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명록




LAYLA 2004-06-07  

오즈마님 생각이 나서......
**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


- 노희경 -


나는 한때

나 자신에 대한 지독한 보호본능에 시달렸다.

사랑을 할 땐 더 더욱이 그랬다.

사랑을 하면서도

나 자신이 빠져나갈 틈을

여지없이 만들었던 것이다.

가령, 죽도록 사랑한다거나,

영원히 사랑한다거나,

미치도록 그립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내게 사랑은

쉽게 변질되는 방부제를 넣지 않은 빵과 같고,

계절처럼 반드시 퇴색하며,

늙은 노인의 하루처럼 지루했다.

책임질 수 없는 말은 하지 말자.

내가 한 말에 대한 책임 때문에

올가미를 쓸 수도 있다.

가볍게 하자, 가볍게.

보고는 싶지 라고 말하고,

지금은 사랑해라고 말하고,

변할 수도 있다고

끊임없이 상대와 내게 주입시키자.

그래서 헤어질 땐 울고불고 말고

깔끔하게, 안녕.

나는 그게 옳은 줄 알았다.

그것이

상처받지 않고 상처주지 않는 일이라고 진정 믿었다.

그런데, 어느 날 문득 드는 생각.

너, 그리 살어 정말 행복 하느냐?

나는 행복하지 않았다.

죽도록 사랑하지 않았기 때문에 살만큼만 사랑했고,

영원을 믿지 않았기 때문에 언제나 당장 끝이 났다.

내가 미치도록 그리워하지 않았기 때문에,

아무도 나를 미치게 보고싶어 하지 않았고,

그래서, 나는 행복하지 않았다.

사랑은

내가 먼저 다 주지 않으면 아무 것도 주지 않았다.

버리지 않으면 채워지지 않는 물 잔과 같았다.

내가 아는 한 여자,

그 여잔 매번 사랑할 때마다 목숨을 걸었다.

처음엔 자신의 시간을 온통 그에게 내어주고,

그 다음엔 웃음을 미래를 몸을 정신을 주었다.

나는 무모하다 생각했다.

그녀가 그렇게 모든 걸 내어주고 어찌 버틸까,

염려스러웠다.

그런데,

그렇게 저를 다 주고도 그녀는 쓰러지지 않고,

오늘도 해맑게 웃으며 연애를 한다.

나보다 충만하게.

그리고 내게 하는 말,

나를 버리니, 그가 오더라.

그녀는 자신을 버리고 사랑을 얻었는데,

나는 나를 지키느라 나이만 먹었다.




사랑하지 않는 자는 모두 유죄다.

자신에게 사랑 받을 대상 하나를 유기 했으니

변명의 여지가 없다.

속죄하는 기분으로

이번 겨울도 난 감옥 같은 방에 갇혀,

반성문 같은 글이나 쓰련다.

-우연히 읽게 되엇는데 오즈마님 생각이 딱! 나서 올려봐요...

오즈마 님이 부끄러우시다면 동경하도록 하겠어요 우이우잉 ㅎㅎ

반성문 같은 글 안쓰려면 오즈마 님처럼 빡시게 사랑해야겠지요?^^

좋은 하루보내세요...^^
 
 
코코죠 2004-06-09 0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LAYLA님, 감사해요.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 맞지요. 맞습니다. 노희경은 참 잔인한 작가 같아요 그죠.

감사해요, 감사해요. 뭐라고 말을 해야할지 모르겠는데
그냥 참 감사해요.

언제나 좋은 날 되세요, 님.
 


페일블루 2004-06-01  

멋진데~
볼때마다 새롭고, 볼수록 멋지네....
당신과 잘 어울리는 공간이얌.

숨막히게 더뎠는데......
벌써 6월...

건강하게 지내자.
무.조.건.


ps.
그나저나.... 은근슬쩍 하려고 했는데....
ㅊ은 어떻게 하는거얌? 킁~
도통 안뵈네....
 
