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정원 - 상
황석영 지음 / 창비 / 200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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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오래된 정원'을 사랑이야기로 읽었다 하면, 책을 잘못읽은 것일까. 처음 펴 들었을때는 '황석영'이라는 이름의 무게에 조금은 주눅이 들어 있었지만 오현우와 한윤희를 축으로 한 깊고도 슬픈 사랑에 금새 빠져들었다. 사랑이야기로 치자면 이보다 더 뻔한 줄거리가 있을까. 운동권에 몸담고 있다가 수배를 피해 숨은 남자. 그와 사랑에 빠진 여자는 그가 감옥에 간 후 그의 아이를 낳았지만 남자는 그 아이가 자신의 아이인지 모르고, 결국 어긋남만을 반복하다가 여자는 병들어 죽고...줄거리만 펼쳐보자면 어이없을 정도이다.

하지만, 막상 책 속에서 전개되는 그들의 이야기는 그렇게 단순하지가 않다. 갈뫼에서 둘이 함께 했던 짧은 행복의 묘사는 서정 소설, 사랑 이야기라고 제목을 걸고 나온 어떤 책보다도 아름답고 애잔하다. 읽으면서 계속 공지영의 '고등어'가 떠올랐다. 고등어의 주인공들도 이들과 비슷한 아픈 사랑을 했다. 하지만 '연륜'이라고나 할까, 황석영이 그린 아픔이 좀 더 깊고 묵직한 여운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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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타로의 일기 1
누노우라 츠바사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199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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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 킥! 나비 펀치!' 해적판 <당근있어요?>를 열심히 보면서 친구와 키득거리던 생각이 납니다. 벌써 오년도 넘은 일이라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얼마전 대여점에 가보니 20권이 나오고, 아직도 출간 중이더군요. 일본만화의 끈기는 정말 대단합니다. 옛기분을 되살려서 한꺼번에 스무 권을 쌓아놓고 읽었는데, 역시 한정된 소재로 장기간에 걸쳐 많은 분량을 그리다보니 비슷한 얘기가 반복되는 부분이 많더군요. 설날을 보내는 얘기도 서너번 넘게 나오던데... 토끼는 과연 수명이 얼마나 될까 궁금해지기까지 했습니다.

하지만, 같은 얘기가 반복되어도 지루하거나 기분나쁘진 않아요. 도리어 점점 가슴이 따뜻해지는 것이 느껴지지요. 센타로, 야옹이, 개, 햄스터, 참새, 비둘기 등등등 동물친구들의 귀엽고도 가슴 찡한 이야기들은 읽고 또 읽어도 재미있거든요. 하~ 어떻게 하면 토끼를 이렇게 귀엽게 그릴 수 있을까요? 센타로같은 친구가 있다면 정말 좋을 것 같아요. 물론, 나는 바쿠씨같이 좋은 주인이 될 수는 없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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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어
공지영 지음 / 푸른숲 / 199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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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어를 처음 읽었던 것이, 아마 대학교 1학년이던 때였을 것이다. 특별히 사회의 제반 문제에 관심이 있었던 것도 아니면서 통과의례처럼 대자보를 쓰고, 시위현장을 따라다니고는 했다. 책을 덮고는 막연하게 동질감이 느껴지기도 하고, 또 이질감이 밀려오기도 하면서 한참동안 혼란스러웠다. 마치 10년 후의 나에게로 잠시 여행을 다녀온 듯 했다. 학생운동을, 사랑을 격정을 다 바쳐서 하던 스무살 남짓의 그들도 몇 년 후에 자신들이 어떤 모습으로 변해서 어떤 일을 겪고 있을지는 추호도 짐작할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자신이 원하지도 않고 선택하지도 않았는데도 명우와 은림은 저녁식사가 끝난후 식탁에 남은 고등어처럼 식고, 뼈가 드러난 듯한 신산한 모습으로 남겨졌다. 그들이 학생운동을 하지 않았다면? 그들이 사랑을 하지 않았다면? 아니면 다른 시대에 태어났다면? 어떤 것이 답이 될 수 있을지 아직까지 알 수가 없다. 작가 공지영은 마음 속에 어떤 답을 담고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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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을 나는 철학자
샘킨 지음, 도반 옮김 / 나무심는사람(이레) / 200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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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한 사람에게 선물 받은 책이었습니다. 이 책에 대해서도, 샘 킨이라는 저자에 대해서도 아무런 사전 지식이 없었지요. '공중을 나는 철학자'라니, 경지에 이르러 공중부양을 하게 된 철학자인가보다...하고만 생각했는데 책을 펼치자마자 그게 얼마나 엉뚱한 상상인지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냥 한마디로 '공중 그네를 배우는 이야기'입니다. 서커스의 꽃 공중 그네 아시죠? 매달리고, 흔들리고, 건너뛰는 아슬아슬한 곡예말입니다. 저자는 예순의 나이에 공중 그네를 배우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특이하죠. 책의 대부분도 공중 그네의 기술, 배워가는 과정, 요령, 누구랑 언제 배웠는지 하는 것을 찬찬히 기록하듯 채워져있습니다. 어느 페이지에도 심오하고 어려운 철학자의 담론은 없습니다.

하지만, 슬슬 책장을 넘기는 가운데 공중 그네라는 것과 인생이 참으로 많이 닮아있구나...하는 것을 은연중에 느끼게 됩니다. 여러 기술들을 연마하는 데 있어서 서두르지 않고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는 점, 사람들 사이의 신뢰가 가장 중요하다는 점, 떨어지는 법부터 잘 배워두어야 한다는 점 등을 되새기다보면 샘 킨이 공중 그네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인지, 인생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인지, 어쩌면 둘 다인지가 모호해지면서 너무나도 당연하기에 잊고 있었던 삶의 철칙 몇 가지를 다시 생각해보게 됩니다. 다이나믹하고 재미있는 책은 못 됩니다. 하지만, 읽는 시간보다 생각하는 시간을 더 많이 주는 책을 찾으신다면 '공중을 나는 철학자'가 아주 적격일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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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 하우스 Full House 16 - 완결
원수연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199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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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까워라...중간에 몇 권만 남고 다 품절이라니...쩝. 원수연을 '가장 좋아하는 작가'라고 내세울 수는 없지만, 적어도 소장할 가치가 있는 품격있는 만화를 그리는 작가임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풀 하우스는 그런 그녀의 대표작. 지금 와서 다시 보면 상당히 뻔하고 유치한 전개이지만, 아기자기한 사랑다툼을 보고 있노라면 '그래, 사랑은 다 유치한 것이야~'하고 토닥토닥 덮고 넘어가게 된다.

무엇보다도 좋은 것은 그녀의 그림. 탄탄한 데셍을 바탕으로 한 멋진 집과 인테리어도 근사하지만, 지저분하지 않고 깔끔한 라인의 인물들은 개성있으면서도 매혹적이다. 심심하고 시간이 많으시다면 16권을 쌓아놓고 독파해보길 권한다. 혹시 모르지...꿈 속에 라이더 베이같은 왕자님이 나타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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