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친구를 사귀기 전에 먼저 잘 따져보고 친구로 삼겠다는 말을 하자 살림 할아버지는 고개를 설레설레 내저었다. 

  "설령 삼백 번 코방아를 찧는 한이 있더라도 계속 새로운 친구를 사귀어야지. 그리고 의심을 품지 말고!"

할아버지는 담배를 한 모금 깊이 빨아들이며 이렇게 말했다.

 "얘야, 우정은 약한 자들이 만들어놓은 거란다. 강한 사람들은 우정을 필요로 하지 않아. 그들에게는 힘이 있거든. 이것저것 따져보는 것은 인생의 중대한 실수가 될 테니까 그런 짓은 하지 말고 친구를 사귀거라. 그렇지 않으면 외롭게 될 거야."

--라픽 샤미, 한줌의 별빛, P 58~59



말하자면, 일종의, <씹다 버린 껌> 신세가 되었다.
이유도 모르는 상태로 "퉤!!!" 하고 뱉아졌다.

20대 이후로는 인간관계에 있어서는 큰 어려움을 모르고 살았다. 나름, 다양한 스타일의 인간이 있으며 그리고 그 어떤 유형에도 당황하지 않을만한 내공이 있다고, 그렇게 믿었다. 헌데,

크게 배웠다.
아....사람이 이렇게 표리부동할 수도 있구나....이렇게 이기적일 수도 있구나....이렇게 무책임 할 수도 있구나....상황을 이렇게 끌어가는 희한한 방법도 있으며, 사람을 이렇게 조이는 치사한 방법도 있구나....

처음엔, 사람이, 두렵더라.

다니엘, 넌 아무도 믿지 마. 특히 네가 존중하는 사람들은. 그들이야말로 언젠가 네게 최악의 비수를 꽂을 이들이거든.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 바람의 그림자, P 38

하지만, 지지부진, 한 달이 넘게 마음을 다치고 있는 이 상황에서도 깨달음은 생겨났다. 
소수의 <나쁜 사람>을 만나면서 내 주변에 수많은 <좋은 사람>이 있다는 것을 새록새록, 깨닫게 되는 것이다.

그냥 편하게만 여겨왔던 동료가 얼마나 믿음직한 언니인지 알게 되었고,
그저 술잔이나 기울이던 지인들이 얼마나 나에게 위로가 되는 친구인지를 깨닫게 되었고,
한 다리 건너 이름이나 알던 선배가 얼마나 사리에 밝은 이론가인지 깨우쳤고....
그리고 그 모든 이들이 나를 나름 아끼며, 신뢰한다는 사실, 그 사랑과 믿음이 내게 큰 힘이라는 사실을 되새기게 된 것이다.

난, 그래, 살림 할아버지의 충고를 듣겠다.

삼백 번 코방아를 찧는 한이 있더라도 계속 새로운 친구를 사귀어야지.
그리고 의심을 품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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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6-10-19 1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람으로 받은 상처 사람으로 치료해야하는데요. 토닥토닥

클리오 2006-10-19 1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우맘님의 마음.. 왜 이 글이 이렇게 멋지지요..? ^^ 마음 속에 잘 여며지셨다니 다행이여요..

진/우맘 2006-10-19 1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클리오님> ㅎㅎ 여며는 졌는데, 갈굼과 오해는 계속되고 있슴다. 쭈욱~~~~~ ^^;
하늘바람님> 하늘바람님도 벌써, 주사 하나 놔 주셨네요 뭘. 부비부비...

클리오 2006-10-19 1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갈굼과 오해.. 비슷한 상황이 생각나네요. 집밖에 나가기 싫을만큼 비참한 시간들이었는데.. 괜찮으시길...

진/우맘 2006-10-19 1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뭐, 괜찮아요.^^ 내가 '정의'와 '순리'의 편이라고 굳게 믿고 있고, 주변 상황도 (내 귀에 접수된 바로는) 그리 믿어주니...ㅎㅎㅎ

가랑비 2006-10-19 1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 짜짜짜짜짜앙가 엄청난 기운이~ 틀림없이 틀림없이 생겨난다, 지구는 작은 세계 우주를 누벼어라~ 아자아~!

진/우맘 2006-10-19 1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밖음질로 누빌까요, 홈질로 누빌까요? (헉....썰렁한 농담...이것도 애정결핍 증세랬는뎅...^^;;)

sooninara 2006-10-19 1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냥 꽉 박아버려^^ (이것도 박음질하라는게 아니라 그사람에게 가서 머리로 박아 버리라고 하는것 같구만.ㅎㅎ)

해리포터7 2006-10-19 14: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우맘님..다행이어요..그런 좋은맘을 먹으셔셔..

하늘바람 2006-10-19 2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우맘님 참 엽서 잘 받았어요 인사를 이렇게 허접하게 드리다니 넘 죄송해요 낼 다시 제대로 드릴게요. 받은지 며칠 되었는데 아니 꽤 되었는데 제가 수첩에 엽서를 껴 놓고는 그만 건방증에 걸려버렸더군요. ㅠㅠ
요즘 돌아서면 잊어버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