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는 내가 홀로 있는 방식 민음사 세계시인선 리뉴얼판 24
페르난두 페소아 지음, 김한민 옮김 / 민음사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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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소아는 수많은 이명으로 활동을 한 포르투칼의 대표적인 시인이다. 다중인격적으로 확연히 구별되는 자아에 다른 이름을 부여하여 수많은 이명으로 활동을 한 페소아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연구에 가까운 공부가 필요하지 않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시집에 실린 '양 떼를 지키는 사람'이라는 산문에 가까운 시는 특별한 준비 없이 편안하게 그대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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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율 따위 난 아무래도 좋다. 나란히 선
나무 두 그루가 똑같기란 드문 일.
꽃들이 색을 지니듯 나는 생각하고 쓰지만
스스로를 표현하는 방식에 있어서는 덜 완벽하다
왜냐하면 온전히 외형만으로 존재하는
자연의 단순성이 내게는 없기에.

나는 본다 그리고 감동한다,
물이 경사진 땅으로 흐르듯 감동하고,
내 시는 바람이 일듯 자연스럽다......

- 양 떼를 지키는 사람 | 알베르투 카에이루

페소아를 더 알고 싶은 마음에 이 시집을 번역한 김한민 작가의 책 '페르난두 페소아' (아르테)를 바로 구매했다. 기회가 되는대로 국내 출간된 페소아의 다른 시들도 감상해볼 생각이다. 시집 말미에 상당한 지면을 할애하여 페소아를 소개하는 글이 실려 있어서 페소아에 대한 이해를 돕고 있다. 포르투칼어와 함께 병행 배치되어 발음이라도 찾아서 원어로 읽고 싶은 충동을 일으킨다.

김한민 작가는 페소아를 포르투칼어로 읽고 싶은 마음에 포르투칼 포르투대학에서 페소아 문학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을 만큼 페소아 덕후이다. 페소아의 작품 대부분을 번역한 어쩌면 국내 유일의 페소아 연구자. 김 작가가 추천하는 페소아의 시를 감상하는 법은 의미나 스타일을 파악하려 하지 말고 마음 가는 대로 아무 쪽이나 펼쳐 읽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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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고양이로소이다 현암사 나쓰메 소세키 소설 전집 1
나쓰메 소세키 지음, 송태욱 옮김 / 현암사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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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고양이다. 이름은 아직 없다.'

근본없이 태어나 인간에게 구조된 길냥이치고는 참 뻔뻔하다고 생각했다. 목숨을 구해줬으니 당연 넙죽 업드려 살살거려야 하는데 오히려 도도하게 사람들을 품평하는 폼이라니.

애완동물로는 당연 개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다가 고양이로 생각이 바뀌게 된 계기가 된건 주인없이 떠돌던 길고양이를 만나게 되면서 부터였다. 나이가 꽤 들어보였는데 어디서 흘러들어온 녀석인지는 몰라도 어느날부터인가 이곳 저곳을 다니며 사람들에게 먹이를 얻어먹기도 하고 제 집인냥 건물을 드나들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날 마주쳤는데 나를 투명인간 취급을 하더니 갑자기 스스럼없이 내게 다가와 다리 사이를 왔다갔다하면서 머리를 부벼대는 거였다. 그 날 제대로 심쿵한 느낌을 받았고 주인 아닌 집사를 자처하면서 고양이를 키우는 애묘인들을 이해할 수 있었다. 한동안 제 구역인냥 돌아다니다 처음 나타났을 때처럼 갑자기 사라져서 서운했던 기억이 있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의 등장인물들은 한결같이 교양인으로 자부하는 사람들이다. 중학교 영어선생이며 고양이의 주인인 구샤미와 미학자를 자처하는 메이테이 선생, 그리고 박사 준비를 밟고 있는 간게쓰군 등 다양한 인물들이 우리네 사랑방 같은 분위기로 구샤미의 집에 모여 자신들만의 지식과 가치관을 재기넘치게 쏟아내기도 하고 가네다 일가를 배금주의에 물든 속물 취급을 하기도 하지만 결국 현실에 적응하지 못해 한담이나 나누는 자발적으로 소외된 무의도식자들이다.

고양이는 뻔뻔스럽게도 교양을 갖춘 인간인냥 그들 속에서 우쭐대며 때로는 동정하기까지 한다.

'무사태평해 보이는 이들도 마음속 깊은 곳을 두드려보면 어딘가 슬픈 소리가 난다.'

고양이 목숨은 아홉 개라고 했건만 우리 주인공은 길지 않은 삶을 되돌아보며 적적함을 달래기 위해 처음 맛본 맥주에 취해 풍류를 즐기다 물에 빠지게 되고 의연하고 담담하게 죽음을 맞이하는 것으로 소설은 막을 내린다. 주인공으로써의 품위와 풍류, 기개를 끝까지 잃지 않는 고양이는 예전에 나를 심쿵하게 만들었던 길냥이를 다시 한 번 떠올리게 한다.

두꺼워서 한 번 읽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렸음에도 고양이가 풀어내는 해학에 키득키득대며 읽었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현학적인 씁쓸함을 주는 두 가지 맛이 절묘하게 조화된 칵테일 같은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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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장 신성한 왕의 살해

이승의 번뇌와 열망에서 멀리 벗어난 채 산다는 높은 신들도 마침내 죽는 것으로 믿었다면, 연약한 육신의 장막에 거주하는 신이 그 같은 운명을 피한다는 것은 기대할 수도 없는 일일 것이다. - P2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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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적분학은 한마디로 변화를 다루는 학문이다. 아니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무엇인가가 변화하는 비율을 다루는 학문이다. - P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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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고통으로부터의 위대한 구원이며 삶을 가볍게 만드는 것이다. 그렇지만 창조히른 자가 되기 위해서는 고통과 많은 변신이 필요하다. 프리드리히 니체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 P4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나이가 들수록 더 여유로워지고, 반면 경험에는 덜 개방적이다. 좁은 범위의 삶을 살아온 사람들은 더 신경질적으로 변할 수 있다. 새로운 생각과 경험에 자유로운 사람들은 더 외향적으로 변한다. - P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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