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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책은 무조건 탐이 난다. 큰 판형에 두껍고 좋은 종이질과 아름다운 삽화, 자잘한 글씨로 가득 찬 책. 혹은 길고 긴 목록으로 작성된 전집. 뭔지 모르겠지만 상쾌한 지식과 달콤한 예술이 가득할 것 같은 책들. 모험과 신비와 로망이 줄줄 흘러넘칠 것 같은 책들. 그런 책은 오래 생각하지도 않고 사게 된다. 그리고... 얇고 가벼운 단행본에 밀려 제 순서를 잃고 오랫동안 침묵한다. 책들은 이렇게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언젠간 읽어주겠지. 그래도 지가 나를 돈주고 샀는데 고물상에 넘기기야 하겠어. 그런데, 쟤는 내가 여기 있다는 걸 알기나 하는 걸까?   

 

대개 그런 책들은 갖고 있는 것만으로도 뿌듯하고 이미 그 책임을 다한 것만 같다. 그러나 책은 손으로 꼭꼭 눌러주고 종이를 바삭바삭 넘겨주지 않으면 소용없는 종이뭉치일 뿐. 해마다 방 안에 쌓여가는 먼지묵은 책들을 보며 미안해, 하고 사과하지만 종이 끝은 이미 누렇게 바래져버렸다...그런 책들을 볼 때마다 그저 뒷머리를 긁적거릴 뿐, 이 쓸데없는 소유욕, 이 멍청한 사치스러움! 

 

올해는 내 방 곳곳에 진열된 이 두껍고 무겁고 긴 책들부터 읽어주어야지. 미인을 정복하는 것은 용감한 자의 몫, 그리고 읽지 않은 책을 정복하는 건 읽기 시작한 자의 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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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미술사 (반양장)
E.H.곰브리치 지음, 백승길 외 옮김 / 예경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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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삼년째 다이어리 첫 목록에 <올해는 완독>이라고 올라가는 책. 앞부분만 수십번 읽은 것 같다. 지나치게 긴장하는 게 실패요인인 것 같은데, 전부 이해하지는 못할 거라는 약간의 체념이 필요하다. 대신 술술 넘겨가며 감탄하고, 뒹굴거리면서 편안하게 읽어가는 즐거운 독서가 되면 좋겠다. 나 때문에 곰브리치 할아버지가 더 늙는 것 같아서... 미안해 죽겠다.
주석 달린 셜록 홈즈 1- 셜록 홈즈의 모험.셜록 홈즈 회고록
아서 코난 도일 원작, 레슬리 S. 클링거 주석, 승영조 옮김 / 북폴리오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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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대체 셜로키언이 아닌 채로 유년을 보낸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덩치가 커져도 머리가 굵어져도 여전히 나는 셜로키언. 당연히 모셔왔지만 중간도 읽지 못하고 그냥 침대맡에 모셔두기만 했으니, 그 수많은 주석을 다 읽어내려가기엔 추리소설 속도가 처지기 때문... 이라는 얄팍한 변명을 덧붙이며... 올해는 꼭 다 읽어줄게요, 내 사랑 셜록. 날 미워하지 말아요.
빈센트 반 고흐 Vincent van Gogh (아몬드꽃 표지)- 그림과 편지로 읽는 고독한 예술가의 초상
빈센트 반 고흐 지음, H. 안나 수 엮음, 이창실 옮김 / 생각의나무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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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사자마자 아, 소유한 걸로 됐어, 하는 푸짐한 마음이 되버렸다. 이 아름다운 책을 슬쩍슬쩍 넘겨다 그림만 본다는 건 얼마나 아까운 일인가. 게다가 이 책에는 그냥 넘기기엔 아까운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화집을 사면 그림만 확인하고 덮어두는 경우가 허다하니, 이 책만큼은 읽으며 보고, 보면서 다시 읽으며 한껏 누려야지.
크로이체르 소나타 (반양장)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이기주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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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펭귄클래식 책이 처음 나왔을 때 이 아름답고 우아한 자태에 끌려 차곡차곡 사모았다. 때문에 집에 굴러다니는 펭귄 텀블러와 머그컵만 몇개인지 몰라. 지금은 그 열광도 사그러들어, 단지 함께 꽂아뒀을 때 썩 괜찮은 전집 정도의 대접만 받고 있다. 한권씩 차근차근, 재미있어 보이는 녀석부터, 야금야금 읽기를 시작해야겠다.
방드르디, 태평양의 끝
미셸 투르니에 지음, 김화영 옮김 / 민음사 / 2003년 11월
13,000원 → 11,700원(10%할인) / 마일리지 6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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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집이라면 또 민음사판을 빼놓고 얘기할 수 없는데... 미안해요... 책꽂이 한칸을 가득 채울 정도로 눈을 까뒤집고 사모아놓고 읽은 건 정작 몇권 안돼...그런데도 아직 배가 고픈 건 무슨 이유인지. 전부 다 꽂아놔야 읽을 것 같다는 생각은... 착각이겠지?
우울과 몽상- 에드거 앨런 포 소설 전집
에드거 앨런 포 지음, 홍성영 옮김 / 하늘연못 / 200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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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 이 책을 가진 것만으로 포에 대해 전부 다 안다고 생각하고 있다.
토지 - 전21권 세트
박경리 지음 / 나남출판 / 2002년 1월
205,800원 → 205,800원(0%할인) / 마일리지 6,170원(3%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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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생각날 때마다 한권씩 사모으며 언젠가 스물 한권 다 모아서 꽂아놓을 장대한 꿈에 부풀어 책장까지 따로 마련해 두었다. 그것 뿐이다. 읽으면서 모으면 더 빨리 모을 수 있을텐데, 응? 그렇지 오즈마?
파브르 곤충기 7
앙리 파브르 지음, 김진일 옮김, 정수일 그림, 이원규 사진 / 현암사 / 2009년 8월
30,000원 → 27,000원(10%할인) / 마일리지 1,500원(5% 적립)
*지금 주문하면 "11월 22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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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깜빡했다. 내게 벌레 포비아가 있다는 걸.
혼불 10
최명희 지음 / 매안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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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도 나는 독서 호흡이 짧은 것 같다. 갖고 싶어 환장하면서 꽂아놓고 그 자체로 흡족하는 책 중에 하나. 창피스럽게도 아직 끝까지 다 못 읽었다. 올해는 꼭 완독하겠습니다.
율리시스
제임스 조이스 지음, 김종건 옮김 / 생각의나무 / 2007년 3월
38,000원 → 34,200원(10%할인) / 마일리지 1,900원(5% 적립)
2010년 01월 21일에 저장
절판
워 아무래도 내가 미쳤는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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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 2010-01-11 1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혼불, 저도 리스트에 올려야겠어요.

