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집에서 다운 받은 드라마들을 4시간쯤 보았다. 일본 드라마 <트릭>의 2005년 신작스페셜도 보았는데, 너무 재미있어 짤막한 소개글을 남긴다. 처음 본 작품이라 검색을 좀 해봤는데 무려 3기까지 나왔고, 극장판도 있었다고 한다. 극장판은 다운 받아 놓았다...신작스페셜을 보니 내년 6월에 극장판 2편도 나온다고 하더라...

 

 

  <트릭>은 인기 하나도 없는 거리 마술가 야마다 나오꼬라는 여인과 대학교 교수인 우에다가 콤비를 이뤄 불가사의한 초능력에 얽힌 트릭을 해결한다는 추리물적인 구성을 보여준다. 비록 신작스페셜 한 편 보았지만, 대충 스타일을 파악할 수 있었는데 추리물로서의 트릭도 만족스럽고 무엇보다 주인공들이 정말 귀엽고 웃긴다.

 

   <고쿠센>에 나왔던 나카마 유키에가 야마다 역을 맡았는데, 매력적이다. 그녀가 만드는 황당하면서도 유쾌한 상황들이 작품 재미의 90%쯤은 되는 것 같다. 우에다 역을 맡은 아베 히로시도 멋지지만, 우에다는 잘난 척하고 뭔가 2%부족한 듯한 사람이라 더 호감이 가는 것 같다.

 

 

 

이번 편에서는 점성술사인 중년여자가 나온다. 그녀 점술의 비밀을 푼다는 명목으로 우에다를 포함한 4명의 대학교수가 나오는 방송이 진행 중이다. 갑자기 중년남자가 튀어나오더니 점성술사의 점술이 모두 사기라며 노발대발한다. 점성술사는 중년남자의 운명을 점치더니 오늘 방송 끝날 때쯤 심장마비로 사망할 것이라는 점괘를 내린다. 실제로 중년남자는 방송이 끝날 때쯤 가슴을 부여잡고 쓰러진 다음 사망했다. 방송 내내 중년남자를 카메라가 따로 찍고 있었기에 누구도 그에게 손을 댈 수 없었다.

 

이 놀라운 사건을 풀어내려는 4명의 대학교수와 야마다. 그러나 대학교수들은 점성술사의 점괘에 따라 한 명씩 죽음을 맞이하고...야마다와 우에다 두 사람에게도 위기의 그림자가 드리운다.

 

 

 

 

 

 

 

 

 

 

 이상이 대강의 줄거리이다. 호흡도 빠르고, 중간 중간 트릭의 비밀을 해결하는 장면들이 연속되어 지루할 틈이 없다. 가장 재미있었던 장면은 별사탕을 즐겨 먹는 대학교수의 별사탕을 야마다가 대뜸 훔쳐 먹는 장면..ㅋㅋ 그리고 허접한 싸움을 하면서 별사탕으로 에너지를 보충하는 우에다의 모습...ㅋㅋ (그 별사탕은 사건의 중요한 단서였지만 우에다가 모두 줏어 먹고 만다..^^;;)

 

일종의 유머 미스터리라고 해도 될 정도로 재미있었다. 사실 일본에서는 유머 미스터리도 꽤 인기있는, 먹어주는 장르다. 이쪽 장르의 대가인 소설가 아카가와 지로는 일본에서도 손꼽히는 부자 작가다. 황당할 정도로 가난해 끔찍한 살해 현장에서도 도시락을 챙겨 먹고 우주인 인형과 진지하게 대화를 나누는 야마다와 사건을 해결하는 그녀의 공을 날로 먹으려 드는 우에다가 펼치는 개그는 정말 배꼽을 잡게 한다..^^;; 이 드라마를 못 봐서 모르겠는데 두 사람이 결국 좋아하게 될 것 같다.

 

김전일을 연상케 하는 야마다의 사건 해결 직전 삿대질(?)과 함께 던지는 멘트도 너무 귀엽다.

"트릭은 전부 에브리씽, 에브리타임 풀렸다..ㅋㅋ"

 

핵심이 되어야 할 '트릭'들은 추리소설 강국의 드라마답게 잘 만들어졌다. 정신없이 웃다가 가끔 무릎을 치며 호오, 탄복하게 만드는 드라마인 것이다. 이 드라마가 비현실적이라며 폄하하는 사람도 보았는데 뭐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나올 수 있다.

