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곳에도 없는 남자 - 제2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
전경린 지음 / 문학동네 / 199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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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린은 국내 여성 작가 중 제일 좋아하는 작가이다. 그녀의 장편 소설 중에는 '내 생애...'와 '난 유리배...'에 이어 세 번째로 접하게된 작품이었다. 내가 전경린을 좋아하는 이유는 세련되고 예리한 표현, 때로 날카롭게 펼쳐지는 감수성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 작품에서는 그 감수성의 날이 좀 무뎌진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이나, 서현, 태인, 정수... 현실의 잣대로 재면 제각각의 인물들인데 어찌된일인지 넷의 색깔은 모두 흡사해서 구분해내기가 쉽지 않다. 때문에 작품은 일관성을 잃지 않으며 유유히 흘러가지만 같은 이유로 소설이 주는 재미면에서는 좋은 평가를 내리기가 힘들었다. 작품성을 배재하더라도 단순, 명료, 확고한 결말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많은 가능성을 내포한 흐릿한 마무리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개인적인 소감으로는 '운동권 세대의 후일담'이란 소재라면 역시 공지영이 한 수 위인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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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나토노트 1 (양장)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0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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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나토노트를 읽는 동안 베르나르 베르베르라는 작가의 천재성에 대해 놀라움을 넘어선 두려움을 느껴야했다. 한 인간이 어떻게 이토록 무거운 주제에, 이토록 방대한 자료를 바탕으로 이토록 흥미있는 소설을 만들어낼 수 있었을까? 아니, 타나토노트는 소설이라 칭하기에는 아까운 하나의 '세계'이다.

사후세계로의 비행이라...아직은 많은 사람들이 헛된 공상이라고 비웃을것이다. 하지만, 몇 백년 전의 사람들에게 동물의 몸은 세포라는 단위로 이루어져 있다고 설명했다면 곧이 믿었을까? 과학이라는 편협한 시각으로는 먼 앞일, 아니 한치앞의 일도 내다보기 힘든것이다.

토막난 짧은 이야기들을 짜집으며 이어지는 특이한 구성은 처음에는 낯설었지만, 자칫 현학적이고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는 내용을 재미있게 엮어내는데 크게 일조하였다. 읽으면서 이것이 소설이라는 것을 언제나 자각하고 있었다고 믿었건만 책을 덮고 현실의 나로 돌아오고서도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한결 가뿐해진 것을 발견하였다. 베르나르 베르베르를 교주로 하고 타나토노트를 성서로 해서 종교집단을 만든다해도 신도가 꽤 모이지 않을까? 귀 얇은 나도 얼결에 가입할지도 몰라...하는 엉뚱한 생각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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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복이는 풀잎이다 - 풀잎그림책 1
조민경 그림, 안도현 글 / 태동출판사 / 200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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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만복이가 풀잎일까? 엉뚱한 제목에 저도 고개를 갸웃거렸습니다. 마지막 장에 가서야 아아~하고 감탄을 했죠. 만복이 어깨에 붙은 메뚜기. 만복이가 풀잎인 줄 알고 메뚜기가 앉았으니 만복이는 풀잎이라는 단순하고도 명쾌한 해석. 메뚜기의 마음 속까지 엿보는 창의적이고 말간 동심에 절로 기분이 유쾌해졌습니다. 안도현님의 글과 함께 조민경님이 그린 삽화도 눈여겨볼만 하더군요. 조금 촌스러운 듯 멋부리지 않은 담백한 그림은 근래엔 보기 힘든 자연의 모습을 그대로 펼쳐놓습니다. 자연과 인간은 결코 분리될 수 없는 관계이건만 요즘 아이들은 흙보다 시멘트를 더 많이 밟고 살지요. 그런 아이들에게 눈으로나마, 머리로나마 자연을 보고 느끼게하는 좋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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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암
정채봉 지음, 정현주 그림 / 동쪽나라(=한민사) / 200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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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에 서서 우느라고 너무 부끄러웠지만 한 번 흐른 눈물은 쉬 멈추질 않더군요. 동화에서 사실로 넘어드는 순간을 미처 포착하지 못하고 있다가 길손이의 장례식이라는 말을 읽고서야 그 아이가 죽었음을 알아챘습니다.

글쓴이의 마음이 곱지 않다면 이렇게 예쁜 말들을 골라내지는 못했을겁니다. 몸의 눈을 감은 누나 감이에게 길손이가 들려주는 세상 이야기는 모두가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시이지요. 거기에 어우러진 그림도 참 맑습니다. 책 밖의 나를 보고 있는 듯한 길손이의 말간 눈동자와 귀여운 볼이 어찌나 예쁘던지. 아이가 자라서 이 이야기를 알아들을 때가 되면 꼭 읽어줄 겁니다. 미리 구입해서 그때까지는 제가 들춰볼거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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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정 없는 세상 - 제6회 문학동네신인작가상 수상작
박현욱 지음 / 문학동네 / 200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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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정 없는 세상은 무엇보다도 재미있다. 내 생각에 재미는-그 어떤 종류의 재미이든- 소설의 가장 큰 미덕이다. 읽는 중간중간 허를 찌르는 준호의 솔직담백함에 큭큭 웃음을 터뜨리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작품 속의 주인공이 살아있다. 준호의 행적을 따라훑고 있노라면 마치 내 남동생의 이야기를 읽는 것 같은 현실감과 생동감이 느껴진다. 소년에서 성인으로 넘어가는 미묘한 길목에 선 아이들. 그 또래의 아이들은 누구나 이렇게 매력적인 섬을 마음 속에 품고 있는 것일까? '희망'의 진우연과 '호밀밭의 파수꾼'의 홀든콜필드에 이어 만나게 된 준호는 앞선 두 사람에 뒤지지 않는 근사한 매력을 발산하는 인물이다.

마실 때는 톡 쏘는 맛이 있고 마시고난 후에는 입안이 개운해지는 콜라. 동정 없는 세상은 그 콜라같은 소설이다. 책장을 덮고 나면 기분이 상쾌하고 머리가 개운해진다. 영양가는 별로 없을 지 모르지만^^ 그 유혹을 뿌리치기는 쉽지 않을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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