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는 2학년 때부터 시작되었다. 이유 같은 건 없다. 치수와 한 반이 되고, 치수의 눈에 띈 게 이유라면 이유였다. 우선 맞았다. 팔 올려. 그리고 겨드랑이 밑을 몇십번이고 때리는 것이었다. 얼굴은 깨끗한데 끙끙 며칠을 앓을 정도로 심하게 아팠다. 싹처럼 돋아 있던 인생의 날개 같은 것이, 그때 꺾여버린 느낌이다. 하얀 깃털이나 솜털 같은 것이, 그래서 보풀처럼 맞을 때마다 떨어졌다. 그런, 기분이었다. -16쪽
꿈이 있다면
평범하게 사는 것이다. 따 같은 거 당하지 않고, 누구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고, 다수인 척 세상을 살아가는 것이다. 그게 전부다. 일정하게. 늘 적당한 순위를 유지하고, 또 인간인만큼 고민(개인적인)에 빠지거나 그것을 털어놓을 친구가 있고, 졸업을 하고, 눈에 띄지 않게 거리를 활보하거나 전철을 갈아타고, 노력하고, 근면하며, 무엇보다 여론을 따를 줄 알고, 듣고, 조성하고, 편한 사람으로 통하고, 이를테면 신앙을 가지거나, 우연히 홈쇼핑에서 정말 좋은 제품을 발견하기도 하고, 구매를 하고, 소비를 하고, 적당한 싯점에 면허를 따고, 어느날 들이닥친 귀중한 직장동료들에게 오분, 오분 만에 갈비찜을 대접할 줄 알고, 자네도 참, 해서 한번쯤은 모두를 만족시킬 줄 아는 그런 사람. 나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그런 사람이 되면
행복할 수 있을까?
버스는 오지 않았다. 좀더. 나는 버스를 기다려본다. 열시 반, 2교시가 한창일 시간이다. 다수인 척, 스물서너 정거장이 떨어진 곳에서는-다수가, 다수에 의한, 다수를 위한 수업에 열중해 있을 것이다. 행복할 수, 있을까? 인류에게도 2교시란 게 있을까? 나는 버스를 기다린다. 아무리 생각해도
인류의 속셈을 모르겠다. -34쪽
소외가 아니고 배제야.
벌판을 향해 걸어가며 나는 중얼거렸다. 뭐가? 모아이가 물었다. 따를 당한다는 것 말이야...소외가 아니라 배제되는 거라고. 아이들한테? 아니, 인류로부터. 살아간다는 건, 실은 인류로부터 계속 배제되어가는 거야. 깎여나가는 피부와도 같은 것이지. 그게 무서워 다들 인류에게 잘 보이려 하는 거야. 다수인 척, 인류의 피부를 파고들어가는 거지. -5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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