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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빠진 마녀 루시
리오넬 르 네우아닉 지음, 이진경 옮김 / 행복한아이들 / 2003년 7월
평점 :
품절
드디어, 그림책에도 컬트의 시대가 온 것인가.... 도서관에 갔다가 <새로 들어온 책> 코너에 큼지막한 그림책이 한 권 들어있는 것을 보고 덮어 놓고 집어왔지요. 그런데, 아이에게 읽어주기 전 한 번 훑어보면서 조금은 황망했습니다. 줄거리, 그림, 분위기 등을 아이가 과연 어떻게 받아들일지... 작가는 어떤 이야기를 담아내고 싶었던 것인지 전혀 소화해 낼 수가 없었거든요.
<차칸 엄마>라면, 아이가 좀 더 클 때까지 기다리거나, 자신이 납득할 수 있을 때까지 미루거나 하겠지만. ㅎㅎㅎ 그냥, 딸아이를 마루타 삼아(?) 확, 보여줘 버렸습니다. 이제까지 어른의 편견에 비추어 부담스러웠던 책을, 아이는 너무도 순수하고 편하게 받아들이는 것을 몇 번 봐 왔으니까요.
다섯 살 딸아이에게 그대로 다 읽어주기에는 내용이 좀 많아서, 중간중간 줄거리를 추리며 보여주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예상과는 달리 '무섭다'는 반응은 나오지 않더군요. 이상한 자연사 박물관이나 피터와 늑대의 늑대 장면 연주를 듣고도 무섭다는 겁많은 아가씨인데, 이 그림책은 괜찮은가봐요. 엽기적인 그림 속에 숨은 코믹 요소를 감지한 걸까? "뭔가 좀 이상하다." "괴물이 많다." 등의 반응 외에는 두려워 하는 기색이 없었습니다.
사랑의 방법을 모르는 루시가 무턱대고 사랑을 위해 덤비다가 상대를 모두 괴물로 만들고, 정작 자신은 요정의 모습으로 변했는데 자신을 사랑한다며 덤비는 상대들은 모두 괴물. 말로는 잘 설명이 안되는 난해하고 묘한 내용, 결말을 덮고 아이의 표정을 살폈습니다. 약간 멍...한 것 같긴 했지만, 우려했던 질문 사태는 없더군요. 내용이 뭘 말하는건지 질문해대면 뭐라고 답해줘야하나...떨고 있었거든요.^^
그림책을 논리와 권선징악의 틀에 가둬두려고 하는 것은, 어른들의 아집 아닐까요? 그럼, 아이가 이 그림책을 통해 얻은 것이 뭐냐고 묻는다면...글쎄요, 신선한 충격? ㅎㅎ 사실, 리뷰를 쓰기 직전까지도 그림책에 대한 입장을 확실히 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어느새 루시의 편을 들고 있군요. 그냥 넘기기엔 조금 아까운 구석이 많은 그림책입니다. 아름답고 조화로운, 편안한 그림책이 백 권쯤 있다면, 그 한 쪽 구석에 이 컬트 그림책이 한 권쯤 꽂혀 있어도 무방할 거라는 생각이 드는걸요?
지금부터 이어지는 사진은, 감상을 공유하고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서 올립니다. 함께 생각해 주세요.^^
생각 하나. 다양한 미적 체험인가, 불필요한 시각 경험인가?
- 이 그림책에는 잘린 발목, 루시의 나신 등 기존 그림책에서는 시도되지 않은 높은 수위의 표현이 나옵니다. 제가 볼 때는 색감이나 개성 등을 볼 때 수준 낮고 생각 없는 그림은 아닌 것 같은데. 어때요? 이 정도 수준은 다양한 미적 체험을 위해 무방하다고 보시나요...아니면, '안 그래도 폭력과 음란이 넘치는데... 그림책에서까지?' 싶으신가요?
생각 둘. 이 표현들...찬성인가 조롱인가?
- 그림책 구석구석에는 미묘한 사안들이 숨어서 등장합니다. 인종 문제, 동성애 등이 암시(도 아니고, 그냥 버젓이 표현.^^)되고 있지요. 그런데, 그림책에 이런 장면들을 등장시킨 이유가 뭘까요? 지지나 찬성이라고 보이십니까, 은밀한 조롱이라고 보이십니까?
검은 피부의 남자와 하얀 피부의 여자. 보통 그 반대의 경우는 쉽게 용인되지만, 이런 케이스는 아직도 상당히 터부시 된다지요? 루시는 숲 속에서 이들의 모습을 보고 사랑의 충격을 받습니다. 마녀에게 쇼크를 준 죄(?)로, 이들은 멍청한 모습의 토끼로 변하고 만답니다.^^;
자...이들은, 곧 루시의 저주로 괴물이 되어버립니다. 사실은, 지금도 과히 미모로운 모습은 아니군요.^^; 이 속에서 저는 두 부분에 주목합니다.
어머나.... 두 분, 지금 뭐하세요? 그리고 그 옆에 서 계신 여자분...이 아닌데. 가슴과 다리에 숭숭 난 털이, 뭔가 사연 있는 모습인걸요? 어떠세요. 이 그림들....저는 작가의 의도를 당최 파악하지 못하겠습니다.^^
함께, 생각 좀 해 주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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