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영심, 그렇게 높이 평가할만한 심리상태는 아니다. 지적인 허영심도 역시, 남부끄러워 해야할 특성일까? 독서에 있어서는 잡식성이지만 내겐 '빌려 읽을 책'과 '사서 읽을 책'의 목록이 별개로 구성된다. 그 경계를 결정짓는 가장 큰 기준이 바로 그 지적 허영심일 것이다. 서가에 꽂혀 있는 게 남부끄럽지 않을 만한 책. 지하철에서 누군가 읽고 있으면 그 사람 자체가 왠지 다시 보이는 책.'나는 고양이로소이다'는 그런 나의 지적 허영심을 200% 자극하는 책이었다. 들어본 적 없는 저자와 특이한 제목, 내가 평소 굳게 믿어마지않는 문학사상사 출판, 게다가 읽어본 사람들이 '나름대로 재미있다'라고 평가하는 책. 인터넷 서점에서 얻은 사전지식이 전부인 상태로 덥썩 구입했다. 하지만 결과는 2/3를 읽고 지지부진, 진도가 없다. 근대의 일본 사회라는 배경 자체에 대한 아무런 관심이나 흥미가 없을 뿐더러, 지식인이라고 자처하는 이들의 행태와 언어가 매력적으로 다가오질 않았다. 게다가 그 고양이, 고양이치고는 되게 고리타분한 녀석이다. 짜식이 조금만 더 기발하고 재미있었어도 독서를 중간에 중단하진 않았을텐데. 한 수 배웠다. 멋져보인다고 관심도 없는 분야의 책을 덥썩 사지 말 것. 하지만 내 책꽂이에 꽂혀 있는 이상, 언젠가는 심호흡을 한 번하고 다시 덤벼봐야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