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mji 2004-05-29
안녕, 오즈마! 토요일 오후,가 막 시작되고 있다. 당신은 지금 밀폐된 공간에서 누드크로키를 하느라 땀을 뻘뻘 흘리고 있겠구나. 게다 오늘은 처음으로 남자누드크로키,이니 그 떨림은 오죽할까. 그러나 당신의 기대와 달리, 떨릴 여유조차 없이, 1분, 3분, 5분에 맞춰 골격을 그리고 움직임을 포착하기 위해, 인간의 몸에 대해서 묘사하기 위해 쩔쩔매며 몰입하고 있겠지. 당신, 그러고보면 참 바쁘게 산다. 크로키다니는 주말에, 원고 때문에 미술관을 들락거려야 하고, 게다 수원의 일까지 하기 위해서는 밤을 새서 원고를 쓰고, 가끔은 외다수 사람도 만나야 하고, 싸부를 만나 맛난 것도 먹어야 하고, 언니랑 싸우기도 해야 할것이고, 엄마 발도 주물러 드려야 하고. 그 와중에 또 당신은 당신의 꿈을 위해서 조각 시간을 내어 작업을 해야 할테지. 그러다가 탈 나는 거 아닌가 몰라, 걱정이다. 물론, 때로는, 무언가 버리기 위해, 잊기 위해, 끊임없이 분주한 일상으로 자신을 내몰기도 하게 되지. 그러다보면 잊게 될 수도 있으니까. 하지만, 잊기 위해서 자신을 닦달하는 거라면, 쉽게 지치게도 되더구나. 그렇게 잊을 수 있는 일과 그렇게 이겨낼 수 있는 일은 따로 있는 것 같은. 그래서 요즘의 나는 조금 달라지고 있는 듯도 싶다. 분주한 일상이야 변함이 없지만, 마음의 분주함은 좀 덜어야겠다고 생각을 했더랬다. 생각처럼 행동도, 머리도, 마음도 그렇게 움직여줘야 할텐데.
토요일 오후,가 막 시작되고 있다. 나는 포도주스(요즘에 무척 많이 마시고 있다) 한 잔, 브리즈님의 서재에서 나오는 음악(요즘에는 늘 그 서재의 음악을 들으면서 지낸다)을 깔아놓고, 오랜만에 차분한 마음으로 당신의 서재에 들렀다. 매일매일 들어오는 곳인데, 내 서재보다도 가끔은 더 오랜 시간을 보내기도 하는데, 흔적을 남기는 일은 참 인색했다. 당신도 알다시피 내가 원래 낯가림을 많이 하는 데다가.. 퍽; ^>^
오즈마야. 토요일 오후,가 막 시작되었구나. 나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 문제집을 풀고, 아이들과 부대껴야 할 시간이 다가온다. 그러면, 이렇게 오늘 하루를 보내면 나는 오늘 많이 피곤하여 오래고 깊은 잠을 잘 수 있겠지.
좋은 하루 보내고 오렴. 그리고 나에게도 너의 하루를 이야기해주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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