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컴맹이다. 아니, 컴맹이기 이전에 심한 기계치이다. 기계치....모든 기계가 손만 대면 고장날 것 같은 심한 공포에 기인하여, 전원 이외 버튼의 기능을 익히는 데 한 달 이상의 기간이 소요되는, 아주 심한 증후군이다. 내 기계치로서의 소양(?)은 순전히 우리 엄마에게 물려받은 것이다. 그렇다면 아빠는 어떤가. 울아빠는....맥가이버다. 전문적으로 공부하신 적도 없는데도, 온갖 가정 제품의 내부구조를 꿰뚫고 있어 우리 집은 왠만해서는 AS맨을 불러본 적이 없다. 그래서 난 세상 남자들이 다 아빠같은 줄 알았다. 흠....
각설하고, 나는 컴맹이다. 분명히 그러했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 굳게 믿고 있었다. 그/런/데... 어제, 갑자기 큰 의구심이 하나 생겼다. 연분홍빛 우주(가명)님의 코멘트를 보고 10분이 채 안 걸려 서재지붕을 뚝딱 만들고 난 후의 일이다.
'어쩌면....나는 컴맹이 아닐지도 모른다....!'
내가 디카와 포토샵을 만난 것이 이제 7~8개월 되나보다. 여자는 약하지만 어머니는 강하다 했던가. 기계치로서의 공포를 '울 연우 이쁜 사진을 꼭! 찍어주고 말리라!'하는 강한 의지로 극복하고 무작정 덤볐다. 초반엔 포토샵 책을 한 권 도서관에서 빌렸다가, 아무래도 사진 수정 편집 기능이 약하기에 관련 책 한 권을 사서 필요한 부분만 들추며 독학을 한 것이다. 그렇게 흐른 시간동안, 나도 모르는 새 '내공'이 쌓인 듯 하다.
저거 쪼금 한다고 컴 잘한다고 볼 수는 없다. 하지만, 더 이상 '저 컴맹인데요...'하면 뭇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을 한 몸에 받게 될까 우려된다. 그래, 나는 오늘부터 컴맹이 아니다! 깨달음을 얻은 것을 기념하여 얼른 '책 잊는 나무'님의 지붕 공사부터 착수해야겠다. '쉴론티'님은 고군분투하여 만든 예쁜 지현이 지붕이 있고....'순이나라'님은 지붕이 있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