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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을 나는 철학자
샘킨 지음, 도반 옮김 / 나무심는사람(이레) / 2000년 1월
평점 :
절판
소중한 사람에게 선물 받은 책이었습니다. 이 책에 대해서도, 샘 킨이라는 저자에 대해서도 아무런 사전 지식이 없었지요. '공중을 나는 철학자'라니, 경지에 이르러 공중부양을 하게 된 철학자인가보다...하고만 생각했는데 책을 펼치자마자 그게 얼마나 엉뚱한 상상인지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냥 한마디로 '공중 그네를 배우는 이야기'입니다. 서커스의 꽃 공중 그네 아시죠? 매달리고, 흔들리고, 건너뛰는 아슬아슬한 곡예말입니다. 저자는 예순의 나이에 공중 그네를 배우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특이하죠. 책의 대부분도 공중 그네의 기술, 배워가는 과정, 요령, 누구랑 언제 배웠는지 하는 것을 찬찬히 기록하듯 채워져있습니다. 어느 페이지에도 심오하고 어려운 철학자의 담론은 없습니다.
하지만, 슬슬 책장을 넘기는 가운데 공중 그네라는 것과 인생이 참으로 많이 닮아있구나...하는 것을 은연중에 느끼게 됩니다. 여러 기술들을 연마하는 데 있어서 서두르지 않고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는 점, 사람들 사이의 신뢰가 가장 중요하다는 점, 떨어지는 법부터 잘 배워두어야 한다는 점 등을 되새기다보면 샘 킨이 공중 그네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인지, 인생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인지, 어쩌면 둘 다인지가 모호해지면서 너무나도 당연하기에 잊고 있었던 삶의 철칙 몇 가지를 다시 생각해보게 됩니다. 다이나믹하고 재미있는 책은 못 됩니다. 하지만, 읽는 시간보다 생각하는 시간을 더 많이 주는 책을 찾으신다면 '공중을 나는 철학자'가 아주 적격일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