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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호의 악몽 2 ㅣ 버티고 시리즈
댄 시먼스 지음, 김미정 옮김 / 오픈하우스 / 2015년 7월
평점 :
절판
최근 온난화로 인해 북극해가 따뜻해져서 만년빙이 녹아내리고 한 번도 인간에게 내주지 않았던 빙해의 항로가 열리고 있다고 한다. 2030년이 되면 북극에는 더이상 얼음이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는 충격적인 소식마저 들린다.
이런 시대에 여름에도 모든 바다를 꽁꽁 얼려버리는 북극에 대한 소설을 읽고 있으니 기분이 참 묘하다. 댄 시먼스의 필력이 대단한건지 맛깔스레 우리 글로 옮겨낸 역자의 역량이 대단한 건지 소설 속 선원들의 추위와 언제 나타나 덮쳐올지 모르는 괴물에 대한 공포는 시종일관 무겁게 옥죄어져왔다.
부족한 난방과 애초 난방을 무의미하게 만드는 추위, 그리고 보잘 것 없는 기준 이하의 식사가 이어지는 좌절 속에 진작 포기하고 쓰러졌어야 할 선장과 선원들은 내내 묵묵히 평상의 일과처럼 함선을 유지하기 위한 업무를 감내해낸다. 3년을 넘게 말이다!
그런 가운데 잊을만 하면 갑자기 튀어나와 이해불가능한 위력을 발휘하여 종이장처럼 선원들을 찟어발기고 잡아먹고 농락하며 안개처럼 사라지는 괴물의 존재는 존 W. 캠밸 주니어의 단편소설 《Who goes there?('The thing'이라는 제목으로 영화화되었다.)을 연상하게 했지만, 댄 시먼스의 소설은 시종일관 인간의 발걸음을 거부하는 북극이라는 미지의 자연이 주는 절망감이 주는 심연의 공포에 촞점을 맞추고 있다.
인간의 이해를 뛰어넘는 자연의 경이 앞에 종교에 귀의하듯 자연의 일부분이 되어가는 함장 크로지어의 마지막 반전적 결말은 댄 시먼스가 독자에게 주는 보너스같다.
올 봄, 리틀리 스콧 감독에 의해 AMC를 통해 드라마화되기까지 했으니 댄 시먼스의 필력은 공인된 듯하다. 호러물은 내 취향이 아니지만 용기를 내서 드라마도 도전을 해볼까한다.
그리고, "북극곰을 살립시다!" 우리 시대에 더이상 인간의 발길을 거부하는 만년빙 속 북극은 역사 속 이야기가 될지도 모르겠다.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