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시절을 찾아서 1 - 스완 댁 쪽으로 1 펭귄클래식 145
마르셀 프루스트 지음, 이형식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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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절을 찾아서'는 난해함으로 악명높은(?) 소설인지라 수많은 호평에도 불구하고 선듯 읽을 용기를 내지 못했던 책이었다. 하지만 막상 읽기 시작하니 생각보다 힘들지 않게 - 시간은 오래 걸렸지만 - 읽어갈 수 있었고, 꿈인듯 회상인듯 논리적인 흐름보다는 연상의 흐름을 따라 펼쳐지는 장면들이 마치 눈 앞에 펼쳐지는 듯 생생하고 아름답게 그려졌다.

그동안 읽어왔던 소설과는 너무도 전개가 달라 당황할 수 밖에 없었는데 일반적으로 주인공을 중심으로 스토리가 짜여지고 다양한 순서에 의해 결말로 흘러가리라 예상을 했다면 '잃어버신 시절을 찾아서'는 소설이라고 해야할지 회고록이라고 해야할지 아니면 전혀 다른 장르의 글인지 종잡을 수 없어 혼란에 빠질만했다. 그리고 왜 그리도 읽기 힘든 소설로 각인되어져 왔는지 저절로 이해됐다.

하지만 읽기 힘들다고 소문난 이 소설이 내게는 생각보다 신선하게 다가왔고 굳이 논리를 생각하지 않고 작가가 이끄는데로 따르기만 한다면 어느 소설보다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꿈이나 회상은 때마다 다른 장면을 선사하기 마련이고 오히려 비논리적인게 더 자연스러우니 말이다.

펭귄클래식의 책을 다 읽고 나면 소장용으로 민음사판을 구매해서 다시 읽어볼 계획이다.

잠자는 사람은, 무수한 시각들이 꿰어져 이루어진 줄과, 세월 및 세계의 질서로 자신을 두르고 있다. 그는 잠에서 깨어나면서, 본능적으로 그것들을 열람하고, 그것들에서 자기가 처해 있는 지점과 깨어나는 순간까지 흐른 시간을 순식간에 읽어낸다. 하지만 그것들의 열이 뒤얽힐 수도 있고 끊길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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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2-11 23: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8-02-12 13: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민음사판으로 프루스트의 소설을 장만하고 싶은데 후속권 출간 속도가 너무 더딥니다. ^^;;

마르셀 2018-02-28 02: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번역과 문장이 민음사가 좋습니다. 저는 6권까지 읽고 7, 8권 올해 봄에 나온다고 해서 대기 중입니다. 그동안 다른 책 읽고 있으면 되니까요. 전집을 읽으려면 다시 쉽게 잡히지 않으니 처음부터 선택하심이 좋지 않을까요?! ㅎ
 
인생이 두근거리는 노트의 마법 - 전 세계 노트왕에게 배우는 기록의 정석 20
컴투게더 노트연구회 지음, 강은혜 옮김 / 라이팅하우스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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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간 노트와 다이어리를 사용하고 있지만 활용도도 떨어지고 재미도 없이 그저 습관에 젖은 노트, 다이어리의 구입이 반복될 뿐. 노트 사용에 아이디어를 얻고 싶어 집어든 책. 아이디어를 얻기보다는 부러움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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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연화 2018-04-13 1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런데 한번 읽어 보고 배우고 싶네요
 
큐피드의 과학 - 과학이 말하는 섹스 그리고 사랑 한림 SA: 사이언티픽 아메리칸 4
사이언티픽 아메리칸 엮음, 김지선 옮김 / 한림출판사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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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자기중심적 사랑, 상호호혜적 사랑, 이타적 사랑과 같이 크게 세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고 어릴 때부터 배우고 그렇게 생각했다. 그 분류의 주체는 사람과 하나님이고, 사람이란 당연히 남자와 여자라는 사고가 바탕이 된다.


사람은 당연히 2개의 성(gender)인 남성과 여성으로 구분할 수 있으며, 이 책은 남성과 여성이 느끼는 사랑의 감정을 분석함으로써 사랑에 대한 과학적 고찰을 풀어나간다. 이성애, 동성애, 온라인 데이팅, 사랑을 느끼고 빠짐에 따른 다양한 감정, 감각의 발현과 심리학적, 생리학적, 사회학적 기재와 상황들을 다루고 성(gender)의 자기결정, 매매춘 등 조심스러운 내용들을 객관적으로 살펴간다.


