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우스트 - 2006, Spring VOL.1 창간호
마이조 오타로 외 지음 / 학산문화사(잡지) / 2006년 4월
평점 :
절판


<파우스트>하고 거창한 제목을 달았는데, 괴테와는 전혀 무관한 일본 문예잡지의 이름이다. 일본에서 가장 큰 출판사인 고단샤에서 발행하는 잡지로 알고 있는데, 국내 출판사와 합의해 한국판을 낸 것 같다. 문예잡지라고 해서 난해하고 뜬구름 잡는 순문학 잡지는 아니고, 현재 일본에서 가장 인기 있다는 라이트 노벨이라는 장르를 주로 소개하고 있다. 라이트노벨을 영어로 쓰면 Light Novel인데 말 그대로 가벼운 소설이라는 뜻인 듯.

 

사실 명색이 라이트노벨을 다루는 잡지인데, 국내 독자들에게는 생소한 개념이니만큼 첫 호에서 라이트노벨의 개관과 역사를 소개하려 노력하고 있다. 라이트노벨 소설가인 니시오 이신, 타키모토 타츠히코 등과 대담을 하기도 하며, 전문가가 쓴 '라이트노벨의 역사와 파우스트'라는 꼭지도 있었다. 꼼꼼하게 다 읽어봤지만 역시 라이트노벨의 개념에 대해 잘 모르겠다. 사실 자기네들도 잘 모르는 것 같더라. 다만 일본에서는 그 역사가 꽤 길고, 애니메이션이나 미소녀 게임, 신본격 미스터리 등에 영향을 받은 젊은 작가들이 다양한 주제와 소재로 작품을 쓰고 일러스트를 첨가하는 것 정도로 이해하면 좋을 듯하다.

 

재미있는 건 초창기 라이트노벨의 유행을 몰고 온 대표적인 작가로 책에서는 교고쿠 나츠히코와 아리스가와 아리스를 지목하고 있다는 것. 이 두 사람은 대표적인 추리소설가인데...도무지 뭐가 뭔지 모르겠다. -_-;; 아무튼 <공의 경계>라는 작품이 라이트노벨의 히트작이라고 하더라. 국내에도 나왔으니 한번 읽어보련다.

 

아무튼 <파우스트>에는 어떻게든 라이트노벨을 소개하기 위한 눈물겹고도 다양한 특집기사가 수록되어 있으며, 다섯 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이 중에서 마이조 오타로라는 작가는 아쿠타가와 상 후보작을 내기도 하는 등 꽤 잘 나가는 작가인 듯했다. 이 사람의 단편 <드릴 홀 인 마이 브레인>은 나중에 제대로 읽어보려고 미뤘다. 그외 니시오 이신의 <신본격 마법소녀 리스카>는 초등학생 여자 마법사와 <불야성>의 류젠이를 방불케하는 협잡꾼 초등학생 남자애가 팀을 짜 살인사건을 해결하는 추리 단편이다. 우습게도 마법이 등장하지만 사건을 그래도 '논리적으로'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자세가 이뻤다. 사토 유야의 <붉은 색 모스크뮬>은 엽기의 끝을 달리는 작품이다. 잔인하기만 하지 솔직히 별다른 재능은 느껴지지 않는다. 그외 강병융의 <있거나 혹은 없어도>, 이이노 켄지의 <로스타임>은 보는 동안 한두 번쯤 웃겨주는 그야말로 '가벼운' 소설들로 있거나 혹은 없어도 별 무리가 없을 것 같다.

 

전체적으로 시간 때우는 용도로 보기에는 큰 무리가 없는 작품들이다. 아마 2호가 나와도 구입할 것 같다. 가장 재미있는 기사는 <철학자의 밀실>을 쓴 추리소설가 가사이 기요시와 <공의 경계>의 나스 기노코 작가들의 대담. 가사이 기요시의 자만심은 하늘을 찌르고, 나스 기노코의 납짝 엎드린 처세가 일품이었다. 가사이 기요시가 당신 작품 중 이런 점이 좋더군, 하면 나스 기노코는 바로 선생님 작품에서 영향을 받은 것입니다. 그러면 가사이 기요시, 허허 그랬나. 뭐 이런 흐름으로 전개되더라.

 

아무튼 가사이 기요시의 촌평이 인상적이었는데, 라이트노벨 미스터리계 작가들은 일본 추리소설의 두 전통 '논리적인 해명'과 '람포, 세이시 풍의 비정상적인 배경' 중에서 후자만을 승계 받은 것 같다고 느낀단다. 그중 <클락성 살인사건>의 키타야마 타케쿠니가 비교적 전자에 노력을 기울이는 편이며, 니시오 이신도 그렇단다. 오츠 이치는 라이트노벨계 작가지만 본격 미스터리도 굉장히 잘 쓴다며 후하게 평가를 내려 '주시고' ㅋㅋ 또 가사이 기요시가 나스 기노코에게 신본격을 한번 써보라고 조언하자, 나스가 바로 제까짓게 어떻게 하며 꼬리를 내리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뭐 신본격은 자기에게 종교라나, 함부로 훼손할 수 없다나..^^  어쩌면 신본격이나 본격 추리소설가들이 라이트노벨계 추리소설가들을 너무 짓밟아 기가 꺾였나, 뭐 이런 생각까지 들 정도였다. 기죽지들 말고 열심히 쓰기 바란다. 뭘 써야 걸작도 나오는 법 아니겠는가 ^^

 

마지막으로 흥미로운 예고 몇 편. <파우스트>를 낸 학산 출판사에서 미스터리 라이트노벨을 몇 편 낼 예정이란다. 개인적으로 기대하고 있는 마이조 오타로의 <연기, 흙 혹은 희생물>. 제19회 메피스토 수상작인데, 평이 좋았던 걸로 알고 있다. 외과의사가 연쇄주부구타생매장 사건의 희생자 중 한 명이 자신이 어머니인 걸 알고 고향으로 내려와 사건을 추리하는 내용이란다. 그리고 니시오 이신의 <잘린머리 사이클> 제23회 메피스토상 수상작이다. 절해고도, 거대 밀실에서 연쇄 살인이 벌어지자 모여 있던 천재들이 치열한 두뇌싸움을 펼치며 범인을 잡는단다. 내용은 좋아 보인다. 마지막으로 사토 유야의 <플리커 스타일>. 아마 이 작품도 메피스토 수상작일 거다. 여동생의 유괴 살인으로 폭주하는 주인공이 등장한단다. 뭐 전부 재미있을 것 같은 작품들 뿐이니 기다렸다가 꼭 읽어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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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6-07-10 2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지막으로가 확 눈길을 사로잡았다구요^^

상복의랑데뷰 2006-07-11 09: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읽으셨군요 ^^

jedai2000 2006-07-11 09: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물만두님...곧 나온다니 기다려보세요. ^^

상복의 랑데뷰님...예. 한가할 때 한 편씩 다 봤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