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력파, 복잡계, 새로운 발견으로 늘어가는 주기율표 등은 내게 흥미는 있지만 잉여처럼 여겨지는 과학 단편일 뿐이다. 최근에는 코로나로 인한 경기침체로 먹고 살기에 급급해져 더욱 이런 대중적이지 못한 학문이 깊은 뿌리를 내리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천조국이라 불리는 미국은 이 잉여의 과학에 집중하여 지속인 발전의 동력으로 삼고 있다. 잉여조차 집중이 가능한 여유가 부러울 따름이다. 우리가 따라갈 방법은 국제적 성과를 내기 위해 스포츠계가 취했던 엘리트 체육 시스템을 적용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아니 성과라는 결론이 필요하기에 엘리트 체육 시스템은 오히려 부적당할까.역시 잉여에 집중할 수 있는 여유가 부럽다. 그래서 이런 잡지가 중요할지도.
에픽 #01에 강한 인상을 받아 또 구매한 에픽 #02. 구술생애사란 생소한 타이틀을 가진 최현숙 작가의 홈리스인의 사는 이야기는 여지없이 내게는 강렬한 여운을 남긴다.
한국에도 적용될지 모르겠지만 미국에서는 이렇게 말하곤 한다. 현재의 일을 실행하는 그룹은 당신의 지금 월급을 벌고, 미래를 위해 새로운 것을 발명하는 그룹은 당신의 퇴직연금을 벌고 있다고.
<백조>는 1922년 문화사에서 배재학당과 휘문의숙 출신의 문학청년들이 모여서 발행한 문예동인지이다. 박종화, 홍사용(발행인), 나도향, 박영희 등 교과서를 통해 익히 알려진 작가들이 주축이 되어 1922년 1월 창간하였다. 격월간으로 계획되었으나 발행이 순조롭지 못하여 1922년 5월에 2호, 1923년 9월에 3호를 내고 종간되었다.이들은 '백조파'로 묶어서 지칭될만큼 나름의 고유힌 문학적 경향을 띄게 되었는데, 3.1운동 실패 이후 민족적 비관과 절망으로 감상.낭만.퇴폐,유미적인 성격을 갖게 된다.(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위키백과 참고)백조 창간 100주년을 맞아 노작홍사용문학관에서 계간지로 복간되었다. 제호도 종간된 '3호'를 이어서 '4호'부터 시작된다. 복간 특집 기사로 백여 년 전의 <백조>를 학술적으로 재조명해보며, 홍사용의 손자 홍순준의 회고담도 함께 실렸다.복간된 '4호'의 주제는 '레트로-토피아(retro-topia)'다. 한국 문화 전반에 불고 있는 '레트로 열풍'을 다루는데, 개인적으로는 새로운 세대와 환경 속에서 <백조>의 복간이 추구하는 지향점이나 의미에 중점을 둔 주제를 찾았으면 좋지 않을까 싶다. '레트로'라는 주제를 첫 번째로 다루는건 왠지 지나치게 과거지향적인 노스텔지어에 기대는게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있다. 과거에 대한 향수란 달콤하지만 시대가 변하는 속도감을 못 따르는 반발일 수도 있다.유치환 시인은 그의 시에서 '노스텔지어의 손수건'이라는 표현으로 현실에 묶여 실현하기 어려운 이상향에 대한 의지를 표현했다. 100년이라는 거창한 유산을 스스로 떠안은 <백조>가 추구하는 바가 단순히 옛 정서에 기댄 '용두사미'가 되지 않기를 바라며 다음 호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