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검사 결과를 내며 몇 번 언급했듯이, 난 심각한 수준의 <착한여자 컴플렉스> 환자다.
CP - 4 타인에겐 전혀 비판적이질 못하고... NP - 20 지나치게 공감적이라, 이해 안 해도 되는 부분도 이해해 버리고 말며, AC - 17 우유부단하고 자존감이 낮다. 상당한 자기비하 성향이...
여하간, 그런 저런 소소한 심리의 조합으로 인해, 난 어려서는 착한아이 컴플렉스였으며,
자라서는 착한여자 컴플렉스...가 되었다.^^;;
살인자의 건강법, 타슈가 그랬던가? 착하다는 건, 그저 자기가 귀찮지 않으려고 하는 행동양식일 뿐이라고.
맞다. 다치기 싫으니까, 다치면 아프니까. 착하면, 아무도 날 건드리지 않으니까.
착하다는 인식만 잘 심어놓으면, 사건 사고가 생겨도 모두 내 편을 들어주니까...하는
얄팍한 속셈이, <착한 여자>의 근간에 배어 있다.
예전엔, 심약했던 나는, 뾰족한 사람을 두려워했다.
자신감에 넘쳐 보이는, 완벽주의를 꿈꾸는, 다른 사람의 잘잘못을 지적하는 데 주저함이 없는,
싫으면 싫다고 확실히 의사표현을 하는...그런 부류.
첨언 하나, 난, "에이, 난 뒤끝은 없잖아~"하는 사람들이 싫었다. (지금도 조금은 꺼려진다.)
자기만 뒤끝 없음 뭐하나. 약한 내 속살은 이미 그전에 뱉은 한 마디에 치명상을 입고
오래도록 아픈데.
각설하고.
그래서, 뾰족한 이들은 되도록 피했다. 설설.....곁에 안 가려고 했고,
곁에 있어도 최대한 부딪히지 않으려고 했고.
그런데 요즘,
결혼하고 아이 낳고, 아줌마다운 깡이 생기고,
미술치료 배우면서 나에 대해 많은 부분을 정리하고 나자...뭐랄까, 판도가 좀 달라졌다.
이건, 어떻게 보면 증세가 더 심해졌다고 해야겠지.
구원의 여신 컴플렉스....
검색해보지 마라. 방금 내가 만든 말이다. ㅡ,,ㅡ;;
검색해봤더니 있다면, 몰라, 그 사람이랑 나랑 찌찌뽕이지, 뭐.
살며 우연히, 뾰족한 사람과 마주치면...이젠 그 뾰족함 이면의 예민함, 유약함이....보인다.
<자기방어를 위한 타인공격>이라는 심리학적 용어를 너무 뇌리에 깊이 박았나보다.
그리고, 어쩐지, 내가 그 뾰족함의 완충제...가 되고 싶다고 생각한다.
난 외유내유근강형이니까.^^ 마음의 상처 그까잇거, 자가치유 잘 해내니까.^^
난 긍정적이며, 밝고, 활달하며, 스트레스에 강하고, 무엇보다 착/하/니/까.
이젠, 더 이상 뾰족한 사람을, 날카로운 말들을 피하지 않는다. 나름, 포옥 감싸서 흡수해 버리고,
그 사람에게 어느 정도는, 숨 쉴 틈이 되고 싶다는 오지랖 넓은 생각을 하게 된다.
뭐 그리고, 사실, 별 탈 없이 그렇게 살고 있다.
헌데 가끔, 비가 오고, 딱히 할 일이 없고, 머리가 멍...해 지는 오후면, 그런 생각이 든다.
과연, 나는, 나의 완충제는...내가 믿고 있는만큼 강한가?
타인의 구원이 되려다가, 미처, 그 완충제 안에 아직 도사리고 있는
상처 잘 입는, 말 한 마디에 다쳐서 몇날며칠을 끙끙 앓는 조그만 아이를....
그냥 못 본 척, 그러고 있는 거 아닌가?
그 아이의 상처가 곪고 곪아 치유 불가능한 상황이 되어서야 화들짝,
놀라게 되는 건 아닌가?
이 놈의 오지랖은.... 이 놈의 근성은, 당최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