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의 유치원 같은반 친구가 생일파티에 초대했습니다. 한 반에 20명인데 초대는 다 했고, 오늘이 파티였는데 가보니 15명정도가 온 것 같더군요. 안그래도 지난주에 딸의 생일이 있어서 유치원에 잠깐 다녀오면서 -애 생일에 반 애들이 먹을 컵케잌 같은것을 사가지고 오게 하더군요. 큰 케잌은 없이 유리잔안에 담긴 초에 불 붙여서 반 아이들이 모두 노래를 불러주고 제가 딸의 1, 2, 3, 4, 5살때의 일을 간단히 말하게 하는것으로 기념해주더군요- 여기 애들은 생일을 어떻게 하나 궁금해하던 차였습니다. 여기 있는 한국사람에게 들으니 집에서 몇 명만 초대해 소규모로 하는 사람도 있고 파티장소를 빌려 반 애들을 다 불러 파티하는 사람도 있다고 하더군요. 오늘 파티를 한 친구는 유치원에서 차로 15분 정도 거리에 있는 곳의 파티룸을 빌려서 파티를 했습니다. 그런 장소의 대여료는 대체로 200~250달러라고 하네요. 미리 한국사람에게 물으니 생일 선물은 20불 정도로 한다고 하더군요.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겠으나 제가 듣기엔 좀 비싼 액수였습니다. 아직 유치원생인데요. 하지만 장소 대여료만도 200달러도 넘고, 온 애들의 먹을 것과 구디백 -개인별로 과자나 사탕, 문구류를 넣어서 집에 갈 때 주는 것-까지 준비한다고 하니 그 정도 액수의 선물은 해야겠죠. -여기 있는 한국 사람에게 물으니 생일 파티에 500달러는 들거라고 합니다- 주로 장난감을 한다는데 저는 여자애 생일이니까 좀 예쁜 머리핀과 아이들용 공주 그림이 있는 메니큐어를 사서 갔습니다.

10시부터 12시까지로 예약된 장소에 가니 참 많이 준비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온 애들의 손에 태투스티커도 해주고, 사탕과 머리핀, 반지, 비눗방울등이 잔뜩 들어간 커다란 박을 만들어 플라스틱으로 된 야구 방망이로 반 애들이 줄을 서서 한번씩 돌아가며 쳐서 박이 깨지면 그 안에 있는 여러가지 사탕과 문구들이 쏟아져나와 아이들이 미리 받은 예쁜 캐릭터 그림이 있는 비닐봉투에 담아가게 했더군요. 고깔모자도 다 준비해서 씌워주고 말입니다. 친구들이 다 올때까지 아이들은 그림을 그렸는데 파티룸 대여한 측에서 흰 티셔츠에 그 그림을 놓고 다림질을 하니 티셔츠에 그 그림이 새겨지더군요. 그런 티셔츠도 아이들에게 다 나눠줬어요. 음식은  별모양 일회용 그릇에 치즈마카로니를 담고, 꼬치에 딸기와 포도와 파인애플을 껴서 초코우유와 함께 아이들에게 나눠주었습니다. 따라온 부모용으로는 크로와상 샌드위치가 있었고 각종 과일을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서 큰 그릇에 담아놓았습니다. 마지막엔 특별주문한 생일 케잌을 노래와 함께 잘라서 나눠먹었고요. 저는 미리 아들도 데려가도 좋냐고 물었는데 허락해줘서 애 둘을 다 데리고 갔는데 다른집은 아빠도 오고 그랬더라고요. 집에 올때는 모두에게 이름이 씌여진 구디백을 주었는데, 곁다리로 따라간 제 아들의 구디백도 있었습니다. 왜 이름을 미리 다 써놓았지? 싶었는데 -아무거나 집어서 주면 되지- 집에 와서 보니 애마다 구디백의 내용물이 달랐습니다. 남자애, 여자애, 나이별로 다 다르게 넣은 모양입니다. 딸의 구디백에는 어린이용 립밤과 요요, 사탕, 초컬릿, 비눗방을이 있었고, 아들의 구디백에는 유아라고 생각했는지 거버에서 나온 숟가락과 포크세트, 비눗방울, 초컬릿, 과자가 들어있었습니다.

