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박 맛 좋아
서경희 지음 / 문학정원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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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 제목 : 수박 맛 좋아

- 지은이 : 서경희

- 분류 : 장편소설(국내)

- 독서기간 : 2022. 03. 12,

- 한줄평 : 여름이에게 수박 한 조각은 가장 부질없는 희망이었을까? 젊음 또한 사치였을 세 친구의 하루하루를 들여다본 죄로 나 또한 몹시도 우울하고 괴로워진다. 미래라고 생각하기엔 이미 어느 곳에선가 내일이 없을 과거에 묶여 살아가는 젊은이와 그런 젊은이 속에서 어설프게 발을 걸치고 있는 우리의 이야기.

서경희 작가의 이번 소설은 철저한 디스토피아를 그려낸다.

김유정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등단한 작가의 이번 소설은

코로나 팬터믹이후 무너져 버린 일상과 사람들에 대해 미래를 통해 말하고 있다.

부동산 정책의 실패로 인한 부동산 가격 폭등

자영업자 및 소상공인의 몰락

물가 상승 등으로 인한 가정 경제의 파탄

비단 우리나라 만의 문제는 아니겠지만, 더욱 빠르게 무너져버린

삶의 기둥들이 도미노처럼 서로의 붙잡고 더 밑으로 밑으로 끌어내리고 있다.

소설은 청년 3명의 이야기이다.

남자로 보이는 축구 유망주였던 여름, 명문고 입학생 세휘, 아이돌 지망생 은찬이.

한때는 황금빛 미래를 꿈꾸었던 아이들이었다.

각자의 다른 사연으로 미래를 접은 지 오래였고, 꿈을 일은 아이들은

다시 새로운 꿈을 꾸는 대신 녹록지 않은 현실에 타협하기로 한다.

더 이상 일하지 않고 나라가 주는 청년수당으로 생을 이어가자고.

소설의 배경은 미래이다. 부동산 가격이 폭락하여

하우스 푸어가 넘쳐나고, 모든 경제가 연쇄적으로 무너지어

어느 누구도 일을 구하기 어려운 상황

명문 대학조차 일을 구하는 프리 패스에서 벗어난지 오래인 세상

이제는 아주 특별한 그들과 그렇지 못한 이들로만 나누어진 세상이다.

유럽의 중세 귀족이 그랬든 대다수 사람들은 하층민의 삶으로

그 들을 군림하는 약 0.1%만이 귀족의 삶을 살아간다.

소설 속에서 말하는 상황도 다르지 않다.

유토피아에 살고 있는 0.1%를 유지 시키기 위해

나머지 99.9%는 디스토피아에서 살아간다.

그리고,

유포피아에 살고 있는 그 들은 끊임 없이 말한다.

"너희가 못 사는 건 전부 너희의 잘못이다.

노력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집에서 쫓겨난 세희와 여름이는 최후의 수단이었던

하우스 마루타로 살기로 결정했다.

아, 인생의 끝에는 더 큰 절망이 있음을 왜 불행은 항상 불행을 껴앉고 있는 사람에게만 오는 걸까?

하우스 마루타는 소설 속에 나오는 직업이다.

미분양 아파트에 살면서 아파트가 이상이 없음을 증명하는 직업이다.

일종의 생활 보조금도 나온다는 꿀같은 유혹에 넘어간 여름이와 세휘는

벗어날 수 없는 지옥 문을 스스로 열고 말았다.

대학 졸업 후 많은 젊은이들이 다단계에 빠진다.

그 들의 지적 수준과 상관없이, 갈 곳이 없어진 이들에게 다단계는 사기가 아니라

성공할 수 있는 희망의 끈이라고 한다.

하우스매니저를 자처한 세휘에게 다단계에 빠져 허우적대던 고등학교 동창이 떠올랐다.

결국 그 동창은 몇몇을 더 꼬셔내어 다단계를 했지만

몇 천만 원의 빚을 지고 그만두었다고 한다.

무너 저가는 아파트에서,

자신의 신념을 버리고 '수박 농장'으로 돈을 벌러 나간 여름

여름이는 수박 농장에서 일을 하며

고장 난 선풍기가 덜덜덜 거리던 옥탑방의 생활을 그리워한다.

하루살이처럼 그날 그날 살아가면 망가져 가는 여름이가

너무나 가여워서 책 마지막쯤에는 이들에게 작은 기적이 일어나길 바랐었다.

그러나, 소설은 그 들의 아파트가 결국 무너지며 파국으로 끝난다.

아, 거기가 여기구나.

때마침 보던 뉴스에는 연일 산불이 지속되고 있음을

코로나 환자가 몇십만 명이 넘어가고 있음을

그리고 유가가 연일 올라가고 있음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사정없이 공격하고 있다고 방송하였다.

여름이가 사는 세상과 내가 사는 세상은 똑같구나.

소설을 덥은 후 내내 찝찝한 기분에 울적 해졌다.

어디선가 무너지고 있을 찬란해야 할 청춘들이 생각나서 가슴이 아파졌다.

절망을 당연하게 여겨야 하는 세대에게 해 줄 말이 없다는 것이.

누군가 말 한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개소리라고 큰 소리로 따지고 싶어진다.

아프지 않았으면 한다. 모든 젊음이 빛났으면 한다.

그리고 그 여름이와 은찬, 세희의 마지막이 야외수영장의 한낮처럼

즐거웠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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