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스 렌델 여사

<뮤즈의 홀>의 원제는 'From Doon with Death'로 무려 루스 렌델 여사의 데뷔작입니다. 현일사라는 출판사에서 91년에 출간됐네요. 예전에 우연히 입수해 아주 귀하게 간직하고 있는 책인데 분량도 적어 주말을 맞아 가볍게 읽어보았습니다. 역시 루스 렌델 여사다운 재미있는 작품으로 레지널드 웩스포드 경감이 등장하는 첫 작품입니다.

영국의 킹즈마크햄이라는 작은 마을에서 마가렛 파슨스라는 여자가 실종됩니다. 다음 날 그녀가 킹즈마크햄과 조금 떨어진 농장에서 시체로 발견되자 웩스포드 경감과 부관인 버덴이 사건의 조사에 나섭니다. 살해된 마가렛은 두 사람이 보기엔 촌스러운 시골 여자에 다름 아니었지만, 그녀의 남편에게는 재치있고 편안한 살림꾼이었고, 열심히 교회에 나가는 전 국민학교 선생님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녀의 얼굴은 이게 전부가 아니었습니다. 우연히 발견된 편지에서 그녀를 민나라고 부르며 열정적으로 사랑하는 '둔'이라는 사람이 용의자로 등장합니다. 둔은 낭만적이고 열정적인 사랑을 갈구하며 미치도록 그녀를 사랑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많은 얼굴을 가진 마가렛의 죽음의 비밀을 밝혀내기 위한 웩스포드 경감의 추리가 펼쳐진다는 내용입니다.

64년에 출간된 작품으로 국내에 나온 그녀의 다른 작품들과는 달리 본격 추리에 가까운 작품입니다. 애거서 크리스티의 후계자로 불리우는 그녀의 면모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 작품의 1부에서는 현재 마가렛의 죽음에 대한 조사가 이뤄지고, 2부에서는 그녀의 과거를 찾고, 3부에서 사건을 해결하는 구성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애거서 크리스티가 살해당한 사람의 됨됨이를 다른 이의 회상으로 재구성해 짜릿한 재미를 안겨주는 것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만 데뷔작답게 웩스포드 경감이 진범을 알게 되는 과정이 조금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 아쉬웠습니다. 그러나 당시에도 그녀의 문장력이나 필력이 예사롭지 않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게 해주는 작품이었습니다.

1930년생인 루스 렌델 여사는 원래 기자 출신으로 데뷔작 <뮤즈의 홀>에서 등장시킨 웩스포드 경감을 주인공으로 한 시리즈를 다수 썼습니다. 이 시리즈는 작년에도 출간되는 등 여전히 진행 중인 시리즈입니다. 그 외에도 <내 눈에 비친 악마>나 <유니스의 비밀>같은 독립된 작품들을 꽤 많이 남겼구요. 놀랍게도 바바라 바인이라는 이름으로 또 걸작들을 다수 출간합니다. 가히 현대 추리소설계의 신화적 존재 중의 한 명입니다. 작품의 질과 양, 추리문학상 수상작들의 수를 세어보아도 그녀와 대적할만한 추리소설가는 현존하지 않습니다.

<내 눈에 비친 악마>와 , 바바라 바인 명의의 로 영국의 골드대거상을 탔고, 역시 바바라 바인 명의로 쓴 로 미국의 에드거상을 수상했습니다. 모쪼록 제가 적은 이 작품들 만이라도 국내에 소개됐으면 하는 바람으로 이만 맺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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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6-03-12 19: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가지고만 있고 그냥 있다는 사실에 흐뭇해 하고 있습니다. 읽어야 하는데요 ㅠ.ㅠ

jedai2000 2006-03-12 19: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물만두님 쵝오! 없는 책이 없으시군요.^^;;
솔직히 옛날 책이라 번역은 별로지만 재미있었습니다. 뒤로 갈수록 단숨에 읽을 만큼 흡인력이 있어요. 어차피 집에 있는 책, 없어질 것도 아니고 천천히 시간날 때 보세요..^^;;

상복의랑데뷰 2006-03-26 0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 책들일수록 점점 더 안 읽게 되지요 ^^

jedai2000 2006-03-28 0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죠. 헌책을 구해놓긴 하지만 새책에는 순위가 밀리는 법이죠. 웬지 낡고 지저분해 보여 손도 안 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