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비의 생일파티 - 피비베어
DK 편집부 엮음, 황주연 옮김 / 사랑이 / 200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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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아이 그림책을 한 권 사주려고 오프라인 서점에 갔었어요. 사실, 뭘 사줄건지 미리 결정하고 간 거였는데 스윽 훑어보던 제 시선에 피비의 생일이 포착되었지요. 실물 사진으로 커다랗게 찍힌 곰인형 표지가 너무 예쁘더라구요. 책 뒤를 보니 역시, 실물 사진 책으로 유명한 DK 출판사더군요. 책장을 넘기면, 매번 '야아~'하고 탄성이 터져나옵니다. 예쁜 인형과 소품으로 구성된 사진들이 어찌나 멋지고 귀여운지! 게다가 이야기 중간중간의 단어가 작은 사진으로 처리되어서 아직 읽기를 모르는 아이도 이야기에 참여할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페이지 수도 꽤 많고, 커다란 사이즈의 책인데도 이렇게 구석구석 신경써서 만들다니... 얼마나 많은 공이 들어갔을까 하는 생각을 하니 책이 다시 보이더군요. 저희 아이는 지금 28개월인데요, 피비에게 '곰이'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좋아는 하지만 100% 활용하기에는 좀 벅찹니다. 분량과 내용이 꽤 많거든요. 하지만 중간중간 좋아하는 페이지만 읽어주거나, 함께 사물 찾기, 이름 말하기 놀이를 하는데는 정말 유용해요.

가장 권하고 싶은 연령대는, 한글을 막 깨치기 시작하는 5세 전후의 아이들이예요. 글 중간중간에 들어있는 그림이 읽는 지루함을 깨 주거든요. 책의 맨 앞장과 뒷장의 사물 사진과 단어가 가득 들어차 있는 페이지도 그림카드와 유사한 용도로 쓰기에 좋구요, 페이지마다 숨어 있는 꼬마 곰 찾기 놀이도 재미있습니다. 정말 알찬 그림책입니다. 후회하지 않으실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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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님 안녕 하야시 아키코 시리즈
하야시 아키코 글ㆍ그림 / 한림출판사 / 200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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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님 안녕에 대한 입소문도 무수하게 듣고, 오프라인 서점에서 실물도 여러 번 봤지만' 구입을 계속 망설인 것은 두 돌이 한참 넘은 우리 아이에게는 너무 쉬운 수준이 아닐까...하는 우려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막상 읽어 주니 기우였다는 것이 금방 드러나더군요. 쉽고 짧으니 집중도 잘 하고, 몇 번이고 다시 읽어달라고 합니다.

특히 잠자리에 들어서는 다섯 번 정도는 반복해서 읽어야 직성이 풀리나봐요. '달님 안녕~'하는 페이지에서 예진이도 안녕~하고 말하면 손을 흔들어 주지요. 어제는 밤에 산책을 나갔는데, 하늘에 떠 있는 달을 보고 '달님~ 달님~'부르더라구요. 앉은 자리에서 계속 반복해서 읽어달라고 하는 책은 달님 안녕이 처음이예요. 단순하고 경쾌한 화면 구성이 아이들에게 잘 다가갈 것 같긴 해도, 구체적으로 어떤 점이 그렇게 마음에 드는 걸까요? 지은이가 책에 동심에만 먹혀드는 마법을 걸어놓은 건 아닌가...잠시 상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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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고양이로소이다 문학사상 세계문학 14
나쓰메 소세키 지음, 유유정 옮김 / 문학사상사 / 199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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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영심, 그렇게 높이 평가할만한 심리상태는 아니다. 지적인 허영심도 역시, 남부끄러워 해야할 특성일까? 독서에 있어서는 잡식성이지만 내겐 '빌려 읽을 책'과 '사서 읽을 책'의 목록이 별개로 구성된다. 그 경계를 결정짓는 가장 큰 기준이 바로 그 지적 허영심일 것이다. 서가에 꽂혀 있는 게 남부끄럽지 않을 만한 책. 지하철에서 누군가 읽고 있으면 그 사람 자체가 왠지 다시 보이는 책.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는 그런 나의 지적 허영심을 200% 자극하는 책이었다. 들어본 적 없는 저자와 특이한 제목, 내가 평소 굳게 믿어마지않는 문학사상사 출판, 게다가 읽어본 사람들이 '나름대로 재미있다'라고 평가하는 책. 인터넷 서점에서 얻은 사전지식이 전부인 상태로 덥썩 구입했다.

하지만 결과는 2/3를 읽고 지지부진, 진도가 없다. 근대의 일본 사회라는 배경 자체에 대한 아무런 관심이나 흥미가 없을 뿐더러, 지식인이라고 자처하는 이들의 행태와 언어가 매력적으로 다가오질 않았다. 게다가 그 고양이, 고양이치고는 되게 고리타분한 녀석이다. 짜식이 조금만 더 기발하고 재미있었어도 독서를 중간에 중단하진 않았을텐데.

한 수 배웠다. 멋져보인다고 관심도 없는 분야의 책을 덥썩 사지 말 것. 하지만 내 책꽂이에 꽂혀 있는 이상, 언젠가는 심호흡을 한 번하고 다시 덤벼봐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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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ho 2004-04-27 17: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이 책 너무나 지루하게 읽었어요. 초반까진 잘 읽다가 중간부턴 슬 지겹고 끝엔 책 값에 아가워서 읽었지만 읽고나니 뿌듯하더군요

두심이 2004-05-03 04: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님과 같은 동기로 구입했죠. ㅋㅋ..아직 부끄럽게도 읽지못하고 있습니다. 님의 글을 읽으니, 헉! 어쩐다...

