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흉하게 꿈꾸는 덱스터 모중석 스릴러 클럽 4
제프 린제이 지음, 최필원 옮김 / 비채 / 2006년 8월
평점 :
절판


미국의 신예 스릴러 작가 제프 린제이의 첫번째 작품. 경찰이면서 연쇄 살인을 저지르는(악당들만), 덱스터 모건이 주인공인 시리즈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지금 소개하는 덱스터 모건 시리즈 제1작 <음흉하게 꿈꾸는 덱스터>의 원제는 'Dakly Dreaming Dexter'이고, 작년에 나온 덱스터 2탄의 제목은 <끔찍하게 헌신적인 덱스터Dearly Devoted Dexter>. 내년에 나올 3탄의 제목은 <Dear Daddy Dexter>이다. 보시다시피 앞자가 모두 D로 시작된다. 그래서 붙여진 별명이 DDD 시리즈. 작가가 제목 코디에도 꽤 공을 들였다는 것을 보여주는 재미있는 작명이다.



읽어보니 미국에서 꽤 많은 인기를 모으고 있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그것은 바로 미국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슈퍼 히어로물의 익숙한 설정들을 차용하거나 패러디했기 때문이었다. 슈퍼 히어로의 익숙한 공식. 어린 시절부터 남다른 능력을 보이던 소년이 커 가면서 자신의 성장 배경을 깨닫는다. 한동안 자신의 힘에 도취하던 소년은 마음으로 다가오는 조력자(<슈퍼맨>에서는 아버지, <스파이더맨>에서는 삼촌)에게 힘을 함부로 사용하지 말라는 충고를 듣는데, 이 과정에서 조력자는 대부분 죽어가면서 그런 충고를 한다. 이제 진정한 슈퍼히어로로써의 사명감에 눈뜬 소년은 제2차 각성을 하고 정의를 위해 싸운다.



덱스터는 영락없는 슈퍼히어로이다. 남다른 성장배경을 가진 그는 어렸을 때부터 각종 동물을 죽이는 걸 좋아했다. 보름달이 뜨면 살해 본능에 허덕이는 덱스터의 비밀을 깨달은 양아버지이자 경찰인 해리는 그의 본성을 억제할 수 없다는 걸 알고는 기왕 죽이는 거 앞으로는 악인들만 죽이라고 충고한다. 충실한 아들인 그는 양아버지 해리에게 각종 경찰의 수사 비법, 미행을 피하거나, 수사의 요령 등을 배워 슈퍼히어로(?)로 거듭난다. <배트맨>이 배트카나 배트랑 등의 무기 사용법을 연마하는 것과 비슷한 설정이려나. 이제 무적이 된 덱스터는 아예 경찰계에 투신해 수사에 참여하면서 동료경찰을 쏙쏙 피해, 악인만 골라 죽이는 '호미사이드맨 덱스터'가 된 것이다.



이번 작품에서 덱스터는 마이애미 일대에서 자행되는 창녀 연쇄살인의 소용돌이에 휘말린다. 마이애미에서 자신 말고 또다른 연쇄살인 예술가가 있다는 걸 알고는 흥분하는 덱스터. 그런데 신기한 것은 번번이 자기가 꾸는 꿈에 등장하는 장소가 살인이 벌어진 곳이었다는 것. 혹시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가 죽인 거 아닐까 하고 번민하는 덱스터. 몽유병 같은 걸로 말이다. 계속되는 덱스터의 꿈, 계속되는 살인, 계속되는 번민...덱스터의 '음흉한 꿈'의 정체는 무엇일지 추측해보기 바란다.



전체적으로 '파일럿 프로그램'을 보는 듯한 인상을 받았다. 왜 미국에서는 TV드라마가 시작되기 전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시청자들의 반응을 떠보고, 주요 등장인물을 소개하고, 대강 어떻게 진행되는 이야기라는 걸 보여주지 않나. 그런 것처럼 <음흉하게 꿈꾸는 덱스터>도 덱스터 시리즈의 파일럿 역할을 한다. 경찰 연쇄살인범 덱스터와 인간의 감정이 없는 그를 흔들리게 만드는 의붓동생 데보라, 동료들의 의심을 피하기 위해 맘에도 없는 데이트를 했지만 어느결에 약간 가까워진 리타, 덱스터에게 본능적인 적개심과 의심을 품고 있는 독스 경사 등을 소개해 다음 편부터 이들이 어우러져 한바탕 난리를 피울 것임을 암시한다. 이번 작품도 볼만 하지만 앞으로가 더욱 재미있어질 것으로 보인다. 참고로 드라마화도 된단다. <덱스터>라는 이름으로 11월에 방송 예정이니, 요즘 미국 드라마 애호가들도 많은 터라 국내에서도 곧 화제가 될 것 같다.



로렌스 샌더스의 '맥널리 시리즈'에 등장하는 유쾌한 탐정 아치 맥널리를 보는 듯한 덱스터의 유머 감각이 경쾌해, 끔찍한 살인 현장도 그리 부담스레 다가오지 않는다. 한 방의 반전이나 치밀한 추리가 등장하지는 않지만 덱스터라는 매력있는 주인공이 읽기 그리 부담스럽지 않은 분량 안에서 이리저리 좌충우돌하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적당히 상쾌한 독서가 된다. 만약 이 작품을 읽은 분들이라면 다음 편을 몹시 기대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다행히 속편 <끔찍하게 헌신적인 덱스터>도 출간 예정이라니 안심하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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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6-08-14 1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2편을 봐야 이 시리즈의 진가가 판단될 듯 싶어요^^

한솔로 2006-08-14 1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다이님과 물만두님이 보는 눈이 어쩜 이렇게 비슷하실까. 역시 고수란!

jedai2000 2006-08-14 1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물만두님...동감입니다. 1편 결말은 사실 좀 심심하죠. ^^

한솔로님...그러게요. 저도 놀랐습니다. 저는 원래 제 리뷰를 쓰기 전에는 다른 분 것을 보지 않는데, 다 쓰고 읽어보니 거의 비슷해 놀랐습니다. 이거 알라딘 절대강자 물만두님 글 베낀 거로 오해 받으면 서재 생활 끝장일 것 같네요 -_-;; 글구 고수는 물만두님이시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