 

이 작품에서도 사실 이런 복잡한 트릭을 구사할 이유가 없다. 사건의 공범은 자신들의 범행을 완성하기 위해 자살을 택했는데, 이렇게 복잡하게 한 명씩 살해할 것 없이 총으로 드르륵 쏘거나, 칼로 한 명씩 죽이면 된다. 그러나 이런 류의 추리물에서 현실성이라거나 인간의 심리, 혹은 개연성을 너무 문제삼는 것도 옳은 태도는 아니다.

 

상황에 맞는 지는 모르겠지만 계간 미스터리 가을호에 실린 추리애호가 장경현 님의 글을 인용해 보자...

"흔히 추리소설 애호가들은 추리소설의 문학성 문제 때문에 고민하고 갈등한다. 일반 문학 쪽에서 추리소설을 폄하하는 것에 반발하면서도 스스로는 뭔가 자격지심과 불안감이 있는 것이다. 그래서 더욱 작품을 평가할 때 '깊이 있는 인물 묘사와 유려한 문장'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추리소설은 그런 일반 문학의 기준에서 벗어나 있기 때문에 오히려 빛을 발하는 것이다...장르문학이 가지는 내적 논리와 고유성은 일반 문학의 인간 관찰, 사회 비판 등과 동등하게 가치를 인정받아야 한다."

 

미스터리라는 장르는 인간의 이성을 강조하는 19세기에 시작되어 고도로 양식화된 특성을 가지고 있다. 인위적이고 비현실적인 상황 속에서 인간의 이성으로 문제를 해결해내는 점이 그렇다. 이런 특징을 가진 장르가 미스터리인데, 그 것에서 현실성, 사회성 등을 지나치게 찾는 것은 붉은 것을 파랗지 않다고 욕하는 것과 같다. (물론 현실성, 사회성을 충족시켜 주는 미스터리 작품도 무수히 많다.)

 

<트릭>은 미끈하게 잘 만들어진 대중 추리 드라마다. 우리는 즐기기만 하면 될 뿐이다.

 

 

마지막으로 너무나 매력적인 나카마 유키에 사진 한 장..^^:;



 

 

     

 

 


댓글(11)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아영엄마 2005-12-10 2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푹~ 빠져서 열심히 챙겨봤었죠. ^^

하이드 2005-12-11 1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너무 재밌죠! 시즌 2까지 나왔던가요?

jedai2000 2005-12-11 2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영엄마님...네. 정말 재미있더라구요..^^;;

하이드님...저도 보지는 않았지만 시즌 3까지 나왔다네요. 언능 챙겨 봐야겠습니다..^^;;

비로그인 2005-12-14 1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즌 3에다 극장판 그리고 말씀하신 2005 신작 스페셜 다 챙겨봤는데 정말 너무너무 재미있었습니다! 신작 스페셜에서 나온 외계인 고무인형 '우나뉴페이구류성인' 정말 갖고 싶었답니다!ㅠ_ㅠ;

jedai2000 2005-12-15 1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나뉴페이구류 성인' 너무 귀엽죠..ㅋㅋ 근데 너무 정교해서 진짜루 말할 것 같더라구요. 얼마전에 <극장판>도 봤는데 재미있어요..^^;; 앞으로 시즌1부터 3까지 초스피드로 챙겨보겠습니다..^^;;

2005-12-15 17: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jedai2000 2005-12-16 1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사합니다. 비숍님..^^;; 제가 개인 사정상 일주일 후에 퇴사를 하는데, 제가 작업한 책에 대해 그간 보여주셨던 관심 잊지 못할 겁니다.^^;;

아영엄마 2005-12-16 2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물만두님 서재에서 퇴사하신다 소식 접했어요. 아쉬워라... 그래도 여기에는 종종 들리실거죠?^^

jedai2000 2005-12-16 2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사합니다. 아영엄마님..^^;; 당연하죠. 제가 여기 저희 책 홍보용으로 운영한 것도 아닌걸요. 제다이의 서재는 엄연히 제다이만의 것! 앞으로 더욱 가열찬 리뷰와 페이퍼를 보실 수 있을 겁니다. 이제 백수니 남는 게 시간이잖아요..^^;;

비로그인 2005-12-17 16: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다이님, 그럼 이곳에서 더 자주 봐요~!!^^;;

jedai2000 2005-12-18 0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요. 비숍님..^^;; 앞으로는 더 자주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