진/우맘 2004-05-03 08: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어요 님...책은, 누구에게나 다른 느낌으로 다가가잖아요. 즐거운 독서경험이 될 수도 있으니, 너무 선입견은 갖지 마시길.^^;
 
달과 6펜스 소담 베스트셀러 월드북 25
서머셋 몸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199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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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릭랜드는, 보통의 기준으로 평가하자면 분명히 악인이다. 아내와 가정을 무책임하게 버렸고, 다른 사람을 배려하거나 친절하게 대할줄을 모르며, 은인의 아내를 빼앗아 자살에까지 이르게 했다. 하긴, 마지막 문장은 조금 더 고려해보아야겠다. 빼앗으려는 의지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으니까.

여하튼 분명히 그는 좋은 사람의 범주에는 들기 힘들며, 이야기를 끌어나가고 있는 화자에게서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지 못하다. 하지만, 소설을 읽고 있으면 어느새 그에게 매료되어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그의 기이한 행적들이 이해되거나 매력적으로 비친 것도 아닌데도 스트릭랜드, 그에게 빠지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런 감정은 나만이 느낀 것은 아닐성싶다. 이야기를 끌어나가는 화자 역시도 기이한 인간성의 탐구라는 단순한 흥미가 어느 순간을 기점으로 애정(이라고 표현하기엔 조금 낯간지럽지만)으로 변모했는지 모르고 있는 것 같다. 어쩌면 그런 화자의 자연스러운 감정 변화에 나도 편승했을지도 모를 일이고.

단순한 고갱의 일대기가 아니라 작가의 상상력이 많이 가미된 소설이라고는 하지만, 책을 덮은 지금 내 머릿속에서는 스트릭랜드와 고갱이 다른 인물이라고 나뉘어지질 않는다. 욕망이 배제된 순수한 열정이 느껴지는 고갱의 작품들이 책을 읽는 내내 눈 앞에 전개되고 있었다. 그래서일까, 스트릭랜드의 마지막 작품, 오두막의 벽화도 마치 본듯이 그려낼 수 있을 것 같다. 강렬한, 기이한 생명력으로 가득찬 그림. 스트릭랜드의 도움을 받아 고갱을 바탕으로 창조된 나만의 그림. 그 뿌듯한 감동이 책의 재미를 더욱 배가 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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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미치 앨봄 지음, 공경희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0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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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엔 책에서 교훈을 얻어야한다고 배웠다. 하지만, 사실 나는 책을 '즐기기위해' 읽는다. 교훈적인 책들은 한결같이 따분하다는 것을 경험으로 깨달았기 때문이다. 진작부터 책꽂이에 꽂혀 있었던 '모리...'를 미적거리며 읽기를 미뤘던 것도 교훈적일 것 같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나의 예감은 적중했다.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은 정말 교훈적이었다. 하지만, 그와 더불어 아주 재미있었다!

그저 단순히 '재미'라고 칭하기에는 경박스러운 감이 없지 않다. 진부하지만 감동적이라는 표현을 쓸 수 밖에. 이 늙고 병든 노교수는 내가 살아가면서 의문스러워하던 문제의 대부분을 쉽고도 간결하게 해결해주었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남들 하는대로 살아가면서 내가 너무 진부하게 삶을 꾸리는 것이 아닌가 항상 의심스러웠다. 자식을 낳아 기르면서도 아이가 내게 주는 기쁨보다는 아이때문에 누리지 못하는 자유와 시간에 언제나 갈급했다.

'사람들이 자식을 낳아야 되느냐 낳지 말아야 되느냐 물을 때마다, 나는 어떻게 하라곤 말하지 않네. '자식을 갖는 것 같은 경험은 다시 없지요'라고만 간단하게 말해. 정말 그래. 그 경험을 대신할만한 것은 없어. 친구랑도 그런 경험은 할 수 없지. 애인이랑도 할 수 없어. 타인에 대해 완벽한 책임감을 경험하고 싶다면, 그리고 사랑하는 법과 가장 깊이 서로 엮이는 법을 배우고 싶다면 자식을 가져야 하네.'

그 몇 줄의 문장으로 모든 의문은 사라졌다. 언제나 자식을 위해 희생한다고만 생각했던 것은 오산이었다. 아이는 내게 이제껏 배우지 못한 많은 것을 가르쳐주는 학교였던 것이다. 내가 아이에게 사랑을 준다고 하지만, 사실 아이가 내게 주는 것과 같은 절대적이고 순수한 신뢰와 사랑을 어디에서 경험할 것인가?

모리는 책의 마지막 장까지 나를 북돋아 격려해주고, 이끌어 가르쳐주었다. 내가 이제껏 읽어왔던 어떤 책보다도 많은 교훈을, 그것도 살아있는 교훈을 준 것에 깊이 감사한다. 심지어 이제껏 없던 좌우명이라는 것도 생겼다. '사랑이야말로 유일하게 이성적인 행동이다!' 으로는 누구보다도 이성적인 사람이 되려고 애쓸 작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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