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10까지 셀 줄 아는 아기 염소 ㅣ 내 친구는 그림책
알프 프료이센 글, 하야시 아키코 그림, 고향옥 옮김 / 한림출판사 / 2007년 8월
평점 :
딸아이가 나중에, "나의 첫 전작주의는 하야시 아키코로 시작되었다."라고 말하는 것을 보고 싶다.
책 편식 하지 말자고 띄엄띄엄 사 모으는 이 추세로는 언제 그녀의 작품을 다 구비하게 될 지 모르겠지만(이 책도 도서관에서 빌렸다.), 하야시 아키코의 그림책은 '아이가 이런 그림책과 함께 자라줬으면...' 생각되는 대부분의 요소를 품고 있기 때문에, 언젠가는 다 모아주고 말테다.
<열까지 셀 줄 아는 아기 염소>의 지은이는 알프 프료이센, 노르웨이 사람이란다. 소작인의 아들로 태어나 노래와 민요를 즐겼다는 어린 시절로 미루어 볼 때, 아기염소의 이야기도 혹시 그 나라의 옛 이야기에서 모티브를 얻은 것이 아닐까? 즐거운 반복과 확장, 행복한 결말을 가진 이야기의 구조는 옛 이야기가 주는 푸근함을 빼 닮았다. 거기에 하야시 아키코의 그림! 그녀의 그림에서는 언제나 아기에게서 풍기는 달큰한 젖내가 난다. 섬세하고도 부드러우며 때로는 코믹한 이 그림들은, 이야기와 어쩜 그리 잘 어울리는지!
송아지, 엄마소, 아빠소, 망아지, 돼지들을 본의 아니게(?) '세 버리는' 아기염소와 그 뒤를 줄지어 쫓아가는 동물들의 모습을 보고 딸아이와 나는 내내 큭큭거렸다. 화난 아빠소의 심정을 대변하듯 하늘로 치솟은 그 꼬리라니~^^ 결국 '열 명(마리)만 탈 수 있는' 나룻배에서 수 세는 일을 할 수 있게되는 아기 염소의 행복한 표정을 보며 책장을 닫으면, 마음도 뿌듯해진다.
참 신기하다. 조금만 재미 없다, 싶으면 가차 없이 딴청을 부리는 딸아이다. 헌데 하야시 아키코는 한 번도 중간에 퇴짜를 맞아본 적이 없다. 그녀가 신기하게도 동심을 꿰뚫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딸아이에게도 생래적인 '그림책 취향'이 있고 하야시 아키코가 그 취향에 들어맞는 것일까? 아니, 그도저도 아니면, 혹시 하야시 아키코를 너무나 좋아하는 엄마의 마음이 딸아이에게 자연스레 옮아 간 것인가?
여하간 즐겁고도 평화로운 이 책은 수 세기를 배우기 시작한 3~4세 유아에게도, 이미 열까지 줄줄 셀 줄 아는 어린이 친구들에게도 재미있는 그림책 경험을 선사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