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내가 정치에 문외한이라는 사실은 여러 번 고백했다. 고등학교 때 국회의원 닮은 정치경제 선생님(이 얘기도 벌써 했지?)이 보고 싶지 않아서 내내 딴짓을 한 결과, 국회의원하고 국무총리가 어떻게 다른지도 얼마 전에 알았다. 그리고 오늘, 한 가지 더 용기를 내어 고백을 하자면....나는, 진중권이나 유시민이 쓴 글을 한 번도 제대로 읽어보질 않았고, 심지어 조갑제가 누군지도 몰랐다. ^^;;; 내가 제일 싫어하는 류의 프로그램이 토론 프로그램이었고, 그에 버금가게 안 보던 것이 시사 경제 프로그램이었다. 그런데, 며칠 전 나는 일요스페셜을 봤다. 그것도, 아주 재미있게, 감명 깊게 봐 버렸다!

어제의 제목은 <이문열과 홍세화의 대화>였다. (그나마, 정치 이야기에 문학 냄새 풀풀 나는 양념을 버무려 주었기에 그 시간에 채널을 돌릴 수 있었지, 싶다.) 처음에는 공부하는 자세로 끝날 때까지 버텨보리라....는 자세였는데, 중반을 넘어서면서는 딸래미가 말 시키는 게 귀찮고, 마침 느껴지는 변의에 분개할 지경이 되었다. 어제 메모한 몇 가지를 정리해볼까?

이문열 어록 :

(이 나라의 보수는 진정한 보수가 아니라 개인의 삶의 안위만을 추구하는 잘못된 보수라는 지적에 대해) 그렇다면 그것은 남한 정부를 부정하는 것 아니냐? 적화통일이 되었어야 한다는 것이냐? ----- 어...듣고 한참 뻥해 있다가 나중에야 적어서 표현이 정확하진 않다. 이문열과 홍세화가 직접 대화를 한 것이 아니고, 각각의 인터뷰를 짜집기 한 것이라... 근데 갑자기 저거이 왠 말이냐???

우리 나라의 진보는 권력 추구의 수단이 되고 있는 것 같다. ----- 엥? 보수가 권력 추구의 수단이 아니고?

이번 선거는 그야말로 전형적인 포퓰리즘적 작태를 보여주고 있다. ----- 어... 포퓰리즘. 그래도 이런 포퓰리즘이라면, 그닥 나쁘진 않은 것 같은데. -.-

기타 보수 집회, 강남등지에서 딴 인터뷰 ----- 우리나라 진보는 다 친북이다. (나, 진짜 몰라서 하는 말인데요, 친북이 그렇게 나쁜건가요???) 요즘 촛불시위 하는 것, 내가 볼 때는 다 철없는 짓이다. 걔들이 내막을 잘 몰라서 그런다.(무슨 내막인지 무지 궁금타) 왜 또 왔어! 지들이 멍청해서 돈 못 벌어놓고, 이제와서 강남에 와 또 찍어달라고!(강남에서 인사하고 있는 열우당 출마자에게 한 아저씨가. -.-;)

어, 사실은 이 글....월요일에 쓰기 시작했는데, 책갈피 때문에 오늘에야 완성한다. 그런데, 며칠 사이 확실히 감이 떨어졌네.... 여하간, 그 프로그램을 보니 젊은 보수가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이 대목에서 생각해 보았다. 나는 왜 진보의 편에 서 있는가? 불의를 잘 참고, 실리에 능한 성격만 보자면 딱 우리 나라 보수파인데.^^; 그들이 추구하는 정책보다도, 우선 젊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젊음>의 속성이 <진보>와 상당히 닮아 있기 때문. 사실 요즘 같은 때, 젊은이 사이에서 <보수>를 표방하는데는 많은 용기가 필요하다. 젊은 보수는, 나이 든 진보보다 더 용감해야 할 것이다. 그들이 지지하는 보수는 참 보수, 우리 나라의 제 잇속만 챙기기 급급한 짜가 보수가 아닌 진짜 보수겠지. 그렇게 수혈된 젊은 피가, 보수의 썩어가는 부분을 치유할 원동력이 되면 좋겠다.


댓글(6)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마립간 2004-04-21 09: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주향 교수님이 쓰신 '나는 길들여지지 않는다.'라는 책을 놓고 한참동안 제목에 대해 음미한 적이 있습니다. 제목에서 연상되는 동물이 있는데 '야생마'입니다. '우리 모두가 모범생이면 우리나라는 망하다는 내용의 책도 있었습니다.(정확한 책 제목은 생각나지 않음)' 이 이야기는 미래의 모범생이 현재의 모범생과 다르기 때문에 우리 모두가 똑 같은 모범생이라면 발전이 없다는 것이죠. 저는 진보, 보수를 지지하는 젊음, 이 모든 다양성이 필요한다고 생각합니다.

호랑녀 2004-04-21 1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보수입니다. 보수는 전통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지키고 보존하고... 하려는...
저는 제가 타고난 개인적인 성향이 보수라고 생각합니다. 변화를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무슨 제도를 철폐하자는 주장보다는 개선해가자는 쪽을 더 좋아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찍은 당이 제1당이 된 건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아, 당은 아니네요. 제가 찍은 당은 비정규직인 제 입장을 고려해서 비정규직 차별 철폐를 외친 당을 찍었습니다. 찍은 사람이 속한 당이 1당이 되었지요.)
가끔 똘아이 짓을 하면서 보수라고 외치는 사람들을 보면 짜증이 납니다.
민노당을 제외한다면, 우리 정치가 진보와 보수의 차이가 있던가요? 더 해먹었나 덜 해먹었나의 차이가 있을 뿐.

호랑녀 2004-04-21 1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딴소리만 하고 가려고 했네요.
잘 받았습니다.
아마 저도 조만간 칼질을 시작할 듯. 도서실을 드나드는 아이들에게 어린이날 선물을 주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책 연체한 아이들에게 '**야, 책 좀 제때 반납하는 게 그리 어려워!!!'라고 써서 준다면 아이들이 반납할까요, 아님 그거 받으려고 더 늦게 반납할까요?
(컬러 프린터부터 사야 하나? ^^)

_ 2004-04-21 1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문열씨 생각은 보수가 아니라, 수구꼴통적 사고방식으로 밖에는 안보이네요. 진정한 보수가 없다는 것은 적화통일을 바란것이다? 글을 쓴다는사람이, 아무리 문학작가라지만 저렇게 말도 안돼는 비약을....

'아, 문열씨, 요즘 너무 얼굴이 흉칙해 보여.'
'당신, 지금 한국인 자체를 부정하는거 아니냐? 당신 미국인이냐?'

마립간 2004-04-21 14: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완상씨가 자신은 개혁적 보수(우익)인데, 진보(좌익)가 전멸을 하는 바람에 본인이 진보가 되었다고 이야기 하던데요.
저는 처음 이문열씨의 '사람의 아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을 읽었을 때 이 사람이 왜 보수(수구)인가 했습니다.

마태우스 2004-04-21 1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보수거든요. 돈 많이 벌어서 저랑 주위 사람들끼리 잘먹고 잘살고 싶거든요. 근데 남들이 저보고 빨갱이랍니다. 밀렸던 보수나 받아야겠어요. 썰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