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건전한 성인 남성의 휴식 공간인 만화방에서 건진 좋은 작품이 있어 소개해 올린다. <사라진 이틀(한오치)>과 <클라이머즈 하이>가 국내에 소개된 바 있는 요코야마 히데오 원작 만화가 나와 있었던 것이다. 요코야마 히데오는 기자 출신의 작가로 미스터리 소설 분야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국내에 소개된 작품을 모두 읽어 봤는데 미스터리 요소는 2%부족하지만, 재미와 감동은 탁월한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사실 <클라이머즈 하이>에는 범죄나 추리, 반전 등 추리소설의 필수요소는 별로 나오지도 않는다(하지만 재미와 감동은 빼어나다). 미스터리 요소가 별로 없는 미스터리 소설로 성가를 높이고 있는 이색적인 작가인 것 같다.
어제 본 작품은 <강력1반>이라는 제목인데, 현재 4권까지 출간되어 있었다. 이 작품이 요코야마 히데오의 원작 소설을 각색한 것인지, 아니면 작가가 오리지널 스토리를 써주고 있는 것인지는 모르겠다. 이 부분에 대해서 정보가 있으면 가르쳐주기를 요청하는 바이다. <강력1반>은 요코야마 히데오의 장기인 조직을 그리고 있다. 조직이라고 해서 어깨에 힘들어간 그런 분들을 말하는 게 아니라 경찰 조직, 기자 조직할 때의 그 조직이다. 이 작가는 그런 조직 내에서 벌어지는 온갖 일들을 꿰고 있다. 특히 조직안에서 권력을 두고 벌어지는 암투와 힘겨루기를 그리는 역량은 일본 제일인 것 같다. <강력1반>에도 작가의 장기는 발휘된다. F현경 수사과의 경찰들을 그리면서, 경찰 수사의 재미와 경찰 조직내 파워게임을 지켜보는 재미를 동시에 안겨준다.
이 작품은 독특하게도 각 권의 주인공들이 전부 다르다. 1권에서는 F현경 수사과 1반 반장인 구치키가 주인공이다. 이 사람은 별명이 파란 귀신인데 절대로 웃지 않는 남자이다. 그가 웃지 않는데는 이유가 있는데, 자세하게 나오진 않는다. 앞으로 작품이 진행되면서 나올 것 같다. 2권은 수사과 2반 반장 마사미가, 3권은 수사과 3반 반장이 주인공이다. 4권은 1,2,3반을 모두 통솔하는 수사과장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각 반의 수사 스타일은 지휘관의 취향에 따라 다른데 1반 반장 구치키는 정공법, 공안 출신인 2반 반장 마시미는 공안다운 편법과 아슬아슬하게 위법성을 넘나드는 도박성 강한 수사, 수사의 천재 3반 반장은 직감을 중시한다. 각기 다른 반장들의 매력이 이 작품의 최고 포인트이다. 옆 표지에서 위의 가장 크게 그려진 얼굴이 1반 반장 구치키, 아래 작은 얼굴 중 왼쪽이 3반, 오른쪽이 2반 반장 마사미이다. 이 세 사람이 검거율을 놓고 라이벌전을 벌이기도 하며, 협력하기도 하는 모습이 흥미진진하게 그려진다.
가장 재미있는 건 2권 <제3의 시효>라는 작품이었다. 위에도 언급했듯이 2반 반장 마사미가 주인공이다. 15년 전의 강간 살인의 용의자가 시효 만료를 맞아 나타난다. 그러나 그가 한 가지 몰랐던 것은 국외에 체류한 기간은 시효에 계산되지 않는다는 것. 일주일간 대만에 있었던 그의 시효는 일주일이 연장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일주일의 시효 연장도 무위로 돌아가고 그를 체포하지 못한 2반 직원들이 낙담할 때, 마사미는 제3의 시효가 있다고 주장하며 수사를 지휘한다.감정이 없는 냉혈한 같은 마사미의 날카로운 카리스마가 빛나는 작품으로, 그가 제시하는 놀라운 편법과 잔재주를 보면 감탄을 금할 수 없다. 개인적으로 1반~3반까지 중 가장 좋아하는 반장이다. 이 사람이 주인공인 작품이 또 나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