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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라마와의 랑데부
아서 C. 클라크 지음, 박상준 옮김 / 아작 / 2017년 3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퍼스트 콘택트' 혹은 '미지와의 조우' 등은 소설과 영화의 제목과 함께 다양한 변조를 보이며 하나의 장르화가 되다시피한 주제이다. 「유년기의 끝」에서 사변적인 논조로 지적 외계 문명과의 접촉을 다루기보다는 인류 문명의 한계를 자조적으로 그려냈던 작가는 「라마와의 랑데뷰」에서 미스테리적인 필치로 지적 '외계 문명과의 접촉'을 다룬다.
「유년기의 끝」과 마찬가지로 「라마와의 랑데뷰」는 우리의 과학문명을 훨씬 뛰어넘는 외계문명을 다루지만 보다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배경과 주인공들의 반을을 통해 미지의 세계를 함께 경험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두 작품에서 인류와 외계 문명의 반응은 분명한 차이를 보이는데 「유년기의 끝」에서 구체적인 목적을 가지고 접근해온 외계 문명에 대해 무력하게 외계 문명의 의도대로 순응하며 소극적이었던 인류의 반응과 달리, 「라마와의 랑데뷰」에 등장하는 외계 문명은 도무지 그 의도를 파악할 수 없으며 탐험대와 행성대표회의의 행동도 보다 적극적이고 주도적으로 외계 문명과의 접촉에 대응하는 모습으로 그려지고 있다.
「유년기의 끝」(1953년)과 「라마와의 랑데뷰」(1973년)에 이어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1968년), 「2010 스페이스 오디세이」(1982년), 「2061 스페이스 오디세이」(1987년) 그리고 「3001 최후의 오디세이」(1997년)로 이어지는 그의 작품에서 공통적으로 우리 인류는 발전 가능성은 있지만 보다 성숙한 외계 문명의 지도를 받아야 하는 불안정하고 미성숙한 이제 막 눈뜬 문명으로 그려지는데 이는 우주 개발을 막 시작하여 우주로의 첫 발을 내딛기 시작하여 달을 정복하고 우주왕복선으로 지구 궤도를 상시 운행하던 시대이며 동시에 핵 억제력으로 유지된 냉전시대를 살았던 때문이리라.
'충분히 발달한 과학 기술은 마법과 구별할 수 없다'라고 주장한 '아서 클라크의 3원칙'의 제3법칙은 이들 작품에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