사실 성(gender)의 자기결정이라는 부분은 초기에는 성적 일탈로 치부하다가 교정의 일환으로 의료적인 접근과 시각으로 바라보기도 했고, 최근에는 소수자에 대한 인권의 문제로 바라보는 경향이 커졌다. 워낙 종교적으로 사회적으로 논란의 대상이 되는 예민한 주제인지라 크게 사족을 붙이고 싶지는 않다.


성(gender)의 결정이 자기 선택적인 결정이 아니라고 했을 때, 다양한 이유로 스스로를 반대의 성이라고 여기는 남성 혹은 여성이 이성에게 사랑을 느낄 경우 이는 이성애일까? 동성애일까? 인공지능이 발달해서 인공지능에게 사랑을 느낀다면? 요즘도 일명 '덕후'라 불리는 사람들 중에는 주로 이성을 모델로 한 인형이나 로봇에게 푹 빠진 사람들이 있다.


흔히 말하는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는 타인이나 사회에 해악이 되지 않는 한 개인의 선택과 결정은 우선적으로 존중받아야 하며, 그에 따라 수많은 사조와 가치, 생각들이 혼재되기 마련이다. 이렇게 복잡하고 상대적인 시대에서 사랑조차 객관화시켜 바라봐야 한다는 점은 한편으로 서글프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더욱 사랑의 본질에 대해 고민해야 하는 이유가 있지 않을까?

비록 모순이 있다 해도 사랑의 역설은, 바로 그것을 문화적 담론의 가장 중요한 주제로 만든다. 레오 톨스토이가 지적하듯이 세상에 존재하는 사랑의 종류는 심장의 수만큼이나 많다." 이 책이 모든 종류의 사랑과 마음을 다룰 수는 없을지언정 여러분 자신을 이해하는 데에는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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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이화의 한국사 이야기 1 - 우리민족은 어떻게 형성되었나 이이화의 한국사 이야기 1
이이화 지음 / 한길사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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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교 때부터 국사 과목은 비교적 수훨하게 점수를 따낼 수 있었던 과목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때 외웠던 내용은 별로 머리 속에 남아 있지 않다. 오히려 TV나 영화의 내용이 뒤섞여서 허구와 실제의 구분없는 왜곡된 역사 지식만이 남아있다. 예를 들면 이번 편에 다루는 부여와 고구려의 이야기만 보더라도 드라마 '주몽'이 먼저 떠오른다.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나 '십자군 이야기', 그리고 최근에 읽은 콜린 매컬로의 '마스터스 오브 로마' 등을 읽으면서 우리에게는 이렇게 철저한 고증과 연구를 바탕으로 신나고 재미있게 우리의 지나간 이야기를 풀어줄 이야기꾼이 없을까하는 아쉬움이 남았었다.

로마인 이야기 세트 - 전15권 - 10점
시오노 나나미 지음, 김석희 옮김/한길사
[세트] 마스터스 오브 로마 1부 + 2부 세트 - 전6권 (본책 6권 + 가이드북) - 10점
콜린 매컬로 지음, 강선재 외 옮김/교유서가


그런 중에 재야 역사가인 이이화의 한국사 이야기는 이런 개인적인 바램을 훌륭하게 충족시켜준 내용으로 꼭 소장하고픈 책이다.


1권에서는 우리 민족의 형성과정을 역사 이전부터 최초의 역사 시대인 고조선과 고구려, 백제, 신라로 대표되는 삼국 이전의 시대를 다양한 사료와 사관으로 담아내고 있다. 요즘은 많이 재미있어졌다고는 하지만 국사 교과서는 왠지 지루하고 고리타분한 느낌이었는데, 이이화의 한국사 이야기는 소설에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비교적 지루하지 않게 술술 읽어갈 수 있었다. 아울러 역사에 대한 저자의 애정과 열정, 노력 등이 피부에 와닿아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질 정도다.

