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게 있어 가장 섹시한 소설은 '상실의 시대'입니다. 다른 책에 실린 서문에서, '노르웨이의 숲(상실의 시대)'을 보고 새벽 네 시 남자친구의 기숙사 창문을 넘었다는 여자분의 팬레터가 언급된 것을 보면, 비단 저만의 일은 아닌가 봅니다. 특별히 야한 구석이 많은 것도 아닌데...마지막 장을 덮고 나면 쉬 잠을 이룰 수가 없지요. ---- 애마태우스님 글에 대한 내 코멘트 중.

그렇다. 이제까지 만난 많은 책 중, 내게 가장 섹시한 책은 <상실의 시대>이다. 물론 야한 수위로는 top10에 들기도 어려울 것이다. 시드니 셀던, 무라카미 류, 장정일, 마광수 등이 버티고 있는데 어찌 저 책을 야하다고 말할 것인가. 그러나, 섹시하다는 것은 야하다와는 조금 다르다. 난 <상실의 시대>를 가끔 잠 안 오는 밤에 읽는데, 마지막 장을 덮고 나면 매번, 잠을 이루기가 더욱 힘들어진다. 그 때 내 속에 자리잡는 감정은, 단순히 성욕과는 또 다른 것 같다. 꼭 사랑을 해야할 것 같은 느낌, 그래서 정말 사랑하는 사람 품에 당장이라도 안겨야 할 것 같은 절박함... 글쎄, 많은 사람들이 <상실의 시대>에서 허무를 읽어낸다고 하는데... 아마도 그 허무가 너무 깊어서, 그대로 빠져버릴 것만 같아서 허우적거리게 되는 것은 아닐까. 여하간, 그 절박한 상황에서 안겨야 할 내 남편은 대부분 꿈나라에 푹 빠져 있으므로...결국 나는 허벅다리를 찌르며 그냥 잠을 청한다. ^^;;;

애마태우스님의 글에 코멘트를 달려고 책을 잠시 뒤적여보니, 끄악... 내가 이런 짓을 해 놓았다.

되게도...섹시...하긴 했나보다. 책 아까워서 연필 자국 하나 안 내려 벌벌하는 내가, 떡 하니 입술을 찍어 놓다니.^^;;; 섹시하게 보이려고 약간 벌리고 찍은 모양인데, 굉장히 역효과가 났다. 백치 아다다 입술 같애. -.- 여하간, 지금이라도 발견했기에 망정이지, 누가 빌려달란다고 홀랑 빌려줬다간... 큰 망신을 당할 뻔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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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ire 2004-03-16 16: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기억에도, 이 책 정말 섹시한 구석이 많았어요. 묘사 자체의 섹시함이라기보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만든 그 특유한 분위기가 유난히 맘을 끌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벌써 십 년도 전에 읽은 책이긴 하지만... 그 야릇한 분위기, 특히, 여주인공과 남주인공이 첫밤을 보내는 그 장면... 에서 섹시함이란, 역시 몸을 움직이는 일이라기보다 마음을 움직이는 일, 아니 마음과 몸이 함께 저절로 움직이는 일이라는 생각을 했던 기억이 나는군요... 그런데 그렇게 움직인 사랑도, 결국은 상실되고, 흘러가고, 변해가고, 그래서 아팠던 기억... 아, 그리구, 연상의 여성이랑 사랑을 나누는 장면도 압권이었어요... 하루키는 이 방면에 참 능하죠... 그런데 진우맘 님은 어쩌다 입술 연지까지...?ㅋㅋ^^

마냐 2004-03-16 1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절박할 때..늘 옆지기는 꿈나라...크하....끄덕끄덕.......암튼, 진/우맘님, 뭔 생각으로 저런 거사를 도모하셨습니까. 식당 냅킨엔 찍어봤어도..책에다 흔적을 남길 당시 님의 속내가 무척이나 궁금합니다. ^^;

프레이야 2004-03-16 1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상실의 시대를 사는 우리, 지금 우리는 어디에??

마태우스 2004-03-16 1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 루즈자국이 정말 섹시하십니다. ^^

책읽는나무 2004-03-16 17: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당신의 입술에 한표!!

진/우맘 2004-03-17 08: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