 
코코죠 2004-06-04 0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식...너 이렇게 내가 추천하라고 시킨 거 티낼테냐? 음...다 뽀록났으니 작전 변경이다.
 


마태우스 2004-05-30  

저..
오즈마님, 한번만 봐주시면 안될까요? 우리의 오랜 우정이 그 일 하나로 금이 간다고 생각하니, 잠이 안옵디다. 제가 노트에는 오즈마님을 적어놓고, 옮겨적다가 빠뜨렸습니다. 정말입니다! 앞으로는 잘 하겠습니다. 과거처럼 호형호제하기를 빌겠습니다.

-속죄하는 마태우스 드림-
 
 
코코죠 2004-05-31 0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단) 흥!

아니 언제부터 저와 마태님이 호형호제했답니까? 녜? 제가 언제 어머니를 어머니라 부르지 못하고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한...음 그건 다른 건가...아무튼 말이죠, 진짜로 마태님이랑 이제 안 놉니다. 이젠 마태님이랑 결혼도 안 해줄 겁니다! (누가 해달랬다고...암튼지간에) 전쟁 시작입니다. 일단 즐겨찾기 삭제, 유언비어 남발, 마태우스 전작 시리즈 유포 등등 갖가지 방법을 생각중이오니 기다리십시오.


(더 크게) 흥! 흥! 흥!

마태우스 2004-05-31 1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미지 사진도 돌아앉아 있는 걸로 바꾸셨군요. 의지가 확고한 것 같으니 앞으로 더 열심히 빌어야겠다는 생각이...
 


kimji 2004-05-29  

안녕, 오즈마!
토요일 오후,가 막 시작되고 있다.
당신은 지금 밀폐된 공간에서 누드크로키를 하느라 땀을 뻘뻘 흘리고 있겠구나. 게다 오늘은 처음으로 남자누드크로키,이니 그 떨림은 오죽할까. 그러나 당신의 기대와 달리, 떨릴 여유조차 없이, 1분, 3분, 5분에 맞춰 골격을 그리고 움직임을 포착하기 위해, 인간의 몸에 대해서 묘사하기 위해 쩔쩔매며 몰입하고 있겠지.
당신, 그러고보면 참 바쁘게 산다. 크로키다니는 주말에, 원고 때문에 미술관을 들락거려야 하고, 게다 수원의 일까지 하기 위해서는 밤을 새서 원고를 쓰고, 가끔은 외다수 사람도 만나야 하고, 싸부를 만나 맛난 것도 먹어야 하고, 언니랑 싸우기도 해야 할것이고, 엄마 발도 주물러 드려야 하고. 그 와중에 또 당신은 당신의 꿈을 위해서 조각 시간을 내어 작업을 해야 할테지.
그러다가 탈 나는 거 아닌가 몰라, 걱정이다.
물론, 때로는, 무언가 버리기 위해, 잊기 위해, 끊임없이 분주한 일상으로 자신을 내몰기도 하게 되지. 그러다보면 잊게 될 수도 있으니까. 하지만, 잊기 위해서 자신을 닦달하는 거라면, 쉽게 지치게도 되더구나. 그렇게 잊을 수 있는 일과 그렇게 이겨낼 수 있는 일은 따로 있는 것 같은. 그래서 요즘의 나는 조금 달라지고 있는 듯도 싶다. 분주한 일상이야 변함이 없지만, 마음의 분주함은 좀 덜어야겠다고 생각을 했더랬다. 생각처럼 행동도, 머리도, 마음도 그렇게 움직여줘야 할텐데.