우리 역사를 다룬 책들은 이미 숱하게 나와 있습니다. 이들은 나름대로의 색깔과 목소리를 갖고 있습니다. 역사를 보는 시각, 다시 말해 사관도 다양합니다. 그러나 대부분은 그 서술 방법이 딱딱하고 어려우며 내용도 빈약하고 재미가 없습니다.
역사란 특정인이나 특별한 계층의 독점물이 아닙니다. 오늘의 현실생활과 동떨어져 존재한다면 그것 또한 바람직한 역사의 모습이 아닐 것입니다. 물론 역사를 재미로만 읽을 순 없습니다. 역사적 사실을 객관적으로 서술하되 오늘 우리의 현실과 더불어 생각하는 사관이 중요합니다. 나는 더불어 살아가는 동시대인들을 위해 유익하고 재미있는 우리 역사를 새롭게 써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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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미궁 - 과거에서 미래로, 시간은 과연 흐르고 있을까? 한림 SA: 사이언티픽 아메리칸 3
사이언티픽 아메리칸 엮음, 김일선 옮김 / 한림출판사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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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IENTIFIC AMERICAN 잡지 3번째 주제는 '시간'이다. 대중을 위한 과학잡지이면서도 전문성을 놓치지 않는 내용을 다룬다는 소개에 기대를 갖고 구입했었는데,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적당한 수준의 기사들에 만족하고 있다.


'시간이 흐른다.'는 표현은 워낙 자연스럽기 때문에 하나의 자연스러운 명제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게다가 '시간'을 측정할 수 있는 장치는 주위에 널려있기까지 하다. 스마트폰의 등장 이후로 우리는 일반 대중이 과거 어느 시대보다도 더 정확하게 시간을 측정할 수 있는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 예전에는 '시간'은 왕이나 일부 권력층의 전유물이 되어 권력의 상징과 도구로 사용되어 왔었다. 그런 귀한 '시간'을 이제는 공기처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공기처럼 문화와 생활의 일부로 자리잡은 '시간'은 실제하는 것일까? 아니면 상상의 허구일까? 시간이 흘러간다는 건 실제로 무엇일까? 시계가 알려주니까 시간이 흐르고 있다고 인지하는 것이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관찰의 결과이지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과는 다른 문제일 수 있다.


이번 호에서는 '시간'에 대해 철학적인 물음으로 시작해서 생리학적으로 인지하는 시간의 본질과 시간을 측정하기 위한 기술의 발전 과정, 그리고 시간의 존재에 대한 과학적 고찰을 다루고, 궁극적으로 시간이 존재하기 전과 시간의 종말에 대한 사유로 맺고 있다.


불멸의 존재가 아닌 인간에 있어서 시간이란 한정된 재화인 동시에 인류가 존재하는 한 계속 이어질 개념이자 실존적인 어떤 것이다. 내게 주어진, 혹은 남은 시간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본 시간이었다.

과학은 이해할 수 없는 대상을 분석해가는 힘든 여정의 작은 발자국들이 모여서 그 대상을 이해하는 과정이다. 시간의 종말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시간에 대해 생각할 때 우리는 우주에서 우리가 차지하고 있는 생명체라는 위치에 대해 더욱 감사하게 된다. 시간이 점점 부족해진다는 특징은 생명체의 존재에게는 필수적이다. 우리가 살아가려면 시간이 한 방향으로 흘러야만 한다. 복잡한 구조를 가능하게 만들어주는, 기간과 크기라는 개념도 있어야 한다. 사건의 과정이 존재하려면 원인과 결과라는 순서도 필요하다. 육체가 순서라는 작은 주머니를 만들어내려면 공간도 필요하다. 이런 모든 것이 녹아내린다면 우리가 살아갈 수 없을 것이다. 시간의 끝은 상상이 가능하지만, 아무도 우리가 지금 이 순간 자신의 죽음에 대해 의식하는 것처럼 이를 직접 경험할 일은 없을 것이다.

먼 후손들이 시간의 종말에 다가갈 때, 후손들은 점점 더 적대적인 우주에 맞서야 할 테고 애써본들 달리 피할 방법도 없을 것이다. 사실 우리는 시간의 종말에 그저 앉아서 당해야만 하는 존재가 아니라 가해자다. 우리는 살아 있는 동안 에너지를 열로 바꾸며 우주의 쇠락에 일조하고 있지 않은가. 시간은 없어지겠지만 우리는 살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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