코코죠 2010-01-11 11:18   좋아요 0 | URL
우리 누가누가 먼저 다 읽나 내기해요. 불끈! 안 질테에요!

조선인 2010-01-12 08:48   좋아요 0 | URL
어어, 지금은... 다른 애가 먼저인데... 음... 어쨌든 접수!

무스탕 2010-01-11 1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혼불은 처음 잡았을때 정신없이 읽어버렸어요. 다 읽었다는 말이지요.
그런데.. 그 흥분이 지금은 가물거려요..;;;

코코죠 2010-01-11 11:44   좋아요 0 | URL
제가 혼불을 처음 잡았을 때 저는 너무 어렸던 거 같아요. 더 재미있고, 더 자극적이고, 더 신나는 책들이 많다고 생각했던 거지요. 나이는 한참 들었는데 아직도 저는 그때의 미성숙함을 못 벗어났지 싶어요. 정신없이 읽는 그 기분...그건 얼마나 신날까...아아, 올해는 저도 꼭 느껴보고 싶어요. 그래서 1권부터 다시 시작하기로 했어요.

2010-01-11 12: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1-11 18: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하늘바람 2010-01-11 1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저 빈센트 반 고흐 탐나요

코코죠 2010-01-11 18:28   좋아요 0 | URL
오오 바람님, 저 책은 정말 근사해요. 지르세요 지르세요 후회하지 않으실 거예요(라고 바람을 넣는다)

다락방 2010-01-11 14: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저 아리랑 넣었는데 빼고 혼불 넣어야 겠어요.

코코죠 2010-01-11 18:29   좋아요 0 | URL
앗. 우리 혼불 읽기 모임 할까요! (아..그러고 보니 아리랑도 못 읽었... 태백산맥도...아아, 저는 뭐하는 놈일까요 대체...)

