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그림에 대해서는 할 말이 많고...공부할 거리도 많습니다.
그냥 이렇고 저렇다고 표현할 수가 없지요.
간단하게, 나의 나무 두 장을 보여드리면서 주절거려 볼까요?


자, 이것은 2001년 처음 미술치료 공부를 시작하며 그린 제 나무입니다. 나무는, 사람과 많이 닮아있지요.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뿌리는 발, 줄기는 몸통, 가지는 팔, 수관은 머리...그런 식으로 대입을 시킬 수도 있구요, 다른 관점으로는 뿌리=과거, 줄기=현재, 혹은 성장 과정, 수관=미래..하는 식으로 접근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조심하세요, 간단한 정보 몇 개로 해석을 시도하다가는 <선무당이 사람 잡는> 딱, 그런 일이 될 수도 있슴다....^^;;

처음 멋모르고 저 나무를 그렸을 때, 강사님이 제 그림 앞에서 발을 멈추고 나이가 몇 살이냐고 물어보더군요. 나중에 들으니, 나무의 수령은 심리적인 나이라고 해야 하나? 얼마나 조숙한가를 보여준다고 해요. 저걸 그릴 때 제가 스물 여섯살 이었는데...ㅎㅎ 늙디 늙은 고목이죠? 어린 시절 마음 고생이 너무 심해서...ㅠㅠ 지나치게 조숙한, 속 늙은이였지요.
드러난 뿌리가, 제가 과거에 매우 연연해 한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굉장히 풍성해서 지면 밖으로 삼면이 비어져 나간 수관은, 자칫 망상적이고 현실 부적응의 지표가 될 수도 있지만, 저같은 경우에는 상상력이 풍부하고 재능이 있는, 백일몽이 삶의 에너지가 될 수 있는 상태...라고 해석해 주시더군요.
그리고 가지. 가지는 사람으로 치면 팔이래요.
팔, 하면 뭐가 생각나세요? 악수.^^ 가지는 그 사람의 대인관계 성향을 알려줍니다. 균형 있고 무성하게 잘 뻗어 있지만, 끝이 막혀있지요? 저기서 조금만 더 뾰족하면 '자기 방어를 위한 타인 공격'이라는 도식을 적용시켜볼 수 있습니다. 가끔, 너무 심약해서 일부러 뾰족한 척 하는 사람 있잖아요?
저 역시, 대략 폭 넓은 사회생활을 영유하고는 있지만...대인관계에 대한 자신감이랄까, 자신의 속내를 완전히 열어주지는 않는 방어적인 성향이 있었지요.
기타, 무성한 풀은 감수성이 풍부하다는 것을 상징하기도 하구요, 그리고 나무 줄기의 커다란 상처(저걸 뭐라 부르더라...옹이? 고목에 있는, 죽은 부분 말예요.)는 대개 어린 시절의 심리적 외상, 트라우마를 상징합니다.
저의 트라우마는, 서재 1세대 여러분은 다 아십니다만..ㅎㅎhttp://www.aladin.co.kr/blog/mypaper/456456
자, 그럼 미술치료와 더불어 4년 후, '내 인생의 전성기'라 당당히 외치는 지금의 나무 그림은 어떻게 바뀌었을까요? ^^


자, 우선 딱 봐도, 젊어졌지요? ㅎㅎ 회춘도 보통 회춘이 아닙니다.
드러났던 뿌리도, 큼지막한 트라우마의 흔적도 모두 사라졌습니다. (아시죠? 트라우마 완전박멸에는 서재지인들도 크게 한 몫 했던거.^^) 큼직한 수관은 여전하지만, 가지를 보세요, 완/전/소/통. 대인관계에 있어 스스럼 없이 열린 모습입니다.
눈에 띄는 부분은 무지 굵은 밑둥. 강사 샘이 웃으면서 말하시더군요.
"이거, 태풍이 불어도 절대 안 넘어지겠는데요?^^"
헌데, 강한 긍정은 곧 부정을 뜻할 수도 있듯이, 지나치게 굵은 저 밑둥은 안정에 대한 강한 의지...즉, 아직 잠재해 있는 불안증의 표현이라 할 수도 있다고 해요.

어떠세요? 쬐~금 감이 오시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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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우맘 2005-06-03 15: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건, 글씨 작게 안 보이죠?

물만두 2005-06-03 15: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바람돌이 2005-06-03 2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무 하나의 그림에 저렇게 많은 의미가..
이 세계는 참 무궁무진하군요.
갈수록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이 무럭무럭....

지금의 진/우맘님의 나무가 역시 훨씬 맘에 드는군요. 건강하고 튼튼해보여요.

세실 2005-06-04 0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진우맘님..싸랑해요! 와락~ (절대 아무나 안해주는 포옹임)
어쩜 이리도 솔직하시고, 열정적이시고, 멋지십니까~~~
앞으로도 쭈욱 미술치료 많이 가르쳐주세용~~~

진/우맘 2005-06-04 08: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실님> 와락~~~~~ 뽀뽀도 쭈욱~~~~~~♥
바람돌이님> 늦기 전에 시작하셔욧!!!! 헤헤.
만두님> 그렇군요. 글씨체를 수정하면 포인트가 작아지나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