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회식이 있어, 선배님의 차를 타고 나갔다. 백화점 주차타워 앞에 차를 멈추니, 하얀 와이셔츠에 제복 바지를 입은 말끔한 남자들이 우르르 뛰어 온다. 대략 스물두엇씩이나 되었을까... 아, 그런데, 그 순간! 나는 너무도 황당한 사실 하나를 깨달아 버렸다. 나는....그 남자들을....<귀엽다>고 느낀 것이다!!! 허윽....<멋있다>도 아니고 <잘 생겼다>도 아니고 <괜찮네>도 아니고...마냥, <아이고, 고놈들 참 귀엽네> -.- 내 나이 스물 아홉, 아직 꽃다울 때이건만! 아무리 아줌마 경력 7년차이기로서니 이렇게 속늙어도 되는 것이냐.

차에서 내려 선배님께 징징거렸다.

"어떻게 해요~ 저, 저 남자들이 귀엽게 보여요~"

"나도 귀여워."(40대 후반)

"나는 귀엽다 못해 이쁜데."(50대 초반)

"^___^;;;;"(20대 중반....)

물리적인 나이는 차곡 차곡 쌓여가도, 보통 심리적인 나이는 그리 쉬이 깨달아지질 않는다. 십 대 때는, 서른이 되면 인생의 많은 즐거움을 포기하게 되는 줄 알았다. 마흔이 되면 사랑도, 음악도, 설레임도..그런 아련한 것들과는 영영 안녕일 줄 알았다. 하지만 서른이 목전에 닥친 지금도 나는 십대 소녀의 그 마음 그대로인 것 같다. 그런데, 그 심리적인 나이가 새로이 각인되는 순간이 한 번씩 있다. 그 중 하나의 기준이 <군인 아저씨>. 예전엔 군복입은 사람들이 모두 <아저씨>인 줄 알았는데, 대학을 가니 그들이 <선배이자 후배>가 되고, 졸업을 하니 <동생>같아 보이더니...지금은 마냥 안스러운 <어린 것들?!>로 보인다. 아....내 마음과, 내 나이와, 내 위치와...그런 모든 것들이 서로 삐걱이며 괴리를 일으킨다. 아마도, 평생 짊어지고 가야 할 것이겠지. 그래서 그런 말이 있나보다. <철들면 죽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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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4-04-24 09: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철들기 싫어요~~ 진/우맘님.
함께 공부하는 곳에 59살 언니가 있어요. 첫인상부터 곱상하고 얌전해 보였는데, 볼수록 참 곱게 나이들어가는 분이구나싶어요. 사실 어머니 또래이지만, 듣는 언니 기분좋게 '언니'라고 불러요. 고운 입매를 하고 웃을 때면 얼마나 철없는 아이같다구요. 귀엽더라구요^^

책읽는나무 2004-04-24 1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진우맘님도 그런가요??.....전요...결혼안한 미혼녀,미혼남들 나보다 나이가 많아도 모두다 귀엽던데요....ㅎㅎㅎ....서재에서 찾자면.....마태우스님도 귀엽더라구요...^^
이게 유부녀의 시선으로 모든걸 보려고하니....무조건 다 귀엽더군요...^^
아무래도 아이들을 키우는 그러한 시선으로 보아서 그런건 아닌지~~~~
아니면 나도 아직 철이 덜들어서 그런가??....
이상 철들기 싫은 아줌마의 외침이었습니다..^^

마태우스 2004-04-24 1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우맘님/정말 큰일입니다....
책읽는 나무님/하찮은 저를 귀엽다고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게 제 컨셉이었지요.

sooninara 2004-04-24 1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무님..미투요..미쓰리요...저도 그렇습니다^^
귀여운것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