토요일 오후,가 막 시작되고 있다. 나는 포도주스(요즘에 무척 많이 마시고 있다) 한 잔, 브리즈님의 서재에서 나오는 음악(요즘에는 늘 그 서재의 음악을 들으면서 지낸다)을 깔아놓고, 오랜만에 차분한 마음으로 당신의 서재에 들렀다.
매일매일 들어오는 곳인데, 내 서재보다도 가끔은 더 오랜 시간을 보내기도 하는데, 흔적을 남기는 일은 참 인색했다. 당신도 알다시피 내가 원래 낯가림을 많이 하는 데다가.. 퍽; ^>^

오즈마야. 토요일 오후,가 막 시작되었구나. 나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 문제집을 풀고, 아이들과 부대껴야 할 시간이 다가온다. 그러면, 이렇게 오늘 하루를 보내면 나는 오늘 많이 피곤하여 오래고 깊은 잠을 잘 수 있겠지.

좋은 하루 보내고 오렴. 그리고 나에게도 너의 하루를 이야기해주렴.
 
 
코코죠 2004-05-31 0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요일이 끝나는 날, 답장을 하게 되다니. 제가 너무 늦었군요. 어때요 일요일은 잘 보냈어요? 깊은 잠은 좀 잤는가요? 달콤한 것도 좀 먹었고요? 아, 나는 당신이 늘 궁금해요.

그대야말로 너무 바쁜 일상을 보내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되요. 당신이나 나나 나무늘보의 피가 흐르고 있어서, 우리는 차가운 방바닥에 앉아서 차나 홀짝홀짝 마시면서 책 읽다가 고대로 잠드는 게 최고의 하룬데, 요샌 너무 스스로를 닥달...닦달? (행복한 받아쓰기, 를 참고해야겠군요^ ^)하는 것 같아서 걱정이 되요. 그러다가 한번 크게 앓아버리는 당신이라, 더더욱. 그래도 나는 몸은 튼튼하잖아.

나는 좀 정신을 차렸어요.
알 수 없는 건 알 수 없는 거죠.
기대할 수 없는 건 기대하지 않기로 하고, 그렇게 몇 가지를 버렸어요.
그리고 유월 중순에 바다를 보러 갈 것 같아요.
내가 물을 그리워 하는 건 결코 좋은 일이 아닌데, 자꾸 그렇게 되는군요.

떠나고 싶죠?
다음에 아주 먼 곳으로 떠나기 위해 지금을 저축하고 있는 거란 생각이 들어요.
그 전에 나랑 부석사에 가주면 고맙고. 그러고 보니 친구들과 호수를

코코죠 2004-05-31 0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러 가느라 부석사에 가보지 못했잖아요.

당신이 사진을 찍어주지 않으니 요즘은 내 표정을 볼 일이 없어요. 그래봤자 잔득 찡그리고 있겠지만, 그래도.

사진기를 든 당신을 만나고 싶어요.
곧 볼 수 있겠네요. 우리 그날 이야기 많이 하자구요. 잘 자요.
 


sooninara 2004-05-28  

오즈마님..책임 지세요..
저두 샀어요..너무 이뻐서^^ 오즈,앨리스,유령의 성,공룡나오는거..유령나오는거..다섯개 주문했어요..아이들에게 한번에 안주고 숨겨 두었다가 하나씩 주어야 될것 같네요..ㅋㅋㅋ
님덕에 일 저질러 버렸으니..책임지세요,,
알라딘 아줌마들의 이성을 마비 시키고..알라딘에서 책 살 돈 다 써버렸으니..이젠 어떻해요..잉잉....
(그래도 벌써부터 배달올 책이 기다려지네요)
 
 
코코죠 2004-05-31 0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수니나라님. 어쩌면 벌써 팝업북을 받으셨는지도 모르겠다. 어때요 맘에 드셨어요? 맘에 드신다면 괜히 제 맘도 뿌듯할 거 같아요^ ^
저도 이렇게 반응이 뜨거울 줄이야 미처 몰랐다는 거 아녜요. 역시 예쁜 책은 사람을 흥분시킨다니까요! 그리고 이건 비밀인데요, 저는 십만원어치 또 사버렸어요. 이번엔 그림책이랑 이런 것도 포함해서요. 아아 정말 막노동이라도 나가야 할까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