네꼬 2010-01-11 2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가 말할 수 있는 것은 <서양미술사> 뿐. ㅠㅠ 근데 정말, 어깨에 힘만 빼면 어느순간부터는 뒹굴면서 읽을 수 있어요. 곰브리치 할아버지 입담도 좋고, 그 발상도 참 좋아요. (독려독려) 오즈마님, 안녕?

코코죠 2010-01-13 22:10   좋아요 0 | URL
네꼬님 믿고 다시 시작해보려고요. 벌써 마의 11페이지를 넘겼다고요! 제가 사양미술사를 다 읽으면 네꼬님은 저한테 뽀뽀해주기에요. 못 읽으면 제가 네꼬님한테 뽀뽀하고요. 그럼 저는 읽으면 뽀뽀받고 못 읽어도 뽀뽀할 수 있거든요. (이거 요새 다락방님이랑 네꼬님한테만 미는 거)

2010-01-12 03: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1-13 22: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1-16 15: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Joule 2010-01-12 07: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즈마 님 기다리다 곰브리치는 벌써 늙어 죽어버렸어요.

코코죠 2010-01-13 22:09   좋아요 0 | URL
그래요, 저 때문이에요. 톨스토이 노인네도 괴테 할아범도 다 저 때문에 늙어죽어버렸어요. 으허허헝

근데 쥴님은 어떻게 서양미술사를 삼일만에 읽을 수 있었을까요? 아마도 제가 그것 때매 주눅이 들어 못 읽는 것 같단 말이죠(라며... 읽지 못하는 온갖... 핑계를 댄다)

hanicare 2010-01-12 1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끔 반찬을 차려놓고 눈으로만 몇 번 젓가락질 할 때가 있어요.
그래도 가끔, 오방색 섞어서 차려놓으면 먹지 않아도 그 기운이 내게 에너지파동으로 전달되지 않을까? 이런 망상을 합니다.
ㅎㅎㅎ
저런 책 따위(?) 안 읽어도
옳은 인간이라면 사는데 아무 지장없습니다.
아니 덜 된 인간이라면 읽으면 읽을수록 사는데 지장생길 거 같습니다.
(아이쿠, 새해 처음 하는 말이 요 모양이네요.^^)
즐거운 새해!

코코죠 2010-01-13 22:14   좋아요 0 | URL
아아, 오즈마의 달콤한 벌꿀카레님. 딱 한분 정도는 저한테 "뭐 굳이 다 읽지 않는다고 크게 잘못되는 건 아니야, 괜찮아, 슬슬 읽어. 아직 안 읽었어도 넌 좋은 인간이니까(근데 다 읽으면 더 좋은 인간이 될 거야 아마)" 이런 말을 해주시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거 같아요! 이런, 너무나 멋진 벌꿀카레님이잖아요!

어깨에 힘 빼고 읽겠다 해놓고 왜 벌써 힘줘버렸나 몰라요. 다시, 힘 빼고, 천천히, 즐겁게,
읽어나갈게요!

나의 벌꿀카레님도, 즐거운 새해요!
(대뜸)저요, 올해도 벌꿀카레님 좋아할 거예요!


2010-01-12 17: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1-13 22: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1-16 15: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하이드 2010-01-13 06: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덕분에 이벤트 알았어요. 근데, 어떻게 하면, 이렇게 리스트도 인기폭발 댓글이 달리나요? 비법좀 -

코코죠 2010-01-14 15:28   좋아요 0 | URL
음, 비법은.. 레오의 애교와, 말로의 섹시함... 그리고... 플러스알파... 쇄골?


(크흙 죄송해요 저도 이런 거 한번 해보고 싶었어요ㅋ)

Joule 2010-01-14 10:10   좋아요 0 | URL
하이드 님은... 안 돼요. 안티가 너무 많아서. ㅡㅡ' 아시잖아요.

하이드 2010-01-14 13:51   좋아요 0 | URL
안티도 많지만, 안안티도 많다구요~ 하루방문자 1000 우습게보시냐능; ㅎ

Joule 2010-01-14 15:24   좋아요 0 | URL
하루 방문자수가 천 명이나 돼요? 몰랐어요! 와아, 대단한데요.

코코죠 2010-01-14 15:30   좋아요 0 | URL
아아 나의 근사한 하이드님, 나의 특별한 쥴님, 이 까칠한 듯 보이지만 사실은 보드랍기 짝이 없는 두 사랑스런 여인을 어쩌면 좋아 ㅋㅋㅋ

2010-01-14 09: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1-13 22:19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