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나올 때 정신을 못 차릴 정도로 추운 걸 보면 겨울이 오긴 왔나보다. 겨울이 오면 눈부신 아침 햇살에 비친 그대의 미소가 아름다워요, 라는 노래가 생각이 난다. (가을인가?-_-;;)
작년 겨울에 칠공주라는 유아들이 부른 <Lovesong>이라는 노래를 즐겨 들었었는데, 요즘 거리에서 자주 들려오는 걸 보니 맘이 싱숭생숭하다. 벌써 한 바퀴 돌아 1년이 지났구나...개인적으로 한 번 노래에 필 꽂히면 하루 종일 흥얼거리는 버릇이 있어 주변 사람들을 힘들게 하곤 한다.
<Lovesong>의 '흰 눈이 기쁨되는 날, 흰 눈이 미소되는 날'이라는 도입부를 7시간 동안 300번쯤 흥얼거리자 같이 일하던 직원분에게 칼 맞을 뻔 했다. 인간의 살의라는 게 대단한 것이 아님을 깨달을 수 있었다. 그분이 잠깐 이성을 놓았다면 나는 이 자리에 없었을 것이다..-_-;;
어제도 건전(?)한 친구들(남자 4명-_-;;) 모임이 있어 집에 들어갔다가 택시를 타고 나갔다. 한 친구가 택시비를 지원해주겠다며 나오라고 꼬득여 나갔는데, 막상 가니까 택시비 일부 지원이라며 말을 바꾸더라. 택시비 10,000원 가량 나오는데 3,000원 지원 받았다...인간의 살의라는 게 대단한 것이 아니다. 내가 잠깐 이성을 놓았다면 그 친구는 죽었을 것이다.
여튼 어제도 보드게임방을 갔다. 대학교 4학년 때 보드겜에 미쳐 가산을 탕진하고 시간을 쏟아부은 적이 있는데 한동안 끊었다가 다시 하니 왜 이렇게 재미있는지..ㅋㅋ 요즘 많이 하는 겜은 <I'm the Boss>라는 겜이다.
이건 일종의 협상 게임이다. 플레이어들은 매턴마다 보스와 종업원이 되어 이익금을 분배하는데 분배하는데 다른 방법이 있는 게 아니다. 그저 말빨이다. 보스에게 잘 보이고 한 푼이라도 돈을 더 가져 가겠다며 이합집산을 벌이는 대표적인 우정파괴 게임이다.
어제는 나의 수난시대였다. 친구들이 어찌나 나에게만 까칠하던지 온갖 욕을 먹어가며 돈을 벌었는데 끝나고 보니 꼴등이었다..-_-;; 욕은 욕대로 먹고, 꼴등하고...이런 젠장찌게...^^;;
게임을 하는데 다른 테이블에서 아는 동생 한 명이 인사를 왔다. 그 동생은 여성분과 같이 게임을 하더군...빠직. 우리가 4시간쯤 있었는데 그쪽도 비슷하게 있길래 내가 친구들에게 말했다.
"쟤네. 아직까지 하네. 둘이 사귀나 보다."
그러자 친구K가 대답했다.
"사귀니까 몇 시간 동안 같이 놀지."
우스워서 다시 답했다.
"그럼, 자식아. 우리는 사귀어서 4시간 동안 같이 게임하냐?"
친구K
"몰랐냐?"
그 다음 다른 친구들 일제히 합창!
"우리 사귀잖아!!!"
그 순간 유쾌하고 흐뭇했다. 내가 너희들 때문에 산다. 9년째 다들 솔로라 각자 나름대로 애인 수급활동을 벌이다 결국 좌절하고 크리스마스 즈음되면 슬금슬금 다시 모이는 우리들이지만 나름대로 우리끼리는 즐거우니 뭐..^^;; 그래, 내 비록 마음 한 구석이 텅빈 듯 외롭지만 올해만은 너희들과 사귀면서 보내리...정말 올해만이다. 올해까지만 우리끼리 사귀는 걸로 하자..^^;;