처음에는 딸은 영어를 못해 친구들이 대화하는데 끼지 못해 우울해했으나 야구방망이로 박을 깨고 그림을 그리고 하는 놀이를 하니 영어를 못해도 재밌게 놀 수 있었습니다. 전체적으로 같이 뭐 하고 노는것은 없고 삼삼오오 놀더라고요. 누구는 음악에 맞춰 뛰고 춤추고, 누구는 모래상자에서 놀고, 누구는 블럭을 가지고 놀고 하는 식으로요. 하긴 15명이 어떻게 같이 하나만 하고 놀겠어요? 여하간 오늘 보니 애 생일 하는데 부모가 준비할게 많더라고요. 돈도 엄청 들겠고요. 다행히 온 부모들은 제가 영어를 잘 못하고 다른 나라에서 온 사정을 이해하고 감안해서 친절하게 대해주었습니다. 말도 걸어주고, 생일인 친구의 부모도 바쁜 와중에서도 저를 많이 배려해주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곳에서의 처음 겪은 개별적인 문화체험이군요. 끝나고는 파티룸 대여한 곳이 애들박물관이어서 각자 자기 부모와 놀다 갈 수 있었습니다. 저희도 3시간여를 더 놀다 왔지요. 재밌었으나 딸은 어제도 유치원 노는 날이어서 한국친구와 차로 한시간 거리의 식물원에 가서 놀다오는 바람에 피로가 쌓였는지 감기기운이 약간 있네요. 어쨌건 이 곳의 아이들은 생일을 이렇게 하더군요. -물론 이게 일반적이지는 않겠지요. 하지만 집에서 하는 경우는 제가 아직 경험해보지 못해서요. 한국서도 강남의 일부 사람들이 파티룸 빌려서 애들 생일 한다더니 이런건가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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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우스 2007-11-04 19: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완전 맞춤형이군요 획일적이다,라는 느낌이 들 수도 있겠지만 읽어보니 그래도 나름의 즐거움을 선사해 주니 돈이 아깝진 않은 듯하군요 대여만 20만원이면...으음... 역시 무자식이 상팔자야...^^

미즈행복 2007-11-05 0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들이야 좋아하겠죠. 또 집에서 하면 많은 친구를 초대할 수 없는데, 장소를 대여하면 많은 친구를 초대할 수 있어서 좋을것이고요.
어쨌건 미국 사람들의 행사에 처음 참여해 본 것이라 분위기 파악차 갔는데 대접이 융숭해 좀 미안하기도 하더라고요. 저는 초대받지 않은 둘째도 데리고 갔는데 둘째의 구디백도 따로 만들어주고 해서요. 여하간 애 키우는데 돈이 들긴 드네요. 물론 안 들게 키울수도 있지만 그래도 학원만 보내도 ... 참, 미국도 사립중,고교는 등록금 4만불이래요. 공립을 보내는 사람은 여기도 학원 보내고 한대요. 한국 사람만이 아니라 미국 사람도. 그리고 인도나 중국계의 교육열은 한국 사람이 발치에도 못 따라간다네요. 그러니 한국만 돈 많이 드는게 아니라 어디건 돈이 들긴 드네요. 제 3세계에 사는게 아닌 다음에야... 유럽도 대학때 교재로 읽은 제목은 잘 기억 안나는 한국 신문사 특파원이 쓴 프랑스 교육에 대한 책에 보니 다 과외하고 그러더라고요. 어디나 사람 사는데는 다 마찬가진가봐요.
그래도, 미녀분과 진도 좀 나가세요!!! ^^

책향기 2007-11-06 15: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는 애들이 어느정도 커서 생일파티 걱정 안해서 좋아요^^ 애들이 어릴 땐 안해주자니 애가 실망할거 같고 하자니 비용이 부담되고 그랬던 기억이....님의 글을 읽으니 어디나 사람사는덴 다 똑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미즈행복 2007-11-07 09: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생일파티는 안해도 돈 나가는 것은 마찬가지 아닌가요?^^
그런 좋은 기회를 그냥 넘어갈 애들은 거의 없을것 같은데요?

2007-11-08 01: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11-11 03: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11-10 13: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11-11 03:22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