 녹색평론을 읽었다. 비록 모든 말씀이 다 들리지는 않았으나 그래도 모두 다 읽고 보니 마음이 든든해지고 편안해진다. 한 주간 지은 죄를 일요일 교회에 가서 속죄 받은 느낌이랄까? 두 달간 자본주의에 오염된 몸을 깔끔하게 목욕시킨 느낌이랄까? 성경을 읽지 않아도 성경만 가지고 있으면 최소한 사탄에게 잡혀 먹히지는 않는 것처럼, 녹색평론은 읽지 않아도 정기구독하는 것만으로 사악한 자본주의에서 구원을 받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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