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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꺼이 오십, 나를 다시 배워야 할 시간 - 오래된 나와 화해하는 자기 역사 쓰기의 즐거움
한혜경 지음 / 월요일의꿈 / 2022년 3월
평점 :
나는 나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내가 지나왔던 과거의 일들을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을까?
기억은 개인의 산물이다.
한 장면을 보더라도 보는 사람마다 저마다 다른 기억으로 저장하는 것은
그 상황을 받아들이는 각자의 사정이 다르기 때문이다.
누구에게나 과거는 꽤 화려했던 시절도 있으며,
숨이 막히게 어려웠던 굴곡도 있고
찬란했던 순간도 있으며
가슴 절절하게 아팠던 기억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꼭 과거를 끄집어내어 기억할 필요가 있을까?
현재를 살아가기도 벅찬 요즘, 굳이 과거의 파편들을 꺼내어
맞추어가며 과거의 나를 조우한다는 게 어떠한 효과를 만들어 낼 수 있는지
덜컥 의심이 들었다.
나는 과거를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우울했던 가난과 빛나지 않았던 유년
숨이 막히게 달렸지만 출발선에서 제자리만 돌고 있었던 청춘이
애잔하고 안쓰러워 덮어놓고 살고 있다.
그럭저럭 평범하고 평온하게 살고 있다 생각하는 요즘
괜히 과거를 들추다가
감자 뿌리를 캐듯이 연달아 묵혀있던 문제들이
딸려 나올 것 같다 두렵기도 하다.
그렇기에 타인의 과거 이야기를 듣는 것도 꽤 버겁다.
왜, 과거의 이야기를 꺼내며 동질감을 찾으려 하고
존경을 받으려 하는지
이야기를 듣고 고개를 끄덕이는 순간에도 타인의 과거에 관심을 갖기란 참 힘들었다.
이 책은 한혜경 작가(전 호남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2019년 8월 정년퇴직)의
'디어 마이 라이프' 프로젝트에 대한 이야기이다.
한혜경 작가는 친한 동생으로부터 자신의 역사 쓰기에 대한 제안을 받는다.
뛰어난 업적을 남긴 사람이나, 유명인
기업의 CEO 혹은 정치인
자서전을 쓰는 사람들은 이런 사람일 거라고 생각했던 작가에게
과거의 역사를 쓰는 일은 선뜻 내키는 작업은 아니었다.
그러나 몇 번의 만남과 역사 쓰기 작업을 통해 작가 스스로
과거에 붙잡혀 있던 문제들과 이별할 수 있었고
한층 더 성숙한 생각으로 더 나은 미래를 만들 수 있었다고 한다.
작가는 이 경험이 타인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라 확신하고
'디어 마이 라이프'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책 제목에 오십이란 나이가 있어 무조건 나이 오십 가능한
프로젝트는 아니다.
어린 나이부터 더 많은 나이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자신의 역사 쓰기를 통해 과거와 화해하고
새로운 미래를 모색한다.
역사 쓰기의 세 가지 원칙은 사실성, 연속성, 구체성이다.
SNS에 올리는 거짓된 사진이나 꾸며진 사실이 아니라
남들에게 보여주기 싫은 가장 부끄러운 기억까지 쓸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그런데 기억이란 온전할 걸까?
책에서 나왔듯이, 우리의 기억은 과거 외 현재를 넘나들으며
제매대로 날뛰는 한 마리 개와 같다!
그러기에 작가는 가능하면 순서대로 거짓 없이
기록한다고 한다.
역사 쓰기를 기록이라 칭하는 것은 나의 역사를 쓰도
과거의 사서들처럼 그냥 그대로 의견 없이 써야 하는 것이다.
과거를 꺼내는 것은 얼마나 가능할까?
그것이 현재에 도움이 될까?
목차
1장. 좀 더 일찍 나의 역사를 썼더라면 나는 암에 걸리지 않았을 것이다
2장. 50년간 켜켜이 쌓인 묵은 때들: 그간 만들어온 편견과 고정관념에 대하여
3장. 울고 있는 50세 아이: 상처에 또 상처, 마음이 닫아버린 것들에 대하여
4장. ‘나’라는 반세기 보물 상자: 다음 50년을 피워낼 다섯 가지 희망에 대하여
책은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사람들의 후기와 이야기를 통해
왜 오십쯤에 역사 쓰기가 필요한지 설명하고 있다.
각 장마다 심리학, 행동학 여러 이론들이 뒷받침되어
사례를 더욱 구체적이고 신뢰할 수 있게 해준다.
첫 장에서 역사를 쓰면서 자신의 아픔과 마주하는 법을 배우고
왜 우리가 아픔을 마주하고 그것을 인정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현재의 문제들이 결국 과거의 어린아이와 깊게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결국, 역사 쓰기를 통해 나란 사람에 대해 객관적으로 이해하게 되면서
남은 50년을 어떻게 살야 아 하는지 그려 보게 되는 것이다.
간단하게 설명한다면,
나의 역사쓰기는
나를 사랑하는 법을 배우는 과정이다.
자기애, 자존감 우리는 자신을 사랑한다고 믿고 있지만
그건 화려하거나 성공하거나, 아니면 내가 만들어낸 나의 이미지만을 사랑하고 있는 건지 모른다.
역사 쓰기는 과거로부터 이어지는 아프고, 상처받고,
모자라고, 부족한 나를 진정으로 받아들이고
그럼에도 잘 살아왔던 나란 어린아이를
안아주는 과정인 것이다.
고통스러운 순간은 그 순간을 인식했을 때부터 치유가 된다고 한다.
나를 사랑하는 것도 고통을 받아들이는 것부터 시작한다.
작가는 왜 굳이 나이 오십을 선택했을까?
백세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나이 오십은 새로운 것을 시작하기에 가장 좋은 나이이다.
뇌는 가장 일하기 좋은 상태로 활성화되어 있고
과거의 경험과 노하우들이 통합되어 더 좋은 성과를 만들기 좋은 상태
만약에 바나나라면 가장 먹기 좋게 익은 상태가 아닐까?
나는 굳이 나이 50이 아니더라도 지금 삶에 자신이 없거나
무엇을 해야 하는지 방향을 잃었거나
살면서 내가 지금까지 무엇을 했는지 도저히 모르겠다면
역사 쓰기를 추천한다.
차례대로 과거를 되짚어본다면 못나게 보였던 내가
참으로 열심히 살았구나, 내가 이런 걸 좋아했구나
나는 어릴 때 쓰러지지 않고 잘 버티었구나 하면서 잊힌 것들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나의 50의 성공화 전략
선택, 최적화, 보완
이젠 정말로 중요한 것을 선택해야 하는 시기이다.
눈치 보지 말고 나이 50을 멋지게 보내는 방법을 말이다.
그 방법은 회사에 없다.
내가 스스로 찾아서, 내 것으로 만들어야 나머지 50년을 행복학하게 보낼 수 있다고
작가는 말한다.
책을 읽으며 마지막 장이 아직도 기억에 남든다.
옛 인디언들인 목걸이들 만들 때 일부러 상처 난 보석이나 진주를 함께 넣어 만든다고
인생이란 상처가 있어야 더욱 빛나고 값지다는 교훈이
흔들리고 있는 나의 40대에 귀한 위로가 되어 주었다.
- 출판사로 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셨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