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리뷰를 한 편 썼다. 김영하의 <오빠가 돌아왔다>. 독서일지에 썼던대로 필 받았을 때 썼더라면 더 멋진 글을 쓸 수 있었을텐데...아쉽지만, 오랜만에 아이들 그림책이 아닌 내가 읽은 책의 리뷰를 썼다는 사실로도 만족해야 하겠다.

나는, 리뷰와 독후감은 좀 다르다고 생각해 왔다. 말 나온김에 국어사전 뒤져볼까.

리뷰ː(review)[명사]
1.비평. 평론. 서평(書評).
2.평론 잡지.

독후―감(讀後感)[도쿠―][명사] 책을 읽고 난 뒤의 느낌, 또는 그 느낌을 적은 글.

오, 역시 미묘하게 다르다. 리뷰는 책 자체에 대한 평가에 가깝고, 독후감은 느낌 쪽에 힘이 실리는 군. 그런데, 내가 얘기하려던 것은 저런 내용은 아니고....뭐랄까, <리뷰>가 좀 더 자유롭고 만만한 글이라고나 할까... 독후감이라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학교 때 숙제로 쓰던 독후감을 생각하며 경기를 일으킨다. 난, 특별히 글을 쓰는 것에 대해 어려움을 느껴본 적은 없으므로 경기는 안 일으키지만, 그렇다고 해서 좋은 기분은 아니다. 시작, 가운데, 끝의 구별이 명확하고, 줄거리의 나열은 피할 것이며....그런 소소한 규칙에 얽매인 글을 쓰는 것은, 아무래도 재미있는 경험은 못 된다. 그런데 몇 년 전 처음 쓰게 된 <리뷰>는 달랐다. 짧아도 좋고, 길어도 좋으며 규칙도 없었다.(남의 거 베끼지 말자! 규칙 외에는^^) 책에 대한 진짜 내 느낌을 여과 없이 자유롭게 풀어낼 수 있다는 사실이, 그리고 그런 기쁨이 돈이 된다는^^; 사실이 어찌나 대견하고 흥이 나던지!

당시 나는 한 달에 40편(가끔, y서점과 A서점에 같은 글을 올리는 것에 양심의 가책이 느껴지면, 그 이상이 되기도 했다.^^;)이 넘는 리뷰를 써댔다. 쓸 거리가 딸리면 퇴근길에 서점에 들러 아이들 그림책을 훑어 보며 메모를 하기도 했고, 옛날 옛적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에 읽은 책의 기억을 더듬어 글을 '짜내기도' 했다. 책이 참깨요 리뷰가 참기름도 아닐진데, 짜낸다고 제대로 된 것이 나올 턱이 없지. 결국 언젠가는, 민망한 사고를 한 건 냈으니.... <키다리 아저씨 그 후 이야기>, 분명히 읽었는데 기억이 전혀 없어서 "그 후로 둘은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 한 줄이면 될 것을 한 권에 걸쳐 지루하게 펼쳐낸다."는 막가파식 리뷰를 양산했다. 그리고 역시나....추천 제도가 별로 활성화되지 않은 그 때에도 대략 5분 중 0분이 추천하는 불명예를 안았다. 나중에 책을 사서 다시 읽어보니, 단숨에 밤새서 읽힐 정도로 즐거운 이야기였고, 그제서야 예전에 읽으며 기분 좋아 하던 기억이 살포시 떠올랐다. 아이고.... 리뷰 쓰기 기능이 개편되고, 자신이 쓴 리뷰를 삭제하는 기능이 생기자 제일 먼저 뽀르르 달려가서 그 리뷰를 삭제했다.^^;;;

얘기가 샜군. 여하간, 그렇게 쉽고 재미있는 리뷰 쓰기였는데... 서재의 덩치가 커지고 제법 찾아주시는 손님도 늘어나게 되자, 어느 순간부터 리뷰 쓰기가 부담스러워졌다. 뭔가 '제대로 된' 것을 써 주어야 할 것 같은 부담감. 바보같이, 아무도 걸지 않는 기대에 혼자 얽매여, 새삼 리뷰가 아닌 그 옛날 <독후감>을 쓰려고 든 것이다. 쩝. 머리는 그 사실을 알면서도, 마음은 쉽게 승복하질 못해서 한동안 진/우의 책 이외의 리뷰는 써 내기가 매우 힘들었다.

오늘의 <오빠가 돌아왔다> 리뷰도 써내기가 버거웠다. 그리고, 쓰고 난 지금 다시 읽어봐도 매우 못마땅하다. 하지만, 아무도 제안하지 않은 금기에 혼자 얽매여 끙끙거리는 것은 진정 바보짓임을 글을 쓰는 내내 힘들게 깨우치는 성과도 있었다. 이제, 좀 더 리뷰를 써 봐야겠다. 멋진 글, 감동적인 글 말고, 정말 내가 느끼는 그대로의 글.

그런데, 이러고 저러고 할 것 없이 리뷰를 좀 쓰려면 책부터 읽어야 하지 않겠냐?! (<언문세설>은 내 모국어의 감옥에서 종신형을 선고 받았고, <루브르는 프랑스의 박물관인가>도 대출 기한을 배는 넘긴 채 썩고 있다...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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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04-04-01 17: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이 말씀하신 책을 읽은 즉시 필에 꽂혔을때 리뷰를 써야 한다는것에 동감합니다....저도 그렇더군요...전 머리가 나빠서리...시간이 지나면 기억이 가물가물하는것이 안그래도 글빨이 딸리는데...더욱더 리뷰 쓰기 힘들더라구요..^^...저도 리뷰삭제기능이 주어졌을때 진짜 지우고 싶을만큼 부끄러운 리뷰를 먼저 삭제하였습니다...지금도 몇개 더 있는데...다 지우려니...예전의 시간에 내가 썼던 리뷰를 나스스로 읽고서 웃음짓는 시간도 꽤나 괜찮은듯하여(타인에겐 아니지만 나스스로에겐..좋은 자극제가 되기에...) 몇개는 수정을 할까??...놔둘까?? 망설이며...고민중인것도 있지요....ㅎㅎㅎ.....앞으로 님도 되도록...시간을 아끼어...책 읽고나면 바로 달려들어 리뷰쓰세요...ㅋㅋ...거의 24시간 서재에 붙어 있는것 같던데....^^...리뷰 좀 써주세요...^^

비로그인 2004-04-01 2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뿐만 아니라 코멘트도 그렇습니다. 방금 읽고 자판 두드리려는 찰나 연타 계속 전화받으랴 무전받으랴.... 쓸말 까먹었습니다. 우이~쒸!!

연우주 2004-04-01 2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 쓰는 게 전 항상 부담스러웠었는데...^^ 길게 써야만 할 것 같고, 잘 써야만 할 것 같고. 그래서 잘 안 써지더라구요...^^

2004-04-01 22: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진/우맘 2004-04-02 08: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나무님> 에잉~~~ 서재에 노상 붙어 있는 것 같이 보이지만, 서재탐방 10분, 일 20분, 페이퍼 한 개 쓰고, 서류 하나 만들고....그렇게 열심히 일한다구요.(???) 저래뵈도 리뷰는 쓰는 데 최소 30분은 걸리거든요. 하긴, 이제 부담 없이 쓰면 시간도 축소되고, 더 많이 쓸 수 있겠죠.^^
폭스님> 쓰려고 했던 말 기억나시면 언제나~ 서재 문은 활짝 열려있습니다.^^
우주님> 우주님은 지금도 충분히 잘 쓰고 있습니다!!!!(너무 잘 써